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퇴사 후 '심야식당(주점)' 차린 30대 중반 '청춘'의 고군분투 이야기
코로나19시대로 인해 한 달 매출 마이너스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존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우리의 삶을 지배한 지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장기화되는 사회적거리두기에 모든 사람들이 지쳐가는 요즘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하루하루 줄어가는 고객들을 바라보며 한숨 짓는 자영업자들이다.
이런 힘든 시기에 퇴사를 하고 창업을 시작한 세명의 ‘무모한 퇴사자’들이 있다. 그 주인공은 심야식당(주점)을 운영 중인 김사자(가명·34), 오사자(가명·35), 이사자(가명·35). 꿈 많았던 퇴사 때부터 현실과 마주한 지금까지, 비좁은 연남동 어느 골목에서 꽃 피우고 있는 그들의 청춘 이야기를 담았다.
-퇴사를 선택한 이유?
김사자 : “여기 있는 3명 대부분이 영상 관련 일을 했다.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주체성이 떨어지며 권태가 찾아왔다. 새로운 일을 하며 인생에 ‘재미’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퇴사를 할 때도 기분이 좋았다.”
오사자 : “짜인 틀 안에 있기보다는 원하는 일을 하며, 잠깐이라도 쉬어가고 싶었다. 30대 중반이라 걱정이 많았지만, 지금 시기가 지나면 더욱 도전하기 힘들 것 같아 과감히 선택했다.”
-창업 아이템, 심야식당으로 정한 계기?
김사자 : “유튜브 ‘백수의왕퇴사자’를 운영 중이다. ‘백수의왕퇴사자’는 구독자가 정해주는 대로 운영을 하는 프로젝트인데, 구독자가 ‘심야식당’ 콘셉트의 주점을 정해주었다.”
-동업을 선택한 이유?
이사자 : “원래 오사자와 둘이서 창업을 약속했다. 하지만 처음 시작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뜻이 맞는 김사자도 함께 하게 되었다. 누군가 중재하는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에 둘보다 셋이 좋다. 다수가 동업을 하는 것이 안전장치라고 생각한다.”
-심야식당 창업, 전반적인 과정?
김사자 : “간단하게 설명하면, 부동산 계약 후 인테리어 공사 후 기타 필요한 물품을 구매한다.”
이사자 : “우리도 첫 번째 도전이기 때문에 정보가 부족해, 우여곡절이 많았다. 6월부터 시작해 부동산 답사를 한 달하고 장소를 신도림으로 결정했으나, 알고 보니 영업허가가 안 나는 곳이라 철거를 하고, 현재 소송 중이다. 지금 위치한 연남동은 8월에 계약하게 되었고, 공사 과정에서도 문제가 생겨 11월에 오픈했다. 너무 늦어졌다.”
-초기 투자비용?
이사자 : “인테리어 1,500만원, 중고기기 250만원, 에어컨 250만원, 철거비용 700만원, 기타 기물(접시, 집기 등) 300만원으로 총 3,000만원 정도다. 철거비용만 아니었으면 2,300만원으로 할 수 있었다.”
오사자 : “보증금이나 월세는 따로다. 현재(연남동) 보증금은 1,500만원이고, 월세는 150~200만원 사이다. 소송 중인 곳(신도림)은 보증금 1,000만원, 월세 70만원이었다. 상권이 좋아 임대료가 오른 거지만, 코로나19로 힘들다. 월세를 낮추면 건물 값어치가 내려가기 때문에 대부분 월세도 낮춰지지 않아, 연남동 상권 전체 공실률이 10%를 넘길 정도다.”
-한 달 매출?
오사자 : “술값만 받는 가오픈 기간 2주를 거친 후, 11월 셋째주 월요일에 오픈했다. 오픈 하루만에 코로나가 2단계로 격상해 화요일부터는 9시까지밖에 영업을 못했다. 11월 매출은 411만 8,180원, 지출은 477만 4,108원이 나왔다. 결국 11월 이익은 마이너스 65만원 정도 나왔다. 12월 매출은 242만 5,780원, 지출은 409만 4,338원으로 총 이익은 마이너스 170만원이다. 참고로 지출에는 인건비를 제외한 식자재, 주류대금, 보증대금 등을 포함했다.”
김사자 : “이게 코로나19 시대의 현실이다. 호기롭게 나오긴 했지만, 현실의 큰 장벽에 부딪쳤다. 예전에 일했던 분들이 영상을 만들어달라는 연락에 무엇이라도 해야하지 않나하고 흔들리고 있다.”
-운영시간?
이사자 : “보통 오후 3시에 나와서 장보고, 청소하고, 재료 손질을 2시간 동안 한 후, 오후 5시부터 손님을 받는다. 원래는 오전 2시까지 할 생각이었지만 코로나19로 오후 9시까지 운영한다.”
오사자 : “이름은 심야식당이지만, 매출이 워낙 안 나와 오후 12시부터 2시까지 점심 장사를 한다. 하지만 오늘도 한 테이블만 왔다.”
-심야식당 운영의 중요한 키워드?
이사자 : “현재 상황에서는 ‘존버’(끝까지 버티기)라고 생각한다. 그것보다 잘하려고 하면 힘들기 때문에 ‘존버하자’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오사자 : “지금은 ‘존버’라는 키워드가 가장 어울리지만, 가게 입장에서는 ‘소통’이 제일이다. 손님 입장에서 자기 집 와서 이야기하듯 편안한 마음으로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김사자 : “‘재미’ 또한 중요하다. ‘나’가 가게 운영에 재미를 느껴야, 그 모습을 보는 손님들이 즐거워 계속 방문하게 된다.”
-후회하는지?
오사자 : “코로나19로 상황이 안 좋다 보니 점심 장사, 배달 준비 등 생각하지 않았던 선택지들이 생겨나 가끔 ‘현타’(현실자각타임)가 온다. 하지만 시작한 후회는 없을 정도로 재미있다.”
김사자 :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만큼 후회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게으르고, 재미없는 삶을 살았지만 현재는 매일이 즐겁다.”
-‘너두가능’?
오사자 : “부지런하고 열의만 있다면 어떤 창업이든 누구나 가능하다. 다만, 준비가 된 상태에서 퇴사를 권하고 싶다. 주변에 준비 없이 퇴사를 하고 힘들어하는 분이 있다. 우리도 퇴사 날짜를 결정하고 긴 시간 회의하며 준비단계를 거쳤다.”
김사자 :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한발 내디디면 경제적 풍요로움은 모르지만, 삶의 풍요로움을 가져올 수 있다 생각한다.”
/고다연 기자 god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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