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잔소리 하려면 과태료 내세요"..친척 안봐 좋은 사람들

김소영 기자 2021. 2. 12.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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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친척 간 모임을 하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명절 잔소리가 불편했던 사람들이 '거리두기' 추석에 이어 '집합금지' 설날을 반기고 있다.

━5인 집합금지 조치 덕분에"친척 잔소리 피할 명분 생겼다"━지난달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성인남녀 339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설 명절 친척들로부터 절대로 듣고 싶지 않은 말' 1위는 '앞으로 계획이 뭐니?(29.1%)'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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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취업준비생 김모씨(28)는 어렸을 때부터 명절이 돌아오는 것이 싫었다. '모의고사 몇 점 받았냐', '대학은 어디 갈 거냐' 등 친척 잔소리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그는 "취업에 성공할 때까지 '이 시국'이 계속됐으면 하는 나쁜 생각도 든다"고 했다.

#미혼인 직장인 박모씨(29)는 '비대면 설날'이 반갑다. 그는 "명절 때마다 '결혼할 사람은 있냐'는 소리가 가장 듣기 괴로워 회사 당직을 자청했다"며 "이번 설에는 코로나19 핑계를 대고 '집콕'할 예정"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친척 간 모임을 하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명절 잔소리가 불편했던 사람들이 '거리두기' 추석에 이어 '집합금지' 설날을 반기고 있다.

지난 5일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성인남녀 1609명을 대상으로 설 연휴 친지 모임 방문 여부를 조사한 결과 69%가 '설날 친지 모임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불참 이유로는 '코로나19 우려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86%)'이 가장 많았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이 쏟아내는 질문 공세는 청년들이 명절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다. 대학 진학을 앞둔 고등학생부터 취업 준비생, 미혼의 직장인, 아이를 낳지 않은 부부들에게 명절은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5인 집합금지 조치 덕분에…"친척 잔소리 피할 명분 생겼다"
지난달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성인남녀 339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설 명절 친척들로부터 절대로 듣고 싶지 않은 말' 1위는 '앞으로 계획이 뭐니?(29.1%)'였다. '취업은 언제쯤 할 거니?(26.6%')와 '나 때는 말이다(25.8%)', '결혼·출산해야지(21.9%)', '너희 회사(학교) 전망은 어떠니?(17.6%)' 등이 뒤를 이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명절 잔소리는 세대 갈등으로 번져 매년 사회적 이슈가 됐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명절 잔소리 메뉴판'이 등장하기도 했다. 명절 즈음이면 나타나는 이 메뉴판에는 '취업 준비는 아직도 하고 있니', '나이가 몇인데 슬슬 결혼해야지' 등 각종 잔소리에 걸맞은 가격이 적혀 있다.

3년째 취업 준비 중이라는 김모씨(25)는 "명절 때마다 어른들 잔소리를 피해 친척집 인근 카페들을 찾아다녔는데 이번 설에는 집에 머무를 수 있어서 좋다"며 "연휴 동안 평소와 다름없이 취업 준비를 계속할 것 같다"고 했다.

명절 때마다 '연봉이 얼마냐', '이직은 언제 할 거냐' 등의 잔소리에 시달렸다는 직장인 박모씨(29)는 "집합금지 조치 덕에 이번 설에는 잔소리를 피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동안 업무 때문에 바빠 못 봤던 드라마를 몰아 보며 에너지를 재충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년 '명절 스트레스'에 시달려 온 주부들도 '비대면 설날'을 반기기는 마찬가지다. 주부 한모씨(58)는 "5인 집합금지 조치 때문에 남편 형제들끼리 순번을 나눠 하루씩 시댁에 방문하기로 했다"며 "설 연휴 내내 음식을 만들 필요가 없고 서로 불편한 질문을 주고받지 않아도 돼 이게 어딘가 싶다"고 했다.

"'이 시국 명절' 계기로 명절 문화 점점 바뀌어야"…한목소리
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서울역 매표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설날'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명절 갈등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이 시국 명절'을 계기로 명절 갈등을 점차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직장인 김모씨(29)는 "오랜만에 만나 어색함을 푼답시고 서로 곤란한 질문을 하는 명절 문화는 구시대적"이라며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가 지속돼 명절 문화가 점점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부 한씨도 "이번 설에는 음식을 만들지 않고 시장에서 사 온 반찬으로 끼니를 해결하기로 해 몸이 편하다"며 "명절마다 고부 갈등이 사회적 이슈가 되는 만큼 이번 설을 계기로 명절 문화가 간소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설 연휴가 끝나는 14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를 유지한다. 이에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 또한 계속 유지된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10일 "설 연휴만이라도 그리운 가족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겠지만 가족과 이웃의 건강과 안전을 생각해 귀성이나 친지 방문, 여행을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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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기자 sykim111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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