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덮친 '코로나 블루'..'마음챙김' 교육을 해보는 건 어떨까
[경향신문]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친 이후 학생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를 가장 크게 체감하는 집단이 됐다. 학교가 문을 닫았고, 개학을 했는데도 친구들 얼굴을 모르는 날이 이어지며 학생들이 ‘코로나 블루’(우울)에 취약해졌다는 교육계 안팎의 우려마저 나온다.
어른들은 학생들의 ‘학습 공백’과 ‘학력 격차’를 주로 염려하지만 어쩌면 학생들 스스로 느끼는 가장 큰 문제는 머리가 아닌 마음에 있을지도 모른다. 이들의 정서를 교육을 통해 보듬어 줄 방법은 없을까? 서울시교육청 교육정보연구원이 이달 초 발간한 ‘코로나19 이후의 학생 심리지원을 위한 마음챙김 교육: 해외 사례를 중심으로’를 통해 ‘마음챙김 교육’을 소개한다. 연구책임은 김유리 서울교육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이 맡았다.
■학생들이 맞닥뜨린 어려움, 관계 단절과 자기통제 스트레스
연구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확대되며 학생들의 건강한 정서행동에 부정적 영향을 준 요인으로 크게 ‘관계 단절’과 ‘자기통제 스트레스’를 꼽았다. 학생들이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며 디지털 기기 사용에 쉽게 노출되고, 사이버중독을 비롯해 우울, 불안, 공격성 등 정서행동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비대면 수업에서도 어쨌든 ‘해내야 하는 학습량’은 여전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전에 비해 큰 ‘자기통제력’과 ‘자기관리능력’을 요구받게 돼 스트레스까지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만약 학교에 지속적으로 나가는 상황이라면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자기를 통제할 수 있지만, 비대면 상황에선 이 모든 과제가 오롯이 학생 개인에 달렸다. 연구는 “더 큰 문제는 과거 코로나19 이전처럼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며 “따라서 학생들의 건강한 정서행동을 위한 심리 지원은 현재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매우 필요하며, 학생들 스스로 자신을 알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의 접근방식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에 집중하라, ‘마음챙김’
이때 나온 방안이 ‘마음챙김(mindfulness)’이다. 연구에 따르면 이는 ‘지금 이 순간에 대한 명확한 주의와 자각’ 또는 ‘의도적으로 시비를 가리지 않고 현재 순간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으로 정의되는데, 종합하면 ‘주의와 자각을 통해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의 상황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상황을 명확히 인식하고, 집중력과 통제력을 증가시키는 중요한 심리요인’이다. 연구는 이를 통해 심리적 안녕감, 행복감 같은 긍정심리는 증가하고 우울과 불안 같은 부정심리는 감소시킬 수 있다고 본다.
이같은 마음챙김을 교육 현장에 접목한 것이 마음챙김 교육이다. 연구는 이를 “호흡과 명상, 신체 동작 등을 체계적으로 종합한 명상 교육 프로그램을 의미한다”고 정의내렸다. 사고, 감정 경험, 육체적 행동 사이 관계를 더 잘 이해함으로써 충동적으로 ‘반응’하는 대신 자극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게끔 가르치는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시기에 이를 학부모, 학생, 교직원에게 조언한 아일랜드의 사례가 있다. 아일랜드 교육기술부는 스트레스와 불안과 같은 감정은 무엇인지, 이러한 감정이 나타나면 어떤 느낌이고,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했다. 또한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이완기법도 요가, 명상, 마음챙김, 근육 이완, 심호흡, 시각화, 바디포커스 등으로 제시했다. 예를 들면 현재에 순간순간 주의를 기울이며 마음챙김 하라, 자신의 기폭제(트리거·trigger)를 알라, 각각의 생각을 나뭇잎 위에 놓고 그 잎이 개울 위에 부드럽게 떠있는 것을 상상해보라 등이다.
연구는 “이같은 마음챙김 교육을 통해 ‘스스로 해낼 수 있는 힘’이 길러지며,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일어나는 내외적 현상을 알아채는 마음챙김 그 자체가 능력”이라고 평가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안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이러한 ‘감정을 잘 다스리는 법을 배우는 것’이 자기 삶의 웰빙과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아직까진 제한적인 심리정서 지원
연구에 따르면 아직까지 국내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정서 지원은 정서행동 위기학생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연구는 “위기학생을 대상으로 한 마음챙김 교육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고, Wee센터에서도 학생 심리지원은 상담교사의 상담지원이 주를 이뤄 학생 심리지원을 위한 마음챙김 교육은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며 “인성교육의 형태로 창의적 체험활동, 중학교 자유학년제, 학교스포츠클럽 등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마음챙김 교육(마음빼기 명상교실 등)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이는 지속성이 담보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한다. “제도화를 통한 체계적인 지원은 전무한 상태”란 것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 학교 마음챙김 교육이 교육 관련 비영리단체가 학교와 연계해 단체가 직접 개발한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연구는 “미국에서는 마음챙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고 있는 전문기관들이 상당히 많다”고 소개한다. 특히 ‘마인드풀 스쿨’이란 형태에선 마음챙김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교사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마음챙김 교사자격증을 발급하기도 한다. 교사들은 온라인 강좌 4개 교과(명상 실습, 초중등교육과정과 학급관리, 뇌과학, 아동발달 및 연구법, 대인관계 기법) 등을 4~8주에 걸쳐 배우고 수련회와 코칭 모임 등으로 연수를 이어간다.
영국에선 인성교육의 정책적 초점이 마음챙김을 교육할 수 있는 전문교사 양성에 맞춰져 있다. 특히 마음챙김 교육을 원하는 교사는 전문적인 훈련과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 덕분에 영국 잉글랜드 지역의 370여 학교에서 마음챙김 교육이 시행되고 있다.
이같은 해외 사례를 두고 연구진은 “해외에서는 마음챙김을 미래사회에 필요한 핵심역량으로 이해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특정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심리지원 방법이 아닌, 21세기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핵심역량으로써 코로나19 이전부터 이미 학생들에게 교육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도 해볼까, 마음챙김 교육
한국 교육 현장에 마음챙김을 도입할 수는 없을까? 연구는 학생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역량교육으로써 마음챙김을 실현하려면 우선 학생 심리지원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마음챙김 교육을 위한 전담부서가 필요하며, 학교와 전문기관과의 협력 네트워크(온라인 플랫폼)를 구축하는 과제부터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을 행하는 주체인 교사의 역량이다. 미국과 영국에서의 마음챙김 교육은 마음챙김을 먼저 경험해본 교사가 주도적으로 시행했다. 이에 따라 연구는 마음챙김에 대한 교사 연수를 강화해야 하고, 교사가 우선 마음챙김을 경험하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단기적으로는 희망하는 교사를 대상으로 마음챙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전문기관 연계, 교육비 지원 등)하는 방안도 꼽힌다.
무엇보다 한국에선 아직 마음챙김에 대한 인식 자체가 희박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연구는 “기존에 교육현장에서 잘 알려진 감정코칭, 뇌교육 등과 마음챙김 간 공통요인을 찾고, 마음챙김이 이러한 교육에 활용될 방안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학생들의 마음챙김 역량을 측정할 수 있게끔 발달단계를 감안한 설문문항 개발과 해외의 프로그램을 한국 현장에 맞게 보급하고 성과를 측정하는 연구 또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워크북이나 앱 개발 등도 후속 과제다.
연구진은 “마음챙김 교육은 학생들에게 주의를 집중하는 것을 배우고, 자동적인 반응을 덜 하게 되고,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좀 더 연민을 지니게 되고, 궁극적으로 삶을 잘 살아가도록 도울 수 있다. 치료보다는 ‘예방’ 및 ‘단련’을 위한 ‘역량’ 함양을 목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으며 마음챙김 교육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 구축 및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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