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디즈니랜드, 따뜻한 대성당.. 백신 공포 줄이려 선택한 접종 장소
지난달 23일(현지 시각) 영국 남부 윌트셔주 솔즈베리 대성당에서 마거릿 드래블(83)씨가 의자에 앉아 다리를 앞뒤로 흔들고 있었다. 불과 몇 분 전 이곳에서 화이자의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맞은 그는 대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오르간 음악 소리에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지난달 16일부터 솔즈베리 대성당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일주일에 두 번, 하루 1200명씩 이곳에서 백신을 맞는다. 특이한 점은 접종이 진행되는 반나절 동안 생생한 파이프 오르간 연주가 곁들여진다는 것.
코로나 여파로 대부분 공연장이 문을 닫은 상황에서 라이브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한 셈이다. 주임 사제 니콜라스 파파도풀로스씨는 “지난해 제대로 외출도 못한 어르신과 약자들이 오는데 음악으로 편안하고 따듯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전 세계가 백신 접종에 박차를 가하면서 이색 접종 장소가 주목을 받고 있다. 평소 사람들이 즐겨 찾았던 익숙한 공간이나, 즐거운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공간이 새로운 접종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백신을 꺼리는 분위기가 사그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곳이 백신 기피 현상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유럽 등에서는 백신 회의론이 널리 퍼져 있다. 미국 카이저 가족재단이 지난달 11~18일 미국 성인 1563명을 조사한 결과, ‘당장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답한 비율이 51%에 달했다. 숫자상으로 미국인 절반가량이 백신을 꺼리는 상황이다. ‘강제할 경우에만 맞겠다’ 7%, ‘절대 맞지 않겠다’는 사람도 13%였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백신을 달가워하지 않은 의료진도 많다. 작년 12월 독일 의료진 절반 이상이 ‘백신을 맞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다. 프랑스 노인요양시설 종사자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76%가량이 백신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장소’가 대안이 될 수는 없을까. 영국 블룸버그 통신은 ‘긍정적 느낌을 주는 장소가 백신 기피 현상을 잠재울 수 있다’고 보도했다. 평소 즐겨 찾았던 스포츠 경기장이나 즐거운 기억이 있는 놀이공원 등 친숙한 공간이 접종 장소로 쓰일 경우 사람들을 유인하는 ‘넛지 효과’(강제하지 않는 부드러운 개입)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주 대표 놀이공원인 디즈니랜드 주차장이 접종 장소로 쓰인다. 캘리포니아주와 메릴랜드주의 대형 놀이공원 식스 플래그스 주차장에서도 이달 초부터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백신 접종이 한창이다.
이탈리아 토리노의 카스텔로 디 리볼리 현대미술관 3층 전시관도 백신 접종 센터로 쓰인다. 280평 규모에 여러 개의 전시실을 두고 있어 거리두기에도 적합하다. 미술관 측은 현재 전시 중인 스위스 예술가 클라우디아 콤테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크리스토프 바가이예프 관장은 “예술은 항상 돕고, 치유하고, 낫게 했다”며 취지를 밝혔다.
이탈리아는 건축가 스테파노 보에리와 협업해 전국 1500여곳에 핑크색 꽃 그림을 그려 넣은 임시 백신 접종 센터를 설치 중이다. 이탈리아는 “꽃과 함께 이탈리아는 살아난다” 슬로건을 붙여 정부 차원에서 백신 접종을 장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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