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도 못가고, 모이지도 못하고..장병들 설날 어떻게 맞을까

이원준 기자 2021. 2.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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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꾼 軍 명절..'랜선'으로 노래자랑하고 퀴즈 풀고
휴가 통제 속 맞은 연휴..'코로나 블루' 극복 중점
해군잠수함사령부가 설을 맞아 개최한 '잠수함사 방구석 슈퍼스타'를 열었다. 이 행사는 영내 노래방을 스튜디오로 삼아 장병들이 공연을 하고, 이 모습을 유튜브로 생중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진은 행사에 참가에 노래를 열창하고 있는 기지방어대 진태형 일병.(해군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군대 명절 풍경을 바꾸고 있다. 많은 장병이 한 장소에 모일 수 없게 되자 '랜선'을 활용한 비대면 행사가 다채롭게 마련되면서다.

특히 이번 설은 휴가·외출이 대부분 통제된 가운데 맞은 명절이다. 이에 각급 부대는 장병들의 '코로나19 블루(우울감)'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한 장소에 모일 수 없다면 랜선으로 만나자'

12일 각군에 따르면 해군 잠수함사령부는 이날 '잠수함사 방구석 슈퍼스타'를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 행사는 영내 노래방을 스튜디오로 삼아 장병들이 공연을 하고, 이 모습을 유튜브로 생중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부대 장병들은 한 장소에 모이지 않더라도 각자 생활반에서 개인 스마트폰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가족과 지인도 실시간으로 관람이 가능하다. 참가자에게 만큼은 자신이 콘서트 주인공인 셈이다.

노래로 행사에 참가하는 기지방어대 진태형 일병은 "멀리 있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영상으로 안부를 전하고 전우들과 즐거운 시간도 가질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또 영상을 보고 있는 가족들에게 "직접 찾아뵙지는 못하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응원에 힘입어 남은 군 생활 멋지게 마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해군 제3함대사령부는 함대 장병들이 참가하는 e스포츠 대회를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공군 제19전투비행단은 설 연휴 장병들의 사연을 송출하는 '은성은 사랑을 싣고'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진행했다. 이 행사는 공군 홈페이지에서 코드를 찾아 조합해 단어를 만드는 '유퀴즈 온 더 은성'과 지정된 장소를 돌며 도장을 찍는 '중원 스탬프 투어' 등으로 구성됐다.

'은성'이란 이름은 19전비를 지칭하는 은성대에서 따왔고, '중원'은 부대가 위치한 충청북도 충주의 오랜 지명이다.

10일 경남 진해 해군 기지사령부에서 장병이 부대 내 스마트 영상 공중 전화기를 통해 어머니와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해군 진해기지사령부 제공) 2021.2.10/뉴스1

통상 군대에선 한 장소에 모여 합동차례, 체육대회 등을 하며 명절을 지내는 편이다. 그러나 많은 인원이 한 장소에 모여선 안 된다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 온라인 방식의 행사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이어진 휴가·외출 통제 조치로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호소하는 장병들에겐 재충전할 시간을 제공한다는 의미도 있다.

양용모 해군 잠수함사령관은 "장병들의 사기가 곧 부대의 전투력"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장병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활기찬 병영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명부대 화상 한글 교실에서 동명부대 장병과 레바논 국민들이 한글로 새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합동참모본부 제공) © 뉴스1

◇이역만리서 명절 맞은 동명·청해·한빛·아크부대 장병들

이역만리 타국에서 설을 맞은 해외파병 장병들은 임무수행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다채로운 부대 활동을 했다.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나 초청행사는 하지 못했지만, 전우들과 함께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특히 파병부대로서 겪는 노고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극복 응원 메시지를 전달하며 국민을 응원했다. 현재 해외파병 임무를 수행 중인 국군 장병은 1000여명에 달한다.

레바논에서 유엔 평화유지활동을 수행 중인 동명부대는 이날 가족과 영상통화를 하며 온정이 넘치는 명절을 보냈다. 특히 화상으로 운영하는 한글·태권도교실에선 현지 주민에게 한국의 설날을 소개하고 한국어로 새해인사를 나누는 활동을 했다.

아덴만과 페르시아만 일대에서 임무수행 중인 청해부대는 선박호송, 해양안보작전, 대(對)해적작전 등 임무를 수행하며 바쁜 명절을 보냈다.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지난달 임무교대를 한 한빛부대 13진 장병들은 합동차례, 민속놀이, 체육경기, e스포츠 대회 등 활동을 했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지난해 추석에 이어 두 번째 명절을 지낸 아크부대 17진 장병들도 고국의 가족들과 영상 통화를 하고 윷놀이·제기차기 등 민속놀이를 즐겼다.

한빛부대원 송재우 대위는 "대한민국 대표라는 사명감으로 남수단의 평화와 재건을 위해 임무수행에 매진하겠다"며 "국민 여러분 모두가 한빛부대의 마스코트인 흰 소의 기운으로 신축년 좋은 일만 가득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청해부대 최영함 함장 강명길 대령은 "청해부대는 언제 어디서 어떠한 임무가 부여되더라도 우리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새해 인사를 전했다.

아크부대 장병들이 ‘설날’ 이라는 글자 모양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 뉴스1

wonjun4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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