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몸노인들 "명절요? 친구 있어 외롭지 않아요"
"코로나19로 얼굴 못 보지만, 더 자주 전화·연락"
설날을 나흘 앞둔 지난 8일 낮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초등학교 앞 주택가. 골목 초입에 있는 이층집 반지하방 문에는 끄트머리에만 햇빛이 비쳤다. 방안에는 오후 3시인데도 형광등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불 꺼진 간이 주방은 밤처럼 어둑했다.
두 할머니는 서초구가 지원하는 '친구모임방'으로 맺어진 동무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확산 전까지 강 할머니 방은 동네친구들 사랑방이었다. 같은 모임방 회원은 모두 5명. 강 할머니는 "침대가 바닥처럼 딱딱해서 좋다. 일주일에도 몇 번씩 저 위에서 같이 밥도 먹고 테레비도 보고 화투도 치고 했다"고 말했다.
강 할머니처럼 홀로 살고 있는 65세 이상 노인은 전국에 약 159만 명(지난해 8월 기준)에 달한다. 하지만 이런 홀몸노인 중 상당수가 강 할머니와는 많이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전체 홀몸노인의 15% 정도가 주변과 전혀 관계를 맺지 못하는 '은둔형 홀몸노인'이다. 더러는 삶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혼자다. 지난해 9월 서울 강서구의 한 임대 아파트에서 혼자 살던 67세 노인은 숨진 지 일주일 만에 우유 배달원 신고로 발견됐다. 이런 노인 고독사는 최근 3년간 절반 이상 늘었다. 2019년 한 해 무연고 사망자는 1천 명이 넘는다.
모임방은 회원 간 단순 친목만 도모하지 않는다. 서초구는 매년 노인들을 상대로 치매 검사를 진행하고 보건소 진료나 안마 시술 등을 지원한다. 모임방 회원들은 가상현실(VR) 체험실에서 생소한 VR컨텐츠를 체험하고, 봄·가을에는 국내 휴양지로 단체 나들이도 간다. 겨울에는 다 같이 김장을 하고 마을 주민을 초대하는 송년회도 연다.
하지만 1년 넘게 코로나19 여파로 이런 오프라인 모임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몸이 멀어졌지만 마음은 가깝게 하는 것이 요즘 친구모임방의 가장 큰 고민이다. 강 할머니는 "(회원들이) 생각날 때마다 방장인 내가 더 자주 연락하고 통화하는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밥은 먹었나, 잠은 잘 잤나' 물어주는 사람이 드물지 않나"라고 말했다.
방장들은 이런 메시지를 일일이 회원들에게 전파하는 역할을 맡는다. 카카오톡이나 SNS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이라 대부분 소통은 전화로 이뤄진다. 그렇게 따로 사는 노인들이 한 번 더 서로 연결된다.
매일 홀몸노인을 만나는 어르신행복e음센터 이지혜 사회복지사는 "최근에는 버섯 키우기나 방향제 만들기같이 비대면으로 동영상을 보고 노인들이 따라서 할 수 있는 비대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도 새로운 여러 비대면 활동을 시도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요 앞에 교회에서 주고 갔어. 우리한테는 이런 게 최고 좋아. 친구모임방 친구들이 있어서 또 최고 좋고, 이런 거 선물이라도 하나 받으면 그게 최고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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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태헌 기자] sia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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