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리 "4차 지원금, 두텁고 좁게 지원"..이낙연·이재명과 충돌

최훈길 2021. 2. 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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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계층 중심 두텁게 지원, 내달 결정"
홍남기 "더 두터운 지원" 입장 지원사격
나랏빚 1000조, 코로나 확산 추세 감안
'전국민 보편지원' 정치권과 충돌 불가피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4차 긴급재난지원금 관련해 자영업 선별지원을 시사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필요성을 제기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입장에 선을 그은 것이어서, 설 이후 당정청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세균 국무총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모습.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연합뉴스]
정 총리 “두텁고 좁은 지원이 옳다”

정세균 총리는 지난 10일 KBC 광주방송 특별대담에서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방식·시기에 대해 “피해를 본 분 중심으로 해서 두텁고 좁게 지원하는 게 옳다”며 “3월 내 얼마나, 누구에게 줄 것인지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은 한정돼 있고, 이걸 전 국민에게 펴면 아주 소액이 될 것 아닌가”라며 “피해가 큰 분들은 더 많이, 적은 분들은 적게 차등 지원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작년 2~3차 지원금처럼 자영업자에게 선별지원을 하겠다는 뜻이다.

아울러 정 총리는 재난지원금 규모에 대해서는 대규모 지원을 시사했다. 정 총리는 지난 10일 광주KBS 뉴스7에 출연해 4차 재난지원금 규모 관련해 질문을 받자 “이번에는 상당히 규모가 커야 한다”며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은 14조 3000억원(지방비 3조 1000억원 포함), 2차 재난지원금은 7조 8000억원, 올해 3차 재난지원금은 9조 3000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당정청은 설 연휴 이후에 4차 지원금을 본격 논의할 예정이다. 정 총리 구상대로 정부가 4차 재난지원금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면 자영업자 등에 4월 전후로 20조원 안팎 지원이 예상된다.

이같은 정 총리 의견은 재정당국 입장과 비슷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국가재정이) 화수분도 아니다”며 “전 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홍 부총리는 지난 10일 경제중대본 브리핑에서도 “더 두터운 지원, 사각지대 보강지원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편성하면 국채 발행이 불가피해 국가채무가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 추산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 660조2000억원에서 집권 마지막 해인 2022년에 1070조3000억원으로 불어난다. 이대로 가면 5년 새 410조1000억원 증가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좀처럼 확진자가 줄지 않는 것도 선별지원을 검토하는 이유 중 하나다. 코로나 상황이 엄중한데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해 소비진작 대책을 추진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1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504명으로 집계됐다. 영생교 시설 집단감염 등으로 확진자가 500명대까지 늘어난 것이다.

이낙연 “전 국민 지원”, 이재명 “기재부 나라냐”

정부가 이번에도 선별지원으로 편성하게 되면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 반발이 클 전망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추경 편성에서는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지원을 함께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페북에 “서민의 피눈물을 외면하는 곳간지기는 곳간지기로서 자격이 없다”며 선별지원 방침을 밝힌 홍 부총리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지난달 30일 페북에 “과감한 확장재정정책으로 충분한 재원을 확보해 보편, 선별, 보상 등 필요한 정책이라면 모두 시행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지사는 “이 나라는 기재부 나라냐는 어떤 분 말씀이 생각난다”며 ‘무소불위 기재부’, ‘기재부 나라’, ‘자린고비 기재부’, ‘게으른 기재부’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참조 이데일리 1월14일자 <[최훈길의뒷담화]이재명이 홍남기를 저격하는 3가지 이유>)

전문가들은 코로나 확산세를 고려해 자영업자들에게 우선 집중지원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정부의 인수위인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2월부터 백신 접종이 이뤄지더라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자영업 등 경기 부진이 계속될 것”이라며 “작년 재난지원금보다 많은 역대최대 규모로 최소 15조원 이상 편성해 피해 자영업을 선별적으로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료=기획재정부]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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