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취업 잔소리 안 들어서 좋아요".. 설 연휴 거리두기 반기는 2030

박지원 2021. 2. 1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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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가족들이 모이기만 하면 언제 결혼하냐고 끝없이 물어봐서 스트레스가 심했습니다. 우리집이 큰집이라 친척들이 집으로 모이기 때문에 피할 수도 없었는데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못 모이니 오히려 잘됐다 싶은 마음마저 듭니다."

결혼 3년차 직장인 박모(36)씨는 "우리 부부는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하고 결혼했는데 양가 친지 어르신들은 이해하지 못하시고 계속 아이를 낳으라고 압박하셔서 부담이 컸다. 아이를 여럿 낳은 사촌과 비교당하기도 하고 '어딘가 하자가 있어서 아이를 못 낳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듣기도 해 가족들이 많이 모이는 명절이 힘들었다"며 "올해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양가에 모두 가지 않고 선물만 보냈는데 이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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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가족들이 모이기만 하면 언제 결혼하냐고 끝없이 물어봐서 스트레스가 심했습니다. 우리집이 큰집이라 친척들이 집으로 모이기 때문에 피할 수도 없었는데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못 모이니 오히려 잘됐다 싶은 마음마저 듭니다.”

30대 중반 직장인 김희연(가명)씨에게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가족 모임을 지양하라는 지침이 내려진 이번 명절이 오히려 반갑다. 명절이면 한데 모인 친척들로부터 쏟아지던 잔소리 포화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20대 때는 내내 취업 질문에 시달렸는데 30대가 된 후로는 볼 때마다 결혼을 해야한다고 압박하고 남자친구가 없다고 하면 큰 잘못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씀하시는 친척 어르신들 때문에 힘들었다”며 “올해는 방역지침을 준수하려 가족들이 모이지 않기로 해 숨통이 트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따로 사는 가족끼리 가급적 모이지 말라는 방역당국 지침이 내려지자 설 연휴가 시작된 11일 일부 20·30세대 청년들은 이를 반기는 반응을 보였다. 명절 가족모임 때마다 결혼이나 취업, 자녀 계획 등을 두고 쏟아지는 친척들의 잔소리를 피할 수 있어서다.

취업준비생 청년들은 특히 반가워하는 반응이다. 공무원 시험을 4년째 준비 중인 최모(28)씨는 이번 연휴에 경상남도 본가에 가지 않고 서울에 남기로 했다. 최씨는 “시험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미 취업한 사촌들과 비교 당해 명절은 공포 그 자체였다”며 “코로나19로 가족들을 못 보는 건 아쉽지만 그런 부담은 없어져 좋다”고 말했다.
설 연휴 첫날인 11일 오전 서울역 임시선별진료소 인근에서 한 시민이 5인 이상 모임 자제를 요청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미혼이거나 비혼·비출산을 선택한 젊은이들도 가족 모임의 단골 소재인 결혼·출산 압박에서 벗어났다며 명절만큼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반기는 기색이다.

결혼 3년차 직장인 박모(36)씨는 “우리 부부는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하고 결혼했는데 양가 친지 어르신들은 이해하지 못하시고 계속 아이를 낳으라고 압박하셔서 부담이 컸다. 아이를 여럿 낳은 사촌과 비교당하기도 하고 ‘어딘가 하자가 있어서 아이를 못 낳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듣기도 해 가족들이 많이 모이는 명절이 힘들었다”며 “올해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양가에 모두 가지 않고 선물만 보냈는데 이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래도 어떻게든 만나야 한다’는 어른들을 말릴 방법이 없는지 고민하고 대책을 공유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한 대학 커뮤니티에는 “방역 지침이 있는데도 모이자고 하는 친척 어른들을 어떻게 말려야할지 모르겠다”는 고민글이 여럿 올라왔다. 댓글에는 “5명 이상 모이면 눈 딱 감고 국민신문고 앱으로 익명 신고해서 벌금을 내라”거나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서 못 가는 척 하라”는 등 방안이 올라오기도 했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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