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방문 어려운데.." 영상통화로 부모님 건강 챙기세요

정진수 2021. 2. 1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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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충남 천안 불당동에서 아들 채희철 씨(66세)와 며느리 강석화 씨(61세)가 대전 유성구 대전보훈요양원에 계신 어머니 이은춘 씨(91세)가 설 명절을 앞두고 영상통화를 이용해 안부를 전하고 있다. 뉴스1
 
민족 대명절인 설 연휴다. 평소 같으면 온 가족이 모여 담소를 나누겠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지 않으면서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뵙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장일영 교수의 도움을 받아 영상통화로 부모님 얼굴을 뵙고 체크해야할 사항을 알아보자. 사소하게 느껴질 만한 반응을 통해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1. 먼저 자녀에게 영상 통화를 걸 수 있으신지 확인하자.

어르신들 중에서 몇몇 분들은 스마트폰으로 영상 통화를 거는 것을 할 줄 아시는 경우가 있지만, 자녀들이 여러 번 조작법을 알려드려도 영상 통화를 걸고 받는 법을 잘 모르시는 경우도 많다. 단순히 스마트폰 조작법을 어려워하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을 통한 영상통화 방법이 많이 간단해졌기 때문에 수 차례 설명해도 스마트폰을 조작하기 힘들어하신다면, 집중력이나 이해력 저하 등 인지기능 저하의 초기 증상이거나 혹은 시청력의 감퇴 신호일 수 있다.

이러한 인지기능 저하가 두드러진다면 치매와도 관련이 있다. 치매는 초기에 기억력 장애로 시작하지만, 진행되면 공간지각력, 계산능력, 판단능력도 함께 악화되며 결국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 이 경우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일찍부터 좋은 생활습관을 들여야 한다. 평소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만성 질환이 있다면 잘 치료하자. 흡연과 음주를 피하고 비만을 경계한다. 두뇌활동과 신체운동은 꾸준히 한다. 매일 30분씩만 걸어도 치매 발생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 보고도 나와 있다.

2. 화면이 자주 흔들리지는 않는지 확인하자.

보통 영상 통화를 스마트폰으로 많이 하는데, 간혹 부모님의 영상 통화 화면이 너무 자주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 자녀들 입장에서 화면 떨림을 크게 신경쓰지 않거나, 화면이 떨리더라도 부모님 연세가 있으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무게는 떨림을 직접 유발하는 경우가 드물어서 근력저하나 불수의적인 전진(tremor) 증상일 수 있다. 따라서 영양 상태나 복용약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런 경우 부모님께 가만히 있을 때에도 떨림이 생기는지 여쭤보자. 행동이 느려지고 자주 중심을 잡기 어렵다면 단순 수전증이 아니라 파킨슨병에 의한 초기 증상일 수 있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성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면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부족하여 발생하는 질환이다. 도파민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몸을 자유롭고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물질이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완전히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관리하면 충분히 증상을 조절할 수 있으므로 전문의를 빠르게 찾는 것이 중요하다.
10일 경남 진해 해군 기지사령부에서 장병이 부대 내 스마트 영상 공중 전화기를 통해 어머니와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뉴스1
3. 얼굴살이 전보다 빠졌는지 확인하자.

얼굴살이 빠져 갸름해 보인다는 것은 젊은 사람들에게는 기분 좋은 말일 수 있지만, 노년층에게는 건강에 이상 신호가 생겼다는 뜻일 수 있다. 볼살이나 턱 근육이 줄어드는 것은 근감소증을 나타내는 지표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영양 섭취가 골고루 이뤄지지 않고 여러 이유로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하면 얼굴의 피하 지방이 빠지고, 음식물을 씹는 저작 능력이 떨어지면 턱 근육이 빠져 얼굴이 갸름해 보인다.

이 때 턱 근육과 함께 저작기능이 전반적으로 저하돼 삼킴장애가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다. 식사할 때나 약을 먹을 때 사래가 들리지 않는지를 함께 여쭤보자. 식사 패턴을 확인하고 지나친 채식만 고집하고 계신 것은 아닌지 확인하는 것도 좋다. 치아상태, 소화불량 등으로 단백질 섭취가 어렵다고 하시면 단백질이 함유된 음료나 파우더를 곁들여 식사하시도록 돕는 것도 좋다. 

4. 양 손의 엄지와 검지로 종아리를 감싸보도록 하자.

온 몸의 근육량은 종아리 둘레에 비례하는 경향이 크다. 팔, 다리 근육은 조금만 안 써도 더 빨리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근감소증 환자의 82%는 종아리 둘레가 32cm 미만이라는 연구가 있다. 따라서 직접 부모님의 종아리 둘레를 재는 것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부모님과 영상 통화를 할 때 양 손의 엄지와 검지로 큰 동그라미를 만들면서 종아리 중 가장 굵은 부위를 감싸보도록 해보자. 양 손으로 만든 동그라미가 종아리 두께보다 커 여유롭게 감쌀 수 있다면 근감소증 위험이 6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9일 오전 경기도 수원 한 어린이집에서 원생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세배하며 할아버지·할머니에게 보낼 영상 편지를 찍고 있다. 뉴스1
5. 평소 복용하시는 약 상자를 비춰보게 하자.

부모님이 평소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을 가지고 계시다면 코로나19로 병원 방문을 꺼려 복용해야 하는 약이 떨어지지는 않았는지 확인해보자. 고혈압약이나 당뇨약은 가장 단순하고 매일 복용해야 하는 약이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만성질환을 앓고 있어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한다면, 드시는 약들이 어떤 약인지 각각 잘 이해하고 있으신지 여쭤본다. 혹시라도 평소보다 약을 더 많이 드시거나 덜 드시는지 정확히 기억을 못 하신다면, 복용지침을 정확히 확인해 약 봉지에 날짜를 적어놓거나 휴대전화 알람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자. 약을 잊지 않고 제대로 잘 챙겨 드시는 데 도움이 된다.

<스마트폰으로 부모님 건강 체크 리스트 5가지>
1. 먼저 자녀에게 영상 통화를 걸 수 있으신지 확인하자
2. 화면이 자주 흔들리지는 않는지 확인하자
3. 얼굴살이 전보다 빠졌는지 확인하자
4. 양 손의 엄지와 검지로 종아리를 감싸보도록 하자
5. 평소 복용하시는 약 상자를 비춰보게 하자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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