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은 백악관에 들어가서도 애플을 쓰고 있을까
[경향신문]
미국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정치 지도자다. 전 세계 해커들의 ‘no.1’ 타깃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미국 대통령은 전자기기를 사용할 때 국가안보국의 철저한 통제를 받는다.
미국 대통령은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정치인이기도 하다. 그는 여러 사람들과 전화로, 소셜미디어(SNS)로 소통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종종 백악관의 강력한 보안 정책과 대통령의 소통 욕구가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버락 오바마와 도널드 트럼프 등 전직 미국 대통령들도 그랬다.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은 어떨까. 애플워치와 사물인터넷 자전거까지 폭넓은 전자기기를 사용해왔던 그는 백악관에 들어가서도 그 기기들을 계속 사용할 수 있을까.
영국 BBC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2000년대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때까지만 해도 미국 대통령이 소유한 기기들의 보안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해킹될 수 있는 기기라고 해봐야 컴퓨터와 ‘스마트’하지 않은 휴대전화 뿐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애플의 아이폰 출시 등 정보통신(IT) 혁신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에 오바마의 개방적인 성향이 더해지면서 백악관의 보안 정책과 시시때때로 부딪혔다.
오바마는 자신이 사용하던 블랙베리 휴대전화를 백악관에서도 계속 쓰고 싶어했다. 원래 미 대통령의 전화기엔 보안상 이유로 개인 연락처도 저장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몇주동안 보안 담당자들과 ‘밀당’을 한 끝에 오바마는 결국 블랙베리로 몇몇 고위직 정부 인사, 가까운 친구들과 연락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다. 백악관에서는 원래 와이파이를 쓸 수 없지만 자신의 거주 공간에 와이파이도 설치했다.
오바마는 2010년 애플이 아이패드를 내놨을 때에도 아이패드를 사용하기 원했다. 국가안보국에서는 아이패드를 개조해 보안을 강화한 ‘오바마패드’를 만들었다. 오바마 정부 고위직들도 이 오바마패드를 사용했다. 오바마는 재임 중에도 블랙베리와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모습이 포착되곤 했다. BBC에 따르면 ‘오바마 백악관’에서 일한 보안 전문가들은 혹시 오바마의 기기들이 해킹될까 불안함에 잠들지 못했다고 한다.
오바마의 후임인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엔 컴퓨터를 쓰지 않고 종이에 기록을 하는 등 보안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2016년 대통령 유세 때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을 사용하던 트럼프는 취임 후 보안이 더 좋다는 이유로 애플 아이폰으로 바꿨다. 트럼프는 국가보안국에서 받은 공용 아이폰으로 트위터를 하고 폭스뉴스 등을 시청했다고 알려져 있다.
문제는 트럼프가 이와 별도로 지인들의 연락처를 저장하는 개인용 아이폰을 썼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는 2018년 10월 전·현직 관리들을 인용해 이같은 사실과 함께 “중국 스파이들이 트럼프의 (개인 아이폰을 해킹해) 사적 대화를 엿들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가짜 뉴스”라고 부인했지만, 트럼프 역시 개인 전자기기 사용으로 인한 내부 갈등이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보도다.
트럼프에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현재는 기술 발전으로 전보다 더 많은 기기들이 인터넷에 연결돼 있다. 사물인터넷으로 일반 제품들도 인터넷에 연결된 경우가 많다.
바이든은 애플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자주 이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보 시절 손목에 애플의 애플워치를 차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바이든의 전기 작가인 에반 오스노스에 따르면 바이든은 애플 뉴스 앱도 종종 사용했다. 펠로톤 운동용 자전거도 탔는데, 이 자전거엔 컴퓨터 화면과 카메라, 마이크가 모두 인터넷에 연결돼 있었다. 하버드 케네디스쿨 강사인 보안 전문가 브루스 슈나이어는 BBC에 “(애플 뉴스와 같은) 소프트웨어는 계속 업데이트가 되기 때문에 좋은 보안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고 밝혔다.
슈나이어는 “(러시아가) 세계 지도자들을 해킹 표적으로 삼지 않을 확률은 제로”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말 러시아 해커로부터 미국 정부 네트워크가 뚫렸다는 보도도 있었다. 가장 큰 악몽은 대통령의 기기가 해킹에 뚫리는 것이다.
슈나이어 등 보안 전문가들은 바이든이 아무 전자기기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한 길이라고 말한다. 지난달 20일 대통령에 취임한 바이든은 아직까지 인터넷에 연결된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모습이 포착되지 않았다. 트럼프가 국가안보국에서 제공받은 아이폰을 사용했듯, 바이든도 제약된 형태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아니면 바이든도 오바마처럼 보다 자유롭게 전자기기를 사용하기 위해, 혹은 ‘바이든패드(Bidenpad)’를 만들어달라고, 백악관 내 보안 전문가들과 승강이를 벌이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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