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장에 3조 들인 SK이노, LG에너지와 합의 택할까(종합2보)

경계영 2021. 2. 1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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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ITC 최종결정서, LG에너지에 승소
美공장 공사 한창인데..SK이노 '발등에 불'
LG에너지, 협상 앞두고 '진정성 있는 태도' 강조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배터리(이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줬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내로 배터리와 배터리 관련 부품·소재 일체를 10년 동안 들여올 수 없도록 조치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지만 곧장 합의로 이어지긴 어려워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에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태도로 협상에 임할 것을 요구한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이번 결정에 유감을 표하며 남은 절차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예비 이어 최종 결정까지도…LG에너지 ‘판정승’

ITC는 10일(현지시간) LG화학(051910)의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096770)을 상대로 제기한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결정에서 관세법 337조에 따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셀·모듈·팩과 관련 부품·소재의 미국 내 수입 금지 10년을 명령했다.

이로써 2019년 4월29일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ITC에 소송을 제기한 지 654일 만에 영업비밀 침해 소송 결론이 나왔다.

지난해 2월 예비판정에서 ITC가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 판결(Default Judgment) 내린 이유가 이번 최종 결정에서도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9년 10월 LG에너지솔루션 요청으로 SK이노베이션 디지털 장비에 대한 포렌식 결과 증거 훼손 등이 발견됐다.

관건으로 꼽혔던 수입 금지 조치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모듈·팩과 관련 부품·소재 일체가 포함됐고 금지 기간이 10년으로 결정됐다.

다만 ITC는 당초 공급이 예정된 포드의 전기픽업트럭 F-150 배터리 부품·소재에 대해 4년 동안, 폭스바겐의 MEB향 배터리 부품·소재에 대해 2년 동안 각각 수입을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이와 관련 ITC는 완성차 업체가 새로운 배터리 공급사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드와 폭스바겐에 유예기간을 줌으로써 미국 내 포드와 폭스바겐 공장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미 SK이노베이션을 탑재해 미국에서 판매된 기아의 전기차 배터리 수리·교체를 위한 배터리 제품 수입 역시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SK이노 “안전한 배터리·美공장 가동…美에 손해” 호소

SK이노베이션은 ITC 최종 결정 직후 “남은 절차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ITC 최종 결정은 60일의 심의 기간을 두고 행정부 수장을 거쳐 확정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0년 동안 안전성 문제 없었던 배터리를 미국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없다면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 큰 손실일 뿐 아니라 미국 조지아주에 짓는 배터리 공장에서 최고 6000여개 일자리 창출을 포함한 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도 크다고 강조할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9.8GWh 규모의 1공장을 완공하고 이르면 올해 말부터 가동할 예정이었으며, 2023년 초 11.7GWh 규모의 2공장에서 양산할 시작할 계획이었다.

다만 영업비밀 침해 건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심의 기간이 끝난 후 60일 안에 미국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할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항소 기간 수입 금지와 영업비밀 침해 중지 효력은 지속된다. 2010년 이후 ITC 최종 결정에서 수입금지 명령이 나온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총 6건이고, 이 가운데 5건이 항소를 진행했지만 결과가 바뀌진 않았다.

결국 SK이노베이션으로선 심의 기간 60일 안에 합의에 적극 나설 수 밖에 없으리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심의 기간 SK이노베이션이 공탁금(Bond)을 내면 ITC 명령 효력이 일시 중지되고 이 기간 합의가 이뤄지면 수입금지 조치 등엔 아무 영향이 없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제1 배터리 공장 현장. (사진=SK이노베이션)

LG에너지 “진정성 있는 태도라면 합리적으로 임할 것”

앞서 양사는 협상에 나섰지만 손해배상금 규모를 두고 의견 차가 커 결렬됐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미국 연방 영업비밀보호법(DTSA)에 근거해 향후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매출액의 일정 비율 등 합의금 수조원대를 요구하는 데 비해 SK이노베이션 측은 수천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최종 결정이 나온 후 LG에너지솔루션은 컨퍼런스콜에서 SK이노베이션과 합의에 이르지 못한 이유로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임했기 때문”이라며 “이제 ITC 최종 결정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태도로 협상한다면 합리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수준에 대해선 자세한 언급을 피하며 “침해된 영업비밀에 상응하고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안”이라고 설명했다.

ITC가 이번에 최종 결정을 내렸지만 또 다른 소송이 줄줄이 남아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ITC와 함께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했으며 연방지방법원이 손해배상 규모를 결정할 예정이다. 연방지방법원은 통상 ITC 최종 결정을 준용한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 외에도 ITC에선 특허 침해 소송도 진행 중이다.

미국 외 다른 지역에서도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의 기술 탈취와 그에 따른 LG에너지솔루션의 피해가 미국에만 한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다른 지역에서 소송을 진행할지 여부는 SK이노베이션 태도에 달려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경계영 (ky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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