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고발·부인 편지.. 끝없는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2차 가해 왜?
◆법원·인권위 판단에도 멈추지 않는 2차 가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조성필)는 지난달 14일 별건 재판에서 박 전 시장이 ‘남자에 대해 모른다’, ‘남자를 알아야 시집을 갈 수 있다’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피해자 A씨의 진술을 언급했다. 당시 선고는 지난해 4월 A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동료직원 B씨의 준강간치상 혐의에 대한 것이었다. 재판부는 B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여러 차례 진술한 내용에 비춰보면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당시 검찰 조사 결과 박 전 시장은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피해자와 4월 (성폭행) 사건 이전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원순 부인 손편지’ 공감한 우상호 “내가 박원순”
이처럼 법원과 인권위가 성폭력 발생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단을 내놨음에도 지난 6일부터 온라인에서 공유된 박 전 시장의 부인 강난희 씨의 손편지에는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언급이 담겨 법원과 인권위의 판단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불거졌다. 이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가 편지 내용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혀 2차 가해 논란의 불씨는 더 거세졌다.
우 후보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언론에 보도된 강난희 여사님의 손 편지글을 봤다. 글의 시작을 읽으면서 울컥했다”면서 강씨 편지글의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 앞으로 남은 시간들까지 박원순은 내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도 나의 동지’라는 대목을 인용해 “이를 악물고 있는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얼마나 힘드셨을까, 어떻게 견디셨을까”라고 했다. 이어 “박 시장의 정책을 계승하고 그의 꿈을 발전시키는 일, 내가 앞장서겠다”며 “박원순이 우상호고, 우상호가 박원순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서울시 정책을 펼쳐가겠다”고 밝혀 2차 가해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편지 내용 중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 사람이 아니다’ 등의 문구가 강조되는 것은 법원과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을 부정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법원, 검찰, 인권위를 통해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다시 이야기하면서 행위를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입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며 “피해자 휴대전화 포렌식 등 여러 상황을 보더라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한 사람은 피해자”라고 말했다.
◆‘박원순 계승’ 우상호에… 피해자 “속옷 정리 지시도 계승할 건가”
우 후보가 박 전 시장의 뜻을 계승하겠다고 공언한 것과 관련해 성추행 사건 피해자 A씨는 입장문을 내고 우 후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 지원 단체에 따르면 A씨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전 시장의 정책을 계승한다고 하셨는데, 공무원이 시장의 속옷을 정리하게 하고, 시장 가족들이 먹을 명절 음식을 사는 일들도 정책으로 계승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지난 8일 SNS에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의혹을 부인하는 지지자들을 겨냥해 “피해자를 살인녀로 고발하겠다는 주장에 동참하겠다는 사람이 1000명이 넘었다. 국가기관이 인정한 사실도 그들 앞에서는 무력하다”는 비판 글을 올렸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 실명과 소속기관, 얼굴사진이 인터넷을 떠돌아다닌다”며 “이성에 기반하지 않은 믿음은 곧 폭력이다. 이런 선동을 우리 사회가 계속 수용해도 무방한지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러한 선동에 대한 피해자의 입장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 판단능력을 가진 시민들이 그들의 선동에 대해 ‘멈추라‘고 용기내어 주는 동참”이라고 호소했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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