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이낙연에게 다시 기회를 줄까..李 "광주 정체성 유지위해 역할할 것"[레이더P]

채종원 2021. 2. 11. 15: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박2일 머물며 '텃밭민심' 회복 주력
남대문시장 찾은 지난 추석과 다른 행보
문화전당·한전공대·여순특별법 처리 약속
집권당 대표로 '현안 해결사' 부각
"우리편 의심" 받은 호남서 회복세
"대표 부부가 광주와 스킨십 강화해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설 연휴 초반 이틀을 광주·전남에 머물며 '텃밭 민심' 회복에 주력했다. 국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호남 지역 현안 해결도 약속했다. 4·7 재·보궐선거 후 본격화할 대권 당내 경선에 앞서 '사면론'으로 잃어버린 호남 지지를 회복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호남 민심이 이에 호응하며 그에게 다시 기회를 줄 지 여부가 주목된다.

◆ 나주·광주·순천 잇달아 찾아

이 대표는 1박 2일 동안 광주·전남에서 시급히 요구하는 법안들과 관련된 장소를 찾았다. 압도적 의석수를 가진 여당 대표로서 지역 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행보로 해석된다.

11일 이 대표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광주 문화수도 추진을 위한 원로예술인 현장간담회'를 진행했다. 광주 핵심 현안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특별법(아특법) 관련 행보다. 이 대표는 최근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아특법 처리를 약속했고 이날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당도 2월 주요 처리 법안 목록에 이 법안을 올렸고, 아특법 통과에 힘쓰는 이병훈 민주당 의원이 함께 했다. 이 대표는 "내 내면이 광주에서 성장했고, 전남의 시골에서 자라났다"며 "광주의 빼어난 장점과 정체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미력하나마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오후엔 순천으로 이동해 여순항쟁 위령탑에 참배했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순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특별법이 16대~20대 국회까지 발의됐지만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며 "이제 국회가 결단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앞서 10일엔 한전공대 건립부지도 찾았다. 한전공대는 이 대표가 2014년 전남도지사 출마당시 내건 공약이었다. 그는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의 공약에 한정공대를 넣어달라고 제가 뛰어다니면서 부탁을 했다"며 "(대선)캠프 내 반대하는 분도 계셨는데 공약이 됐고 부지가 결정됐다"며 본인 성과를 강조했다. 이어 "이제 '에너지공과대학 개교'를 위한 특별법 처리가 남아있는 단계"라며 "가급적 2월 국회 안 처리 하기로 김태년 원내대표와 약속하고 왔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추석 연휴 때 이 대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연휴 시작 전날인 지난해 9월 29일엔 서울 남대문 시장을 방문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어려움에 처한 상인들을 만났다. 연휴에도 경찰기동단, 코로나19 키트 공장 방문 등 소위 '민생 행보'에 주력했다. 당시 한국갤럽이 매달 발표하는 차기대선 후보지지도에서 그는 처음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밀렸지만, 호남은 이 대표(43%)가 이 지사(23%)를 크게 앞섰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 입장에선 그만큼 절박해졌다는 의미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 지지율 사실상 최저점?

이 대표는 신년 언론 인터뷰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필요성을 제기한 후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다. 한국갤럽 차기대선후보 지지도에서 올해 1월과 2월 모두 10%를 기록했다. 사면론 직후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난 것처럼 떨어지던 지지율도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10~15%에서 멈췄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 대표 본인 표현을 빌리자면 야단을 맞을 만큼 충분히 맞았다. 사실상 지금이 최저점일 수 있고, 반전 여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지만 마땅한 제3후보가 대안으로 떠오르지 못하면서 이 대표 지지율도 하락세를 멈췄다는 것이다.

특히 호남에서 회복세가 주목된다. 지난해 12월 26%에서 지난달 21%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은 이번 달 29%로 올랐다. 같은 기간 이 지사는 5%포인트 상승해 이번 달 32%였다. 두 사람 간 호남 지지율은 오차범위내로 좁혀졌다. 광주 MBC 등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8일 발표한 광주전남지역 조사에서도 이 대표는 31.1%로 이 지사(26.3%)를 앞섰다.

여당에선 사면론 실기 후 '신복지 정책'을 발표했고,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의힘을 겨냥해 선명한 메시지를 내놓음으로써 사면으로 형성된 부정적 여론이 다소 희석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 광주 선택 다시 받나

그렇다면 호남은 이 대표에게 다시 기회를 주려고 하는 것인가. 2002년 고(故) 노무현 대통령, 2016년 국민의당 돌풍, 2017년 문재인 대통령 후보 선택, 2020년 민주당 압승 등 배경엔 광주의 선택이 있었다. 광주의 민심이 당심과 여권 지지층 여론에 상당한 영향력을 준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앞선 광주MBC 등 조사에서 이 대표는 호남에선 1위를 탈환했지만 광주만 놓고 보면 여전히 이 지사에게 밀렸다. 최근 상황에 대해 광주 지역구 한 의원은 "이 대표가 사면 카드를 내놓자 호남에선 그의 정체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며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당시 합류하지 않았던 과거가 다시 떠오르면서 우리편이 맞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를 완전히 버렸다고 볼 순 없다"는 게 광주지역 복수 의원들의 대체적 평가다. 이 지역 한 의원은 "DJ(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처음 호남 출신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며 "이 대표의 진정성이 다시 느껴지면 떠났던 지지는 자연스레 돌아올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광주지역구 의원은 "특정인을 낙점한 단계로는 볼 수 없어 누구든지 가능성은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한 의원은 "바닥민심은 이 대표에게 X표를 친 경우가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친문재인계 의원은 "문 대통령에게 냉랭해 안철수를 대안으로 찾던 광주민심을 되돌린 건 '호남특보'를 자처한 김정숙 여사때문이다"며 "김 여사가 계속 호남에 공을 들이면서 그 진정성이 자연스레 문 대통령 지지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 부부가 광주와의 직접적인 스킨십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 서울 공략 더 중요

이 대표의 호남 행보가 자칫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수도권 공략에 더 주력해야 한다는 제안도 많다. 한국갤럽의 이번 달 조사에 따르면 이 대표는 서울에선 9%, 경기에선 8%를 기록했다. 반면 이 지사는 23%, 41%로 조사됐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대선 후보는 결국 서울·수도권에서 지지하는 사람이 된다"며 "수도권에서 경쟁력을 키우는데 더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전략통 의원도 "호남민심, 광주선택 이런 건 과거 정치문법"이라며 "인구 규모 상 서울·수도권이 여당의 텃밭이 됐기 때문에 이 곳에서 1위로 올라가야 전체 지지율 상승 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전남 지역구 의원은 "이 대표가 지금의 경쟁력을 유지해준다면 경선에선 호남은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며 "당대표 퇴임 후엔 다른 지역 공략에 더 주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한 중진은 "서울·수도권은 문 대통령 지지율과 연동돼 있는 것"이라며 "부동산 정책 실패 등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이 대표 지지율에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 대표에서 물러나 독자 목소리를 내면 대통령과의 연동 구조가 다소 약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채종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