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멸시' 모리 도쿄올림픽위원장 사퇴.. 국제 비난에 백기
모리 조직위원장이 11일 여성 멸시 발언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관계자에게 전달했다고 NHK 등 일본 매체가 속보로 보도했다. 모리 위원장은 12일 예정된 조정 중인 조직위 이사회·평의회 임시합동회의에서 정식으로 사퇴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 많은 회의 시간이 걸린다” 국제적 파문
모리 위원장은 지난 3일 일본올림픽위원회(JOC)의 여성위원 확충 방침에 대해 “여성이 포함된 이사회 회의에서는 시간이 걸린다”는 여성 차별 발언을 해 국제적인 논란을 일으켰다.
모리 위원장 위원장은 당시 JOC의 여성위원 확충 방안에 대해 “(화상회의를 위한) 텔레비전이 있어 (말)하기 어렵지만 여성 위원을 뽑는 것은, 일본은 문부과학성이 시끄럽게 하고 있다”며 “여성이 많이 들어간 이사회는 이사회 회의기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것은 럭비협회(는), 지금까지의 두 배가 걸린다. 여성이 10명 정도 있나? 5명 정도 있었나?”라며 “여성이라는 것은 경쟁의식이 강하다. 누군가 한 사람이 손을 들고 말하면 본인도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그래서 모두 발언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성을 늘릴 경우에는 발언 시간을 어느 정도 규제하지만 않으면 좀처럼 끝나지 않기 때문에 곤란하다는 말씀도 있다”며 “누가 말했다고는 말하지 않겠지만”이라고 했다.
모리 위원장은 논란이 커지자 다음날인 4일 기자회견에서 “올림픽·패럴림픽 정신에 반하는 부적절한 표현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깊이 반성한다”며 사죄한다면서도 사퇴는 거부했다.
모리 위원장이 사퇴를 거부하자 대회 봉사자나 성화 봉송 주자의 사퇴가 이어지는 등 파문이 계속됐다.
일본 여성 의원들이 모리 위원장 발언에 항의하기 위해 흰색 옷을 입고 국회에 출석하는 등 모리 위원장의 거취가 쟁점화했다.
◆스가 총리 책임회피로 궁지…결국 사퇴로 급선회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통해 일본의 국제적 이미지를 높이려다 모리 위원장의 전근대적인 발언으로 궁지에 몰렸다. 결국 국제적 비난 여론에 백기를 들었다.
스가 정권은 당초 모리 위원장의 사과 선에서 사태를 봉합하려 했으나 국제올림픽(IOC)의 비난 성명 등 해외의 비판 목소리가 끊이지 않자 모리 위원장 퇴진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스가 총리는 지난 8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모리 위원장에 대한 야당의 사퇴 요구에 대해 조직위가 독립조직임을 이유로 들며 “내가 진퇴를 거론해서는 안 된다. 조직위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발언하는 등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했다.
총리는 조직위 고문회의 의장이고, 고문회의는 조직위에 조언을 할 수 있도록 정관에 규정하고 있어 스가 총리 발언은 책임 회피성 답변이라는 반론이 잇따랐다. 나카노 고이치(中野晃一) 조치대 교수(정치학)는 도쿄신문에 “지난해 올림픽을 연기할 때도 (당시) 총리가 판단했다”며 “조직위가 정부에서 독립한 조직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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