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결론난 LG-SK 배터리 전쟁..앞으로 남은 절차는
연방법원 항소도 가능..다만 합의 가능성이 더 높아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약 2년 동안 이어진 '배터리 전쟁'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승리를 거뒀다. 이제 SK이노베이션에게 남은 절차는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연방법원 항소다. 다만 실현될 가능성은 아직까진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어서 조만간 합의를 위한 대화에 나설 전망이다.
1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이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2019년 4월 제기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결정에서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승소 판결했다.
ITC는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과 모듈, 팩 및 관련 부품·소재에 대해 '10년 동안 미국 내 수입 금지'를 명령했다. 이미 수입된 품목에 대해서도 10년 동안 미국 내 생산과 유통 및 판매를 금지하는 '영업비밀 침해 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된 SK이노베이션의 제품들에 대해 이날부터 수입 금지 및 영업비밀 침해 중지 명령이 발효됐다. 포드와 폭스바겐에 납품하기로 한 배터리에 대해선 각각 4년과 2년의 유예기간이 있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SK 배터리 제품들은 부품·소재를 미국으로 들여올 수 없어 당장 미국 사업이 불가능하게 됐다.
아직 상황이 끝난 건 아니다. 이날 ITC는 최종결정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통보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앞으로 60일 안에 이 판결에 대한 거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자국 내 일자리가 없어질 것을 우려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공장 가동을 위해 이번 판결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크진 않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 정부 입장에선 해외 기업들의 다툼에 개입해 한쪽 편만 들어주긴 어렵고,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윤리적 잣대가 엄격한 미국 사회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거부권 행사는 더욱 부담스러울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1916년 ITC가 설립된 이후 100년이 넘는 동안 대통령의 거부권은 단 6건만 행사됐으며,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 대해선 아직 1건도 없다.
일각에선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를 납품하기로 한 포드와 폭스바겐이 이번 판결로 갑자기 받게 될 타격을 우려해 바이든 행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이날 ITC가 해당 기업들에 대해 각각 4년과 2년의 유예기간을 주면서 이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60일 동안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해 뒤집기를 노릴 수 있다. 실제로 이날 SK 측은 "ITC의 판결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향후 항소 등 정해진 절차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 진실을 가릴 계획"이라며 항소할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다만 이 경우 소송이 또다시 1년 이상 장기화하며 양측이 막대한 소송 비용을 들여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 때문에 양측이 조만간 대화에 다시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동안 양측은 합의를 위해 물밑교섭을 이어갔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수조원대, SK이노베이션은 수천억원대의 합의금을 주장하는 등 서로의 견해 차가 너무 커 합의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그동안 양측이 제시한 금액의 차이가 약 2조원 수준인 것으로 추산한다. 민사소송인 만큼 ITC의 최종결정 이후에도 양측이 합의만 한다면 소송 결과를 되돌리는 게 가능하다.
양측이 서로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올 것으로 봤기에 그동안 합의가 진행되지 않았지만, 이날 ITC의 최종결정으로 정리가 된 만큼 이제 적극적으로 합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날 승소한 LG 측이 합의금을 더욱 높이거나 일시금·로열티 등 지급 방식을 놓고 다투는 등 소송 못지 않은 줄다리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이제 SK는 영업비밀 침해 최종 결정을 인정하고 소송전을 마무리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합리적인 조건하에서라면 언제든 합의를 위한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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