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은 중국이지만 핏줄은 한국".. 한국 기업 해결사 권순기 회장

이귀전 2021. 2. 1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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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2세로 30년간 한국 기업 활동 지원
중국 국적이지만 국민훈장 동백장 수상
한중 기업 협력 아시아 진출 발판 마련
"교류 끊어지지 않게 꾸준히 접촉해야" 강조
 
“국적은 중국입니다. 하지만 핏줄은 한국입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해결사 역할을 지난 30년간 해온 권순기(62·사진) 중국아주경제발전협회장은 재외동포 권익 신장과 우리 기업의 중국내 활동 지원 등에 기여한 공으로 대한민국 훈장을 받게 된 소감을 “오늘이 어제보다 낫고 내일이 오늘보다 잘 될 수 있도록 성실하게 나아간 결과”라며 이 같이 밝혔다.

권 회장은 지난해 10월 세계한인의 날 유공 정부 포상에서 국민훈장 동백장 수상자로 선정됐고, 지난 5일 중국 베이징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장하성 대사에게 훈장을 받았다.

베이징 차오양구에 있는 중국아주경제발전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그동안 한국 대기업 등이 중국에서 사업을 하다 도저히 진척이 안되거나, 처리하기 어려운 일이 마지막에 가서 우리에게 넘어왔는데 대기업만 해도 100여건 넘게 일을 처리해줬다”며 “우리는 중국 부주석, 각 부서 장관급 등으로 구성된 100명의 고문단과 중국 전역 기업인 100명을 회장단으로 꾸려 중국 어디서든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본인이 그간 이룬 성과를 간략히 설명했다.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의 해결사

권 회장은 경기 양평 출신인 부친이 일제강점기 시절 1939년 중국 지린성으로 넘어와 1959년 태어난 조선족 2세다. 청년시절 군에서 복무하고, 공안에도 몸담았던 그는 고향에서 공장 당서기, 호텔 경리(사장), 당 교육 업무 등을 맡은 뒤 1990년대 초반 베이징으로 오게 됐다. 베이징에서 중국내 소수민족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민족사무위원회에서 일하게 되면서 중앙 인맥과 교류를 점차 늘려나갔다.

당시는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펴면서 한국 기업들이 조금씩 중국 진출을 시도하던 시기였다. 한국어가 되던 권 회장은 중국 중앙 정부나 지방 정부가 한국 기업을 유치할 때 도움을 줬고, 중국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협회 회원사
권 회장은 점차 인맥이 쌓아가고 역할이 커지자 중국 외교부 소속의 ‘중한경제발전협회’ 상무부회장을 맡아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본격적으로 돕게 된다. 조선족 출신으로 중국군 최고위 계급인 상장(대장)을 지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부총리급)이었던 조남기 장군(2018년 작고)이 명예 회장을 맡았다.

90년대 초반에는 한국 중소기업들이 중국에 진출을 많이 했는데, 중국내 법률이 완비되지 않았고, 개혁개방에 대한 인식이 달라 현장에서 마찰이 많이 발생했다. 특히 계약서대로 계약이 이행 안되거나, 합작회사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당시 국내 철강회사가 중국회사에 투자해 합작사를 만들었는데, 나중에 보니 중국 기업이 공장의 가치를 몇 배나 높여 계약했고, 투자금을 받고 설비도 지원받은 뒤 한국 기업과 계약을 파기하려 했던 일이 발생했다. 이에 권 회장이 직접 나서 계약서부터 공정하게 다시 작성하게 한 뒤 계약을 다시 하게 하고, 소송도 취하시켜 한국 기업의 피해를 막았다.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이 숫자가 늘고, 삼성, 현대차, SK, 포스코, LG 등 주요 대기업들의 진출도 활발해지면서 발생하는 문제도 다양해지고, 피해 규모도 커졌다. 처음 한국 기업들은 변호사 등을 통해 일을 해결하려 했지만, 결국 해결이 안되자 권 회장을 찾게 됐고 ‘해결사’, ‘마무리 투수’란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권 회장은 “한국 기업들이 문제가 생기면 변호사를 통해 법적으로 해결하려 하는데, 잘못 처리된 경우도 많다”며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일을 추진하려면 전문적인 법률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튼튼한 인맥과 장기적으로 쌓아온 일처리 노하우 등이 있어야 수월하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중국뿐 아니라 한국 내에도 주요 인사들을 만나 양국간 교류를 활성화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그는 10여년전부터 중한기업연의회를 설립해 한국과 중국의 정·관계 및 재계 인사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한국에서 이한동 전 총리, 이수성 전 총리, 진념 전 부총리 등을 초청해 중국 인사들과 교류하는 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했다.

◆중국 넘어 아시아로 진출 확대

중국의 개혁개방으로 외국 기업들의 진출이 증가하자 ‘중한경제발전협회’는 2009년 ‘중한일경제발전협회’로 2015년에는 아시아 48개국과 교류하는 현재의 ‘아주경제발전협회’로 확대됐다.

향후 사업 역시 한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주경제발전협회로 확대하면서 아시아 10개국에 분회를 설치했다.

권 회장은 “중국 기업뿐 아니라 한국과 중국 기업이 합작해 아시아 국가에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중이고, 한국 기업과 검토하고 있는 사업도 있다”라며 “자금과 기술이 시너지를 낼 수도 있고, 진출하려는 국가에서 양국 중 선호하는 국가의 기업을 통해 사업을 진행할 수도 있는 등 여러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에 대해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배터리 사업 등은 중국에서도 환영하고, 반도체 메모리칩 등도 중국에서 활성화할 것”이라며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이 과학기술 등을 강조하고 있는데, 중국의 정책이나 전망보고 들어와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2년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한국과 중국 관계에 대해 “그동안 중국이 어느 나라보다 수교 후 한국과의 발전 성과가 가장 크다”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과거 30년의 성과는 하루아침에 된 것이 아니라 각 방면에서 깊은 이해가 있었기 때문에 발전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30년 더 좋은 마음으로 교류해 어떤 방법이라도 교류가 끊어지지 않게 꾸준히 접촉해야 한다”고 밝혔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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