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선거용 재정 퍼주기는 범죄' 국회 보고서, 양준모 교수 "폭주 막으려면 홍남기 사직해야"

김명지 기자 2021. 2. 1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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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으로 선거운동은 중대 범죄'
국회 예산결산특위 보고서 쓴 연세대 양준모 교수
"정치적 압력으로 인한 불필요한 재정지출 막아야
홍남기 저항 면피용, 재정파탄 文대통령 책임
이재명 기본소득 실행하면 2년 안에 국고 바닥"

4차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 문제를 놓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신경전을 벌인 2월 초 "재정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민주주의 기반을 허무는 중대범죄"라고 주장한 국회 연구용역 보고서가 나왔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공개한 이 보고서는 "정치적 압력으로 불필요한 예산이 집행돼 재정이 낭비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20조원 이상 재정이 필요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주장하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이 보고서에는 큰 관심이 쏠렸다. 국회 공식 입장이 아닌 외부연구용역으로 나온 이 보고서가 공개된 직후 국회 예산정책처는 나라 빚이 빠르게 늘면서 오는 2030년에 20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양준모<<strong>사진> 교수와 12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양 교수는 "정치인들이 국가 재정 상황을 걱정하기보다는, 돈을 풀지 않으면 표를 잃는다는 생각에 퍼주기만 골몰하는 모습이 답답했다"며 "국회를 장악하고, 행정부를 장악했다고 국가를 마음대로 해서는 안된다"면서 보고서 작성 배경을 전했다.

양 교수는 "(정책 입안자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재정으로 표를 얻겠다는 유혹에 빠질 수 있지만 그것도 정도껏이지 남용해서는 안된다"며 "(정말 국민을 위한다면) 국민들이 현혹되지 않도록, 국가 재정 상황을 정확히 알리고 양해를 구하는 게 맞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경제 위기로 차상위 계층이 사지로 몰리는데,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풀어) 엉뚱하게 소고기 먹어서 좋다, 쇠고기 값 올라서 좋다고 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양 교수는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을 놓고 여당과 줄다리기를 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에 대해서는 "국가 재정 파탄의 상황을 알고 있지만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 저항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그는 "(민주당의 폭주를) 적극적으로 막아내려고 한다면 직을 그만두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홍 부총리와 상관없이 집권 여당에게 책임이 있다"며 "국가채무가 늘어나 외환위기가 온다면, 현재의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양 교수는 '여권에 직접 정책 제안을 할 기회는 없었나'라는 질문에 "통계청 발표 내용을 제시해도 '견강부회(牽强附會⋅억지주장)'라고 비판하는 모습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며 "그 때부터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양 교수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주장하는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현재의 고용 복지 노동 교육 등 복지성 지출을 조정하지 않고, 기본소득을 주겠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한 가구당 한 달에 100만원씩만 지급해도 14조원의 재정이 필요하다. 이 지사가 대통령이 돼서 정책을 추진한다면 2년만에 국가 재정이 바닥을 보이고 말 것"이라고 했다.

양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부산대 경제학과를 거쳐,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양 교수와의 일문일답.

-국회 용역보고서에서 '재정으로 선거운동 하는 것은 중대범죄'라고 적은 부분을 여러 매체에서 인용했다. 보고서 자체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런 반응을 예상 하셨나.

"예상 없이 보고서를 썼을리가. 17세기 권리청원에서 정부가 호혜를 베푸는 것도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과거부터 정치인들이 국민의 호감을 사기 위해 베푸는 것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봤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공직선거법에서 정치인의 금품 제공을 위법으로 보면서, 예산으로 제공한 것은 예외로 한다. 하지만 작년 4월 총선 상황을 보면서 이 부분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 것인지 사회적으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4월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를 가릴 것 없이 4차 재난지원금 얘기가 나온다. 보고서로 보면 이는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 어떻게 보시나.

"정치권이 늪에 빠졌다. 지원금을 뿌리지 않으면 표를 잃는다고 생각한다.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도) 인간이라서 늪(유혹) 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양식에 따라서 정도껏 해야 한다. 선거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써야 하는데, 현 정치권은 그렇지 않다. 코로나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사지로 몰리고 있는데,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풀어서) 엉뚱하게 소고기 먹어서 좋다. 소고기값 올랐다고 좋아한다. 이는 국민을 모욕하는 것 아닌가. 국회를 장악했다고 행정부 장악했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재명 지사는 지역화폐를 '기본소득'으로 나눠줄 것을 주장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

"고용, 복지, 교육 등 복지성 지출을 조정하지 않고, 플러스 알파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은 실현 불가능하다. 한달에 한 가구당 100만원씩만 지급해도 14조원이 필요하다. 이 지사가 대통령이 돼서 이런 정책을 쓴다면 늦어도 2년만에 국고는 바닥이 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리에도 현혹되는 국민들이 있다. 냉정하게 어려울 때일수록 본질적인 문제를 파고들어야 하는데, 정치인들이 그러지 않는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의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는 '적극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전세계 경제에서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맞는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주장하는) 총 수요를 확대하는 거시 경제 정책을 쓰면 안된다. 일본과 아르헨티나 남미가 구조적 변화기에 총수요 대응 정책을 쓰다가 경제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졌다. 여기에 고령화까지 겹치면 경제 반등은 쉽지 않다. 일본의 사례가 그렇다.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니 세수가 줄고, 복지지출은 늘어난다. 총수요 정책이 먹히지 않는다. 생산능력을 제고하고, 노인 인구를 일자리에 투입한다고 하지만 쉽지 않다. 거기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길거리를 다녀 보면 코로나 방역으로 자영업자 소상공인들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

"그래서 더 문제다. 현 정부의 '퍼주기 정책'은 착한 정책이 아니다. 어려운 사람을 더 어렵게 만든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저소득층에 교육기회를 보장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 정부는 고교무상교육을 주장한다. 일본 민주당이 고교무상교육으로 재정을 낭비하고, 경제는 못살려서 3년만에 정권을 내줬다. 재정 당국의 역할은 세금을 거둬서 필요한 곳에 쓰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정부 논리는 세금을 거둬서 다 나눠주면 된다고 한다. 정부가 직접 지출을 하면 할수록 경제는 활력을 잃는다. 그러다보니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보듬는 정책은 소홀해 진다. 아동학대 사고가 빈발한 것도 다 이런 맥락이 있다고 본다. 그 귀한 세금을 월급 잘 받고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낭비하는지 알 수 없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 한국 국가채무 규모가 2030년 2058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재정전망을 내놨다. 어떻게 보시나.

"얼토당토하지 않은 숫자는 아닌 것 같다. 2017년 말 국가채무는 660조2000억원이었고, GDP 대비 국가채무의 비율은 40% 이내인 36%로 통제됐다. 이후 재정지출의 급증하여 2020년 4차 추경 기준으로 국가채무는 846조9000억원으로 증가하고, GDP 대비 국가채무의 비율도 43.9%로 급상승했다. 2017년으로부터 2020년까지 3년간 186조7000억원의 국가채무가 증가했다. 2020-2024년 국가재정운영계획에 따르면 2024년 국가채무는 1327조 원으로, GDP 대비 국가채무의 비율도 58.3%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정처의 주장대로라면 앞으로 10년 안에 국고는 동이 난다. 박근혜 정부 말기에는 재정 지출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래서 국가 부채 비율을 40%대로 막았다. 국가 재정계획을 보면 당장 다음 해부터 (국민들이) 궁핍한 생활하지 않으면 OECD 부채비율 기준도 넘어서게 될 것이다. 외국인이 보유한 국채가 10조원 정도라고 한다. 이것만 빠져 나가도 한국 경제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 삼성전자와 현대차 같은 일부 수출 대기업이 없었으면 외환위기가 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민주당에서 국채를 한국은행이 사줘야 한다고 주장도 나온다.

"이것도 말이 안된다. 부채의 자산화로 국내 물가가 오르면, 환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환율이 급등하면 외환위기가 나타나고, 이로 인해 국내 물가가 다시 급등하는 아르헨티나의 상황이 올 수 있다.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외환위기에 우리나라만 예외일 수 없다. 해외 자산이 많은 일본과 우리를 같은 선상에 둘수는 없지 않나"

-재정당국 수장인 홍남기 부총리는 책임이 없나.

"대통령의 책임이다. 홍남기는 대통령의 말을 따르지 않나. 외환위기가 온다면 문재인 정부에서부터 출발한다. 박근혜 정부까지만 해도 국가채무비율을 40%이하로 돌아갈 수 있게 관리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서 그 활 시위를 놓아버렸다. 홍 부총리는 이런 상황을 알고 있을 것이다. (홍 부총리가 여권과 갈등을 빚는 것은) 나중에 사고가 났을 때 면피하기 위해 저항하는 것이라고 본다. 홍 부총리가 (현 정부의 재정 지출 폭주를) 적극적으로 막아내려고 한다면 직을 그만둬야 하는 수밖에 없다. 그만두지 않는다면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책임은 집권 여당에 있는 것이 맞는다"

-여권에 직접 의견을 제안할 기회는 없었나

"통계청 발표 자료를 인용해 설명하는데도 견강부회(牽强附會)라고 하더라.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경제가 악화된 것을 두고 코로나 핑계를 댄다. 하지만 이제는 솔직해져야 한다. 문제해결 위해서는 정확한 통계 갖고 정확한 진단해서 정확한 처방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 정권이 현재 경제 문제에 대응하고 있지 못하는 것은 자명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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