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C, 판결 3번 미룬 고심 뒤엔..조지아 일자리 있었다

신헌철 2021. 2. 1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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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ITC 판결 배경·전망
포드 등 자국기업 보호하고
中겨냥 '지재권 원칙' 재확인
조지아 공장 일자리는 부담
바이든 거부권 행사 안할듯

◆ LG-SK 배터리 소송 ◆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10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포드와 폭스바겐이 당분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한 데는 미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이 상당한 영향을 끼진 것으로 분석된다. ITC가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ITC는 이날 SK이노베이션이 향후 10년간 미국에 리튬이온배터리 수출을 못하도록 막았다. 지적재산권 침해 사건에 대해 정치적 고려를 통해 과도한 관용을 베풀 수 없다는 원칙적 판결로 풀이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당시 ITC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조지아주의 일자리 문제 등을 의식해 최종 판결을 세 차례나 보류했다. 조지아주에서는 1월 초 상원의원 결선투표까지 치러야 했기 때문에 이른바 정무적 판단에 의해 판결을 계속 늦췄던 셈이지만 선거는 민주당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또 조 바이든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중국과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고, 그 중심에 지적재산권 문제가 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에서도 무역과 인권 문제를 직접 제기해 앞으로도 강경한 중국 정책을 펼쳐나갈 것임을 공식화했다. 앞서 지난 4일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국무부에서 대외정책을 주제로 연설하면서 중국의 인권과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를 정면 거론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지적재산권, 환경 보호, 미국 노동자의 권익 등을 모든 대외정책에 적용하겠다고 공언했다. ITC로서는 지난해 2월 예비 판정 당시와 달라진 사유가 없는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에게 유리하게 판결을 바꿀 명분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ITC는 SK이노베이션의 고객사인 포드와 폭스바겐이 당장 전기차 생산을 중단해야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각각 4년, 2년으로 기간을 정해 배터리와 부품 수입을 한시 허용하는 '고육지책' 혹은 묘수를 꺼냈다.

바이든 정부는 연간 300만대 규모에 달하는 정부 구매차량을 중장기적으로 모두 전기차로 바꾸고, 전기차 충전소를 전국에 50만개 이상 설치하겠다고 공약할 정도로 '친환경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ITC도 포드와 폭스바겐이 계획대로 2022년에 전기차 생산을 시작하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을 수는 없었다는 해석이다. 포드는 전기차 픽업트럭 모델인 F-150 양산 일정에 차질을 빚을 경우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이 같은 전후 맥락을 살펴볼 때 바이든 대통령이 60일 간의 검토 기간을 거치더라도 이번 ITC 판결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로 ITC 설립 100여 년의 역사상 '영업비밀 침해' 건에 대한 거부권이 행사된 전례가 없다. 다만 2013년 애플의 삼성전자 '특허권 침해'를 사유로 일부 제품의 수입을 금지했던 ITC 판결을 버락 오바마 정부가 소비자 권익을 이유로 번복한 전례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ITC가 포드와 폭스바겐의 호소를 일부 수용했기 때문에 백악관은 더이상 개입하지 않는 쪽을 선택할 것이란 전망이 다소 우세하다.

다만 바이든 정부에게도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은 앞으로 정치적 부담이 될 전망이다. 조지아주는 과거 공화당 텃밭이었으나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겼고, 상원의원 2석도 모두 민주당에게 몰아줬다. SK측은 일단 조지아주 공장 건설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긴 하지만 공장 존속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 1공장에서 내년 1분기부터 양산을 시작하고, 2공장도 2023년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여기서 창출되는 일자리가 2600여 개에 달한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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