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바이든 통화, 발표 내용부터 달랐다..핵심쟁점 이견 여전
시진핑 "중-미 다투면 모두가 다쳐"
바이든 "솔직·건설적 대화 의지 있다"
양국 관계 개선, 코로나19 대응 등 공통 분모
무역·경제 분야, 대만·홍콩·신장 등 이견 첨예
부분적 협력, 전략적 경쟁·갈등 이어질 듯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 오전 전화통화를 하고 양국 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대만·홍콩·신장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선 인식 차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양국이 각각 발표한 정상통화 내용도 크게 달랐다.
<중국중앙방송>(CCTV)는 이날 오전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이 통화한 사실을 속보로 전하며, “두 정상은 소의 해를 맞는 중국의 춘제를 서로 축하하고, 양국 관계와 국제 및 지역 현안에 대해 깊이 있게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미-중 정상 간 접촉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 주석은 통화에서 “지난 반세기에 걸친 국제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중-미 관계가 회복·발전한 것”이라며 “비록 우여곡절과 어려움을 겪은 시기도 있었지만, 양국 관계는 진전을 멈추지 않았고 풍부한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미가 화합하면 서로에게 유리하고, 싸우면 모두가 다칠 수밖에 없다”며 “협력이야말로 양국의 유일한 선택지이며, 중-미가 맞서 싸운다면 양국은 물론 세계에도 재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현재 중-미 관계는 중요한 관문에 들어섰으며, 중-미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은 양국 인민과 국제사회가 공통으로 기대하는 바”라며 “일부 문제에 대해 양국의 관점이 다르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상호존중과 평등한 대우, 양국 간 차이를 적절히 통제하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양국 외교부문은 양국관계는 물론 국제 지역 현안 등 광범위한 문제에 대해 심도 깊은 소통을 할 수 있으며, 양국 간 경제 금융 법 집행, 군사 분야를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 접촉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대화 채널을 재가동해 양쪽의 정책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오해와 오판을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시 주석은 “불확실성이 가득한 현 국제정세에 직면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미 양국은 특수한 국제적 책임과 의무가 있다”며 “세계 정세의 조류에 순응하고, 공동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세계 평화와 발전을 촉진하는 역사적 공헌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미-중 관계 개선과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중국이 ’침해할 수 없는 핵심 이익’으로 규정한 사안에 대해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대만, 홍콩, 신장과 관련된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며, 중국의 주권과 영토보전에 관련된 사안”이라며 “미국 쪽은 중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하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가 발표한 이날 정상통화 내용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도 양국 관계 개선 의지를 보였다. 중국 외교부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은 상호존중의 정신 아래 중국과 솔직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할 의향이 있으며, 이를 통해 상호 이해를 높이고, 오해와 오판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중 양국은 충돌을 피하고, 기후변화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 쪽 발표 내용은 분위기가 사뭇 달라 보인다. 백악관이 발표한 통화내용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의 안전·번영·건강과 삶의 방식을 보호하고, 자유럽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유지하는 게 최우선 과제”임을 재확인했다. 또 “중국의 강압적이고 불공정한 경제적 행태와 홍콩에 대한 탄압, 신장에서 벌이고 있는 인권유린, 대만을 포함한 역내에서 중국이 갈수록 공세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근본적인 우려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은 지난달 취임 이후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잇따라 내놓은 대중국 인식과 맥을 같이 한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4일 미 국무부에서 한 연설에서 중국을 “가장 심각한 경쟁자”고 규정한 바 있다. 이날 통화에서 양국 정상은 △코로나19 방역 △기후변화 대응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등을 공통 관심사이자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로 꼽았지만, 경제·무역 분야와 대만·홍콩·신장 등 핵심 현안을 둘러싼 전략적 경쟁과 갈등은 지속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베이징 워싱턴/정인환 황준범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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