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수도권 재확산에 확진자 다시 500명대.. 추석 때보다 나쁜 상황

박지원 2021. 2. 1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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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신규 확진자 504명
설 명절 연휴 첫날인 11일 오전 중구 봉래동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구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관계자들이 업무에 앞서 서로의 보호구를 정리해주고 있다. 뉴스1
설 연휴가 시작된 가운데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500명대로 급증하며 재확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명절 가족 모임을 지양하라는 방역 지침에도 설 연휴 기간 사람 간 이동과 접촉이 늘어나면서 자칫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또다시 수도권으로 감염의 고리가 꼬리를 물고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름 만에 다시 500명대… 신규 확진자 80% 수도권

11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504명이다. 444명이었던 전날보다 60명 늘어난 수치다. 500명대 신규 확진자는 IM선교회발 집단발병 여파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달 27일의 559명 이후 보름 만이다. 

하루 확진자 수는 지난 주말과 휴일을 거치며 잠시 200명대 후반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1주일간 확진자 수치도 다시 늘어나고 있다. 이달 5일부터 11일까지 일주일간 신규 확진자는 일별로 370명→393명→371명→288명→303명→444명→504명을 기록해 하루 평균 382명꼴로 발생했다. 권역별로 1주간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수도권 278.0명, 경남권 24.0명, 경북권 16.9명, 호남권 13.3명, 충청권 11.9명, 강원권 4.9명, 제주권 2.3명 등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의 핵심 지표인 지역발생 확진자는 일평균 351명으로 2단계 범위를 유지했지만 전날 기준 346명보다는 5명 증가했다.

문제는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모여있는 수도권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종교시설, 학원, 직장, 사우나 등을 고리로 크고 작은 감염이 속출하면서 전체 신규 확진자의 약 80%가 수도권에서 나오고 있다. 이날도 전체 지역발생 확진자 467명 가운데 82%인 383명이 수도권에서 나왔다. 수도권에서는 지난해 12월 초부터 두 달 넘게 거리두기 2.5단계를 적용해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을 제한하고 있지만 방역 효과는 점점 떨어지는 모양새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주 국내 발생 확진자 수의 75% 이상이 수도권에서 발생했다”며 “수도권의 ‘감염 재생산지수’는 1을 넘은 것으로 나타나 설 연휴에도 확진자가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설 연휴 첫날인 11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보다 나쁜 상황… 전파력 센 변이 바이러스도 걱정

방역당국은 지난 추석보다 이번 설 연휴 상황이 더욱 좋지 않은 것으로 보고있다.

확진자 1명이 다른 사람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나타내는 감염 재생산지수는 전국 기준으로 한때 0.7∼0.8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6일까지 일주일간은 1.04로 다시 올랐다. 감염 재생산 지수가 1 미만이면 ‘유행 억제’, 1 이상이면 ‘유행 확산’을 뜻한다.

새로운 집단발병 사례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경기 부천시의 영생교 승리제단 시설 및 오정능력보습학원과 관련해선 이틀 연속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와 누적 확진자가 96명으로 늘었다. 승리제단과 보습학원에는 같은 확진자가 다녀가 역학적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전날 0시 기준으로 인천의 한 인테리어 업체와 관련해 종사자와 가족 등 총 11명이 확진됐고, 경기 안산시의 한 제조업체 및 이슬람성원 관련 사례에서는 총 10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부산에선 목욕탕 3곳에서 환자가 다수 발생했다. 동래구 소재 목욕탕 이용자 3명과 직원 1명 등 4명 외에 해당 목욕탕 확진자 동선상 확인된 또 다른 목욕탕 직원 1명 등이 확진됐다. 중구 소재 목욕탕 이용자도 5명 확진됐다. 동일집단 격리 중인 해운대구 노인요양시설 입소자 1명과 기장 병원 입원환자 1명도 추가 확진됐다. 중구 재활병원에서도 정기 검사로 간병인 1명, 자가격리자 검사에서 환자 1명 등이 확진됐다. 감천항 부산 항운노조 관련 노조원 가족 2명도 추가 확진됐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센 해외유입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세도 걱정거리다. 국내에서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에서 유행하는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는 벌써 80명이나 나왔다. 이 중에는 지역사회에서 ‘n차 전파’를 일으킨 사례도 포함돼 있다.

◆당국 “설 연휴 재확산 계기 안 되게 주의를”

방역당국은 이번 설 연휴가 코로나19 재확산의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연일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권 1차장은 “방역당국의 입장에서 이번 설 연휴가 갖는 의미는 어느 때보다 크다”며 “타향에서 살던 분들이 이동하고 만나는 것이 감염 확산의 통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도 전날 브리핑에서 명절을 앞두고 수도권 주민이 강원도 화천의 가족을 방문했다가 7명이 확진된 사례를 언급하면서 “평소 자주 만나지 않던 이들과의 식사, 다과, 음주를 동반한 모임은 감염 위험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윤 반장은 특히 “3차 유행의 감소세가 정체되고 있고 재확산의 위험도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연휴에 지역 간 이동이 늘어나고 평소에 만나지 못하던 가족, 지인과의 만남이 많아지면 3차 유행이 다시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이날 10명 추가로 발생해 누적 1496명이 됐다. 확진자 중 사망자 비율인 치명률은 약 1.81%다. 감염 후 치료를 통해 격리 해제된 확진자는 412명이 늘어난 총 7만2638명으로 확진자 중 격리 해제 비율은 88.12%다. 현재 격리돼 치료 중인 환자는 전날보다 82명 늘어 8300명이다. 위·중증 환자는 전날보다 14명 감소한 170명으로 집계됐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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