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中 격리 호텔서 '설'을 맞는 해외 입국자들.."정보가 부족해요"

김민성 2021. 2. 1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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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춘제(春节)대이동 모습 (자료출처: 바이두)


내일(12일)은 우리나라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입니다.
중국에서도 설은 연중 가장 큰 명절로 '춘제'(春节,춘절)로 불리며
올해 공식 연휴는 11일부터 17일까집니다.

지난 달 28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40일 동안의 올해 중국 춘제(春节) 대이동 기간,
연인원 11억 5천만여 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9년에 비해서는 60%정도, 지난해보다도 2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중국 당국은 예측하고 있습니다.

요즘 중국 텔레비전을 보면 '就地过年'(찌우띠꿔니엔) 을 말을 자주 접합니다.
'현지에서 설을 보낸다'.'자신의 근무지에서 설을 맞는' 라는 뜻인데
코로나 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고향 방문을 자제하자는 것입니다.

그래도 명절인만큼 고향의 음식과 고향 소식 등을 전하는 프로그램들도 많아서
춘제(春节)를 앞둔 중국의 분위기를 조금은 가늠할 수 있습니다.

격리 호텔 내부


적막한 격리 호텔서 '설'을 맞는 사람들

명절을 앞둔 사회 분위기와 달리 하루종일 적막감이 감도는 호텔이 있습니다.
복도 바닥은 비닐로 덮여있고
객실 앞에는 음식을 올려놓는 플라스틱 의자와 소독약품통이 놓여 있습니다.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 외에 지나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이곳은 해외 입국자들이 집중 격리되고 있는 베이징(北京)의 호텔입니다.
100여 명의 사람들이 벌써 3주일이 다 되도록 3,4평 남짓한 좁은 객실안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 달부터 중국을 찾는 해외 입국자들은 '14+7+7'의 방역 수칙을 준수해야합니다.
14일은 호텔에서 집중 격리하고 다음 7일은 호텔이나 자가(거주지)에서 격리를,
마지막 7일은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관찰 기간을 거쳐야 합니다.

호텔 측은 베이징(北京)에 거주지가 있는 해외 입국자들의 경우 주민위원회로부터
자가 격리 동의를 받으면 호텔에서 14일 격리를 마친 뒤 자신의 거주지에서 격리를 할 수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그러나 처음 자가 격리에 동의했던 주민위원회는 며칠 뒤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알려왔습니다.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습니다.

어딘지 모르지만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베이징(北京)의 또 다른 호텔들에서 격리 중인 해외 입국자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아
21일 동안을 꼬박 호텔에서 격리를 해야합니다.

지난 주 주말, 거주지 주민위원회 동의를 얻은 것으로 보이는 몇몇 사람들이
호텔을 나갔습니다.
1주일을 더 호텔에서 격리해야하는 사람들은 부러움의 눈으로 바라 봤고
결국 명절인 '설'을 호텔 객실에서 홀로 지내게 됐습니다.

격리 안내문


■"음식 배달은 되나요?"...너무나 부족한 정보

격리 첫날 밤 해외 입국자들이 참여하는 위챗(微信,weixin) 단체 대화방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이 단체 대화방은 다음 날 오전 정지됐습니다.

'격리를 어떻게 해요?', '핵산 검사는 언제 하나요?', '비용은 얼마예요?',
'하루 식사 중 한끼를 안 먹으면 비용은 안내도 되나요?',
'고기를 못 먹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하죠?', "음식 배달은 되나요?"
"카드는 사용 가능한가요?" 등의 질문에서 부터
'화장실 물이 새요', '물품이 망가졌어요'. ' 인터넷이 이상해요 '등의
요구사항이 삽시간에 봇물을 이뤘기 때문입니다.

호텔 측이 사전에 제공한 A4용지 2장 분량의 안내문은
방역 협조와 체온측정 , 식사제공 시간 등의 내용이어서
격리 생활이 처음인 해외 입국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궁금증을 풀어주기엔 너무나 부족했습니다.

베이징(北京)의 또 다른 호텔은
격리 생활을 위한 안내가 부족한 것은 물론 격리 사정이 더 좋지 않습니다.

객실에 비치된 2장의 수건 외에는 추가로 제공받지 못해
최장 21일 동안의 격리 기간을 수건 2장으로 버터야 할 형편이고
생수도 일정량 이상은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베이징 공항에서 격리 호텔로 이동하는 버스 행렬


가족도 '15살' 이상은 모두 '1인 1실' 분리 격리

호텔에 도착한 뒤 방역 책임자로 부터 부부는 물론 부모와 자식 그리고 형제, 자매도
무조건 분리 격리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이곳에 온 저는 책임자로 보이는 관계자에게
이상 증세가 없고, 출국 전 코로나 19 음성 확인을 받았으며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가족을 분리 격리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심정은 알지만 교차 감염 우려로 분리 격리가 정부 원칙이라는 입장만을 되풀이했습니다.

해외 입국자들이 격리되는 날이면 베이징(北京)의 다른 호텔에서도
같은 사례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추후 다시 확인하니 '만 14세 이하, 만 70세 이상'을 제외하곤 가족이라도 모두
'1인 1실'이 원칙이라고 호텔 측은 밝혔습니다.

출국 전 가족 격리에 대해 속시원한 답변을 얻을 곳은 없었습니다.

비자를 신청하거나 탑승 수속을 할 때거나 아니면
대사관 등에서라도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면
도착 첫날 밤 호텔 복도에 쭈그려 앉아 분리 격리를 위해
서로의 짐을 나눠야 했던 가족의 모습은 없었을텐데 말입니다.

가족 격리에 대한 질문들 (자료출처: 바이두)


중국 최대 검색 엔진 바이두를 찾아 봤습니다,
중국인들도 가족 격리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습니다.

분리 격리 조치를 '알고, 이해한다' 라는 댓글이 있는 반면
분리 격리 사실을 모르고 있거나 함께 입국한 가족을 분리 격리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웃음거리다' 라는 반응도 적지 않았습니다.

'14+7+7'당분간 지속...예측 가능한 방안 가능?

지난 달 초, 중순 베이징(北京)을 둘러싼 허베이(河北)성과 동북(东北)자역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자 중국은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등 방역의 고삐를
한층 강화했습니다.

최근들어서는 일일 코로나 19 확진자 수가 10여 명 대로 확연한 감소세에 있고
특히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4일 연속 중국 본토에서는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확진자 수가 줄고 있지만 춘제(春节) 연휴에다 다음 달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两会)' 를 감안하면 당분간은 '14+7+7'정책이 유지될 것 같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올해 8월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청두(成都)에서,
11월에는 샨터우(汕头)에서 청소년 아시안 게임이,
내년 2월에는 베이징(北京)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등
1년 사이 대형 국제행사들이 연이어 중국에서 예정돼 있습니다.

그만큼 중국에서 격리를 해야하는 해외 입국자들도 늘어날텐데요.

방역 효과를 거두는 동시에 최장 3주 동안 격리 생활을 해야만 하는
해외 입국자들의 불편을 덜고 예측할 수 있는 세심한 방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김민성 기자 (kim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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