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집 앞에 방폐장 하나만"..넘치는 핵폐기물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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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에 쉽게 "예"라고 답할 수 있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첫 상용원전인 고리 1호기가 1978년 4월 가동을 시작했으니 43년째 사용후핵연료 관리계획이 제대로 수립,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야당은 물론 집권여당 조차도 '탈원전'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에 갇혀서 진짜 필요한 논의는 꺼내지도 않고 있다"며 "사용후 핵연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원전의 운영도, 폐기도 추진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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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동네에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을 짓는 걸 찬성하시겠습니까?"
이 질문에 쉽게 "예"라고 답할 수 있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원전에 대한 찬반 여부와는 별개다. 나와 가족, 이웃의 삶에 대한 문제다.
원전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깨끗하고 저렴한 전기를 원해도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한 방폐장 건설 문제는 완전히 별개의 영역이다. 거의 모든 이들이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우리집 근처에 두는 건 원치 않는다.
지난해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가 중장기 정책수립을 위한 공론화를 진행하면서 전국 표본집단 4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4차 의견수렴 조사 결과를 보면, 영구처분시설이 필요하다고 답한 이들은 87.9%다. 단순히 찬반 여부를 물어본 것을 넘어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에 대한 정보공유와 집단토론 등을 통해 도출한 결과다.
보다 진보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술이 개발될 때 까지 중간저장시설을 만들어 보관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도 75.4%에 달했다. 더이상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를 외면해선 안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부지내 저장시설인 '캐니스터' '맥스터'를 건설해 사용후 핵연료를 임시저장하고 있다. 임시저장시설인 만큼 외부로 내보내거나 부지 내에 증설을 하지 않으면 원전 가동을 멈춰야 한다. 이미 지난해 월성본부는 맥스터 증설 허가가 늦어지면서 원전 가동 중단 위기를 겪기도 했다.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영 중인 원전의 임시저장시설은 순차적으로 포화에 다다른다. 당장 한빛원전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의 포화 시점은 2029년, 한울원전 2030년, 고리원전 2031년, 신월성원전 2042년, 새울원전 2065년 등이다.
맥스터에 들어 있는 사용후 핵연료는 40년 후에는 중간저장을 거치거나 바로 영구처분시설로 옮겨야 한다. 아니면 현재 운영 중인 원전 자체가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돼야 한다. 첫 상용원전인 고리 1호기가 1978년 4월 가동을 시작했으니 43년째 사용후핵연료 관리계획이 제대로 수립,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원전을 운영하는 31개국 가운데 중간저장시설을 운영하지 않는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8개국에 불과하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핀란드를 제외하면 영구처분 시설 건설에 돌입한 사례는 없다.
사용후 핵연료 처리시설 문제는 매 정권마다 논의만 무성했을 뿐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시작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절차가 그나마 대안을 찾고 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재검토위가 대안을 만들어 내더라도 중간저장 및 영구처분 시설 후보 부지의 지역 주민 설득은 또다른 얘기다. 특히 원전을 순차적으로 중단하겠다는 에너지전환정책을 내세운 문제인 정부나 반대로 원전을 찬성하는 측에서도 절대 외면해선 안되는 사안이다.
잉고 블레쉬미트 스위스 그림젤연구소 소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최종처분장 부지 선정에 있어 해당 지역의 반대 의견은 과학적으로 틀린 것이 아닌 혐오시설에 대한 반대"라며 "투명하고 객관적인 부지 선정 절차를 기반으로 국민을 끊임없이 이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원자력계도 이같은 의견에 대체로 동의한다. 한 관계자는 "야당은 물론 집권여당 조차도 '탈원전'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에 갇혀서 진짜 필요한 논의는 꺼내지도 않고 있다"며 "사용후 핵연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원전의 운영도, 폐기도 추진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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