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은 '인권'으로 압박했고, 시진핑은 '협력'으로 방어했다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중국의 부상에 지난달 20일 출범한 미국의 새 행정부가 어떤 견제 전략을 펼치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처음으로 통화를 했다.
백악관과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성명에 보면 중국의 설인 춘제(春節)를 앞두고 진행된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새해 인사를 한 뒤 중국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야에서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었다.
◇인도·태평양 전략 이어간다=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국민의 안보·번영·건강·삶의 방식을 보호하고, 자유롭고 개방적인(free and open) 인도·태평양을 보존하는 것이 자신의 우선순위라고 단언했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로의 회귀' 혹은 '재균형' 정책을 잇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 아시아 정책으로 바이든 행정부도 이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역내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 태평양과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구축해 사실상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한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중국은 이를 못마땅해 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지난해 11월 말 사설을 통해, 새롭게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용어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폐기하고, '아시아·태평양'을 다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아시아·태평양'은 경제적, 협력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인도·태평양' 이란 용어는 역내 분열을 초래했고 역내 국가들이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지정학적 환경을 조성했다고 비난했다.
◇인권·민주주의에서 압박=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강압적이고 불공정한 경제 관행, 홍콩 탄압, 신장에서의 인권 탄압, 대만을 포함한 이 지역에서 점점 더 강경해지고 있는 행동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도 나타냈다.
홍콩과 신장, 대만 관련 문제들은 중국이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야이다. 중국 정부는 홍콩과 신장, 티베트는 "국내 문제"이며 "외부 세력이 개입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대만과 관련해선 중국 외교를 총괄하는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지난 2일 국제포럼 화상 연설에서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핵심 이슈"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날 백악관은 두 정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염병에 대한 대응과 세계 보건 안보, 기후변화, 무기 확산 방지라는 공통된 과제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간 인권과 민주주의 분야에서 중국을 강하게 몰아세우고, 경제와 기술 분야에서 경쟁을 벌이며, 기후변화와 대량무기확산, 보건위기 등에선 중국과 협력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혀왔는데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통화는 이 같은 점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미중 협력이 유일한 선택지"=반면, 이날 시 주석은 지난 반세기 동안 국제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미중 관계의 회복과 발전이라고 언급하면서, 그 기간 동안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전반적인 발전은 계속돼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 번영은 촉진됐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 미중 협력은 양국 앞에 놓인 유일하게 올바른 선택이라면서 양국 간 협력은 양국과 전 세계에 이득이 되는 수많은 중요한 일들을 이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양국 간 대립은 양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 주석은 또 양국은 상대의 정책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해고 오해와 오판을 막기 위해 다양한 대화 메커니즘을 재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이점을 인식해 이를 관리하고, 협력을 노선을 촉진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의 성명은 양국 간 협력의 중요성에 대한 시 주석 발언이 대부분이지만 민감한 내용도 일부 들어있다. 시 주석은 대만과 홍콩, 신장 관련 문제는 중국의 내부 문제이며 중국 주권과 관련된 사안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또 미국은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해야 하며,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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