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바람개비가 문재인의 가슴을 뛰게 한 이유
"완전히 가슴이 뛰는 프로젝트입니다."
지난 5일 전남 신안군 임자대교에서 열린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48조원 투자협약식’에 참석해 김영록 전남지사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이 보인 반응이다. 대체 무엇이 문 대통령의 가슴을 뛰게 한 것일까.
서남해풍력단지 조성사업은 2030년까지 48조5000억원을 투입, 8.2G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 설비를 구축해는 메가 프로젝트다. 8.2GW는 1GW급 원전 약 8기(한국형 원전은 6기)에 해당하는 전력량이다. 총 48조5000억원 중 민간투자는 약 47조6000억원이고 정부투자는 약 9000억원이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투자여건 조성과 제도적 지원 역할에 중점을 둔다.
문 대통령의 가슴을 뛰게 한 것은 단순히 규모가 크다는 데 있지 않다. 지역형 상생 일자리 사업이라는 점이 컸다. 김 지사는 이번 프로젝트를 '전남형 일자리'라고 했다. 12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은 물론 지역주민이 사업에 직접 참여해 이익까지 공유한다.
지난해 신안군은 지역 주민의 해상풍력 정책참여 지원을 위해 ‘신안군 해상풍력 건립 촉진활동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재생에너지 개발이익을 주민과 공유하고, 주민이 해상풍력 건립 촉진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풍력설비 제조에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도 주민들이 구성한 협동조합을 통해 공급한다.
특히 서남해풍력단지에 적용되는 이익공유형 모델을 통해 사업비 중 약 4%를 주민투자몫으로 할당해 배당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문 대통령은 "상생형 일자리 모델로는 처음으로 주민들이 지분을 갖고, 수익을 분배받게 된다"며 "지역주민들에겐 평생 지급받는 ‘해상풍력 연금’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발전소 특례법에 따라 거리마다 인센티브가 다른데, 이 부분을 개선해주면 8.2GW를 사용하면 최대 4000억원을 받게 되는데 주민들에게 보상이 주어진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완전히 가슴이 뛰는 프로젝트"라고 한 건 이 대목에서다.
서남해풍력단지와 같은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건설 프로젝트의 차질없는 이행을 위해선 앵커 역할을 할 유틸리티 기업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지난해말 발표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당장 정부는 8.2GW 규모의 서남해풍력을 비롯해 총 2034년까지 신재생 발전설비를 77.8GW까지 늘려야 한다. 현재 국내 전체 신재생발전 설비용량이 20.1GW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13년만에 57.7GW를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
연평균 4.13GW 규모 발전설비를 추가로 지어야 하는 것이다. 1GW 규모 원전을 기준으로 보면 매년 원전을 약 4기 세우는 셈이다. 특히 해상풍력 개발은 9년뒤인 2030년 현재규모(125MW) 보다 100배 큰 12GW를 달성해야 한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규모가 작아 이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 한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1MW(메가와트) 이하 소규모 신재생발전 사업이 건수기준으로 98.1%를 차지했다. 기술력이 부족해 대규모 발전단지를 개발할 역량도 부족하다.
해외 선진국들이 해상풍력 등 규모가 큰 신재생에너지 개발사업을 대표 유틸리티 기업 중심으로 진행하는 이유다. 덴마크 국영기업 오스테드(Orsted)가 대표적이다. 마크 정부가 지분 50.1%를 소유한 에너지공기업 오스테드는 현재 '전세계 최대 해상풍력 발전회사'로 성장했다. 전세계 해상풍력 33GW(기가와트) 중 9.9GW를 개발·운영하며 연간 1~2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오스테드가 처음부터 풍력발전 전문기업이었던 것은 아니다. 오스테드는 과거 석유·천연가스 생산과 석탄발전 등을 영위하던 기업이었으나 덴마크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하에 10년여만에 세계적인 풍력기업으로 변신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대형 유틸리티 기업인 한전이 대규모 풍력발전사업을 주도하면 높은 신용도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비용을 줄이고 사업기간 또한 단축할 수 있다"며 "SPC가 갖고있는 의사결정 지체문제가 해결돼 빠른시일 안에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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