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진핑과 첫 통화.. 미·중 언론 반응은 엇갈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에 이뤄진 미·중 정상의 지난 10일(현지시간) 첫 통화를 놓고 미·중 언론 간 반응이 엇갈렸다.
미국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이 무역과 인권 문제를 고리로 중국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며 대중(對中) 강경 노선을 재확인하고 전통적 동맹과의 협력을 강조했다”는 평가를 내린 반면, 중국은 “음력 새해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국민에게 신년인사를 전한 것은 시 주석과 중국 인민에 대한 존경을 표한 것”으로 풀이했다.
◆미 언론, ‘동맹’과 대중 강경 노선에 방점 찍혔다고 평가
이날 백악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 국민과 미국 동맹국들의 이익을 증진할 때 실용적이고 성과 지향적인 관계를 추구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동맹’을 강조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통화에서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을 보존해야 한다는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못박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처럼 트럼프와의 차별화를 꾀하면서도 대중 강경 기조는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NYT는 “정부 당국자들은 트럼프 전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을 바이든 대통령이 일부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여기엔 아시아 내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대한 이의제기, 대만 독립과 홍콩 자치 옹호, 중국의 사이버 절도와 해킹 단속이 포함된다”라고 설명했다.
NYT는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는 두 정상의 개인적인 관계도 조명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각각 부통령, 부주석 시절이던 2011년과 2012년을 포함, 과거 여러 차례 회동했다. 당시 회담은 꽤 친근한 분위기를 띠었다고 NYT는 설명했다. 바이든의 2013년 방중 당시 시 주석은 그를 “오랜 친구”라고 부르기도 했다.
중국 관영매체는 새해 전날 두 정상의 통화가 이뤄진 것을 두고 ‘미국이 중국에 선의를 표했다’고 해석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이날 통화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시점”이라며 “중국 음력 새해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국민에게 신년인사를 전한 것은 시 주석과 중국 인민에 대한 존경을 표한 것으로 읽힌다”고 보도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선의를 통해 최근 미 새 행정부가 보내온 대중 강경 메시지와 균형을 맞추길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한 “양쪽이 공개한 내용 모두 외부의 예상과 맞아 떨어진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환구시보는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이 그간 여러차례 접촉했고 서로 친숙하다”면서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보다 향후 4년 간 더 신뢰있는 중·미 간 소통 채널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의 “미·중이 충돌할 필요는 없지만 극도의 경쟁이 있을 것”이라는 발언을 언급하면서, 새해 전날 양국 정상 간 통화가 이뤄진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충돌이 아니라 ‘경쟁’에 방점을 찍고 싶어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했다.
환구시보는 또 미 국방부가 중국 태스크포스를 설치해 대중국 국방 전략을 수립할 것이라고 한 것을 두고는 “일각에서 중국에 대해 더 강경하게 나가자고 하는데 이는 미국에 위험부담이 크다. 중·미 간 차이를 관리하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핵심 사안”이라며 “양국이 윈윈하는 것은 현대 인류 문명과 지혜의 승리이고 반대로 양국이 심각한 충돌로 치달으면 인류 전체의 비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중·미가 합하면 모두 이익이고 싸우면 둘 다 손해이므로 협력이 양측의 유일한 선택”이라면서 “서로 오판하지 않도록 대화 시스템을 새로 짜야 한다”고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통화가 단기적으로 양국 관계 ‘수위 조절’(tone-setter) 역할을 했으며, 건설적인 대화와 협력을 통해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길 희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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