[민심탐방-세종시 분양시장㊦] 정부기관 특공 폐지 없인 '백약이 무효'
대단위 정부기관 이전 사실상 마무리..특공 폐지가 답
[편집자주]올해 초 행정수도 세종시의 한 신규 아파트 청약으로 불거진 '공정'의 문제가 지역을 넘어 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기관 이주 공무원들에게만 부여되는 이른바 로또 청약의 기회가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대다수 시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겼고, 이 같은 차별(?)이 과연 공정한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다. 특정계층 신분이라는 이유만으로 로또 복권 같은 행운이 그들에게만 돌아간다면 누가 이 사회를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까. 뉴스1은 지방의 강남이라 불리는 세종시만의 특수한 청약시장을 2회에 걸쳐 들여다본다.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행복청, '불공정 시비' 행복도시 청약 주택법 개선안 마련
세종시 이전기관 종사자 특별공급제도가 끊임없는 불공정 시비에 휩싸이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지난해 관련법 개정을 통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공급비율 단계적 축소와 특별공급(특공) 대상자 기준을 무주택자로 제한하는 등의 조치들이 담겼다.
개선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이전기관 특별공급 주택 50%를 무주택자에 우선 공급한다.
잔여주택은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게 공급하되 1주택자는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하는 조건이다.
실수요자 위주의 주택공급을 강화하기 위한 조처다. 기존에는 별도의 우선순위 없이 무주택자와 1주택자까지 자격을 부여했다.
또 교원 등 반복적 신설기관 종사자는 특공대상에서 제외했다.
다른 특별공급대상 기관들의 신규‧전입자는 특공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형평성 지적에 따른 조치다.
이전기관 종사자에 대한 특별공급 자격도 개인당 한 차례에 한정해 부여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무엇보다 가장 눈여겨 볼 점은 이전기관 종사자 특공비율의 단계적 축소다.
행복청은 일반공급과의 형평성 등을 감안해 특공비율을 2020년 50%에서 매년 10%씩 줄여 2023년에는 20%까지 줄이기로 했다. 실제 올해부터 이 같은 기준이 적용돼 이전기관 종사자 특공비율은 40%로 조정됐다.
◇특공 폐지 없인 '답 없다'
'불공정 시비'를 잠재우기 위해 개선안을 내놨지만, 시장 여론은 탐탁지 않다.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나 이미 시 출범 전부터 10여년 가까이 이어져 온 이전기관 공무원에 대한 이주 배려 정책은 이제 끝낼 때도 됐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시 출범 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대적인 정부기관 이주가 사실상 마무리된 상황에서도 관련 제도를 계속 고집하는 것은 '공무원 특혜'를 유지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현행 이전기관 공무원 특공 제도는 원래 계획대로라면 2019년 12월 31일로 끝났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 행정안전부가 이전을 마무리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추가 이전이 추진되면서 행복청은 관련 제도를 5년 더 연장했다. 대단위 부처 이전을 이유로 한 부득이한 조처였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중소벤처기업부 이전이 확정됐지만, 이 외에 대규모 부처 이전 계획은 없다.
중기부의 경우에도 인근 대전 청사에서 30분 내외에 위치한 세종시에 둥지를 옮기는 식으로, 직장 이전으로 인한 직원의 거주 문제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럼에도 이들에게는 이전기관 종사자로서 세종시 특별공급 혜택을 동일하게 준다.
물론 부정여론이 확산하자 행복청은 중기부의 특공 신청자격을 1년 뒤로 미뤘다.
하지만 관련 제도가 유지되는 한 청약 때마다 불거질 논란이다.
비단 이번 사례뿐만이 아니다.
이미 국민연금공단 대전지역본부나 국민건강보험공단 대전충청지역본부, 세종충남대학병원 등도 세종으로 이전하면서 같은 특공 혜택을 받고 있다.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운신 폭 좁은' 세종시, 국토부‧행복청 제도 폐지 건의
세종시는 2019년 1월25일부로 주택분양 관련 사무를 행복청으로부터 이양받았다.
그렇다고 지자체장 권한으로 공급 비율을 조절할 수 있는 여지는 많지 않다.
신혼부부‧다가구자녀 등 기타 특공 물량 비율을 10% 범위에서 조정하는 게 고작이다.
문제가 된 이전기관 종사자 특공 비율은 국토부 상위법에 근거한 주택법 개정 없이는 현행 제도 개선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춘희 시장 역시 관련 논란에 대해 "행정수도 건설이라는 시 특성상 공무원에 대한 특별공급은 불가피한 점이 있다"고 지방정부 역할의 한계를 내비치기도 했다.
때문에 시는 국토부와 행복청에 관련 제도 개선을 건의하기로 했다.
공동주택 청약 시 기타지역(50%) 우선 공급을 대폭 축소하거나 아예 폐지해 달라는 것인데 이같은 건의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euni1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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