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백신 고령층 접종 찬반 논란..질병청, 16일 접종대상 확정
WHO 자문단은 65세 이상에 대해서도 AZ백신 사용 권고
임상자료·해외평가·백신사정 두루 고려해 결정할 듯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이 오는 26일부터 시작되지만, 구체적인 접종 대상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국내 사용을 허가하면서도 접종 효과 논란이 불거진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해서는 '신중 결정'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장 의사가 접종 대상자의 상태에 따라 백신 접종으로 인한 유익성을 판단해 결정하라는 취지의 식약처 결정을 두고는 '책임 회피'라는 의료계의 반발도 나오는 상황이다.
최종 결정은 질병관리청이 내리기로 했지만, 의료계 내부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고령층 접종에 대한 판단이 달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12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질병청은 오는 16일 2∼3월 백신접종 세부시행 계획을 발표한다. 질병청은 전날 자문기구인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열어 전문가 의견을 들었으며, 이를 토대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 접종 여부도 확정할 계획이다.
질병청은 이달 초 예방접종 사이트를 통해 1분기에는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 5만명과 요양병원·요양시설 노인 및 종사자 78만명 등 총 83만명에게 접종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의료진은 화이자 백신, 요양병원·요양시설 입소자 등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활용 범위가 조정될 경우 앞선 접종목표와 접종대상은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식약처는 앞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허가하되 '사용상의 주의사항'에 '65세 이상의 고령자에 대한 사용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기재하기로 결정했다.
백신의 안전성은 충분히 입증됐지만, 고령층 임상시험 참가자가 부족해 예방효과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추가 자료가 확보될 때까지는 의사가 현장에서 접종 당사자의 상태를 잘 살펴 접종을 판단하라는 취지다.
이는 일부 국가들이 취하는 조치와 비슷한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유럽 의약품청(EMA)과 영국 등 50개 국가에서 조건부 허가 또는 긴급 사용승인을 받은 제품이지만, 독일·프랑스 등은 만 65세 미만에 대해서만 접종을 권고했고, 벨기에는 55세 미만에만 권고했다.
스위스와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승인 자체를 보류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 자문단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사용 가능한 증거의 총체성을 고려할 때 65세 이상에게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사용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질병청과 감염병 전문가들로 구성된 예방접종전문위원회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예단하기는 힘들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다른 나라의 평가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1분기에 도입할 백신이 제한적인 데다 '사망 최소화'가 접종의 주요 목표 중 하나인 만큼 이미 안전성이 입증된 백신을 배척하기도 힘들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국내에서 사용할 '1호 백신'으로,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사와 계약한 1천만명분 가운데 75만명분이 오는 24일부터 닷새간 차례로 국내 물류센터에 입고된다.
현재로선 1분기에 활용할 수 있는 백신이 아스트라제네카 75만명분과 백신 공동 구매·배분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로부터 공급받을 화이자 백신 6만명분 정도여서 질병청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정부 검토와는 별개로 의료계에서도 고령층 접종을 두고 찬반 논란이 진행 중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고령자 접종을 현장 의사가 판단하도록 한 결정에 대해 '책임 회피'라고 비판하면서 "두 달 뒤 추가 임상정보가 나올 때까지는 65세 이상 접종은 보류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게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남재환 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 교수는 지난 9일 질병청의 백신 관련 특별브리핑에 참석해 백신이 가진 '중증화 방지' 기능을 고려할 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충분히 효과가 있는 백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백신이든 순서가 돌아오면 접종을 받는 게 자신과 가족을 지키는 데 가장 유리한 방식"이라며 "80대인 어머니께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으라고 권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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