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모친·10살 아들 살해후 장롱유기..애인까지

범행 후 모친 돈으로 유흥비 탕진
1심 무기징역 선고..사형 구형한 검사 항소

(서울=뉴스1) 온다예 기자 =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죽여달라"

지난해 11월 열린 1심 결심 공판,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자 허모씨(43)는 최후진술에서 "죄송하다"며 이같이 짧게 말했다.

허씨는 지난해 1월25일 서울 동작구의 집에서 모친(68)과 친아들(10)을 살해한 뒤 장롱 속에 유기한 혐의(존속살해·살인·사체은닉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허씨가 경찰에 붙잡힌 건 범행 이후 3개월여가 흐른 4월30일. 경찰은 허씨 검거 사흘 전 자택에서 비닐에 싸인 시신 2구를 발견했다. 장롱 속에 장기간 방치된 시신의 상태는 참혹했다.

◇ 말다툼이 참극으로…출소 1년 2개월 만에 범행

허씨는 강간상해죄로 징역 5년을 선고 받고 복역하다 2018년 11월 출소했다. 출소 이후에는 동작구의 주택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아들과 함께 살았다.

별다른 직업없이 어머니가 사회복지법인 등에서 수령한 후원금으로 생활하던 허씨는 '앞으로 어떻게 살려고 그러냐'고 묻는 어머니에게 '방을 얻어 따로 살 수 있도록 500만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어머니는 허씨의 요구를 거절했고 이에 앙심을 품은 허씨는 어머니를 살해하게 된다. 어머니를 살해한 뒤, 허씨는 '아들이 혼자 남아 살아남느니 차라리 죽이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잠자던 아들의 목을 졸라 숨지게 만들었다. 출소 1년 2개월여 만의 범행이었다.

허씨는 두 사람을 살해하고도 일상을 이어갔다. 허씨는 어머니의 현금과 카드로 애인인 한모씨(45)와의 유흥비에 돈을 쓰고 2월 중순부터 3월 초까지 범행이 일어난 집에서 한씨와 함께 생활하는 대담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범행 발각될라' 애인 살해 시도도…1심 "극단적인 인명경시" 무기징역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허씨는 초조해졌다. 사체가 부패해 냄새가 심해지자 이를 숨기기 위해 사체를 이불로 덮어두거나 비닐로 감쌌다. 방향제를 뿌리거나 향초를 태워 냄새를 감추려고도 했다.

범행이 발각될 것을 염려한 허씨는 한씨의 집으로 주거지를 옮겼다. 이후 한씨를 살해하려고도 했으나 미수에 그쳤고 결국 한씨를 종용해 함께 도피하기로 했다. 모텔을 전전하며 경찰의 추적망을 피하려던 허씨는 도피 사흘 만에 경찰에 체포됐다.

1심 심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손동환)는 "통상의 처벌로는 허씨의 폭력성과 극단적인 인명경시 태도를 교정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허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허씨는 공판 과정에서 '어머니를 살해할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범행의 경위를 비교적 자세히 설명하는 점, 피해자의 목 부분에 골절 흔적 등이 발견된 점 등을 미뤄 살해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자신의 필요와 이익에만 몰두했을 뿐 모친과 아들에 대한 미안함이나 죄책감조차 느끼지 못하는 태도로 일관했다"며 "자신의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범인도피죄로 기소된 한씨에 대해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다만 한씨가 허씨의 살인과 사체은닉 등 범행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진 않았다.

이 사건은 검사의 항소로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이 진행 중이다. 2심 첫 재판은 2월25일 열린다.

hahaha828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