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대마초 소지는 처벌해도 피우는 건 못해..합법화는 대세?
대표적인 마약류 가운데 하나인 대마. 인류가 사용한 가장 오래된 약재 중의 하나라고도 합니다. 마약류로서는 말린 잎을 담배처럼 태워 연기를 흡입하는 방식으로 많이 알려져 있죠.
대부분의 국가에선 대마를 약용 외에 기호용, 그러니까 '즐기기 위해' 사용하는 걸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경계가 모호한 나라들이 있습니다. 독일이 그렇습니다.
독일은 마리화나(대마초)의 소지는 불법이지만 개인적 소비는 허용하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판매 등을 위해 마리화나를 가지고 있다가 적발되면 독일 규제물질법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독일은 마약류의 소지 외에 재배, 제조, 거래, 수입 수출, 판매 등을 규제물질법으로 규제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처벌 조항도 갖고 있습니다.
독일 규제물질법
-29조 (1) 구매에 대한 허가 없이 마약을 소지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
하지만 마리화나를 피우거나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 규정이 없습니다. 개인적 소비는 적발이 돼도 기소를 자제하라는 게 독일의 법령인데요, 이에 대한 규제물질법 조항은 이렇습니다.
31a(1) 제29조 1항 위반에 대해 검사는 행위자가 경미한 위반으로 개인적 소비를 위해 소량의 마약을 재배, 생산, 수입, 수출 등으로 취득하였고, 공익이 없는 경우에는 기소를 자제할 수 있다.
이와 관련돼 독일 헌법재판소의 판례도 있습니다. 1994년 3월에 내려진 결정입니다.
규제물질법의 처벌 규정이 위헌인지를 묻는 사건에서 나온 결정인데 독일 헌재는 해당 조항을 합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소량의 마리화나 제품을 개인적으로 소비하기 위해 준비(취득, 소지)한 경우는 기소하지 않아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나아가 "연방 주들은 검찰이 일관된 기소 관행을 채택하도록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일관된 기소 관행'이란 기소를 위한 마리화나 소지량의 기준을 마련하라는 겁니다. 각 주마다 기소 면제 조건인 '소량'의 기준이 달랐기 때문인데요, 16개 주 대부분에선 6g을 '소량'이라고 규정했지만, 어떤 주는 10g , 또 어떤 주는 15g을 소지 허용량으로 삼았습니다. 이 제각각의 기준은 논의를 거쳐 6g으로 통일됐고, 독일 사법당국은 6g 이하 마리화나를 가지고 있을 때엔 기소하지 않아 왔습니다.
정리를 해보면 이렇습니다. 판매 목적으로 다량의 마리화나를 소지하고 있으면 불법, 개인적으로 사용하거나 또는 사용할 목적으로 소량을 가지고 있으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런 규정, 법 집행은 '개인의 권리'를 중요시 하는 사회문화적 배경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스스로 마약을 소비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자기 건강의 침해를 법으로 침해해선 안된다는 겁니다. 수도 베를린에서 1997년부터 매해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마리화나 합법화 지지 시위, <Hanfparede>가 열리는 이유입니다.
독일 정치권에서도 의료용 목적이 아닌 기호용 마리화나 합법화를 검토했습니다. 독일 집권당인 기독민주당(CDU)은 2019년, 개인의 마리화나 이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
습니다. 물론 생산과 유통의 규제, 즉 정부가 마리화나의 재배부터 판매까지 감시한다는 단서 아래 말입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이 논의는 크게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리화나 합법화의 효과는 어떤게 있을까요? 다른 마약에 비해 중독성과 사회적 해악이 그나마 덜한 마리화나를 합법화해, 중독성이 강한 다른 마약의 수요를 억제하고 예방할 수 있을 것이
라는 것이, 합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입니다. 또, 마리화나 단속에 투입되는 경찰력을 아낄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기호용 마리화나를 전면 허용한 나라는 2013년 우루과이, 그리고 2018년 캐나다가 있습니다. 몇개 주에서만 마리화나가 합법인 미국은 지난해 12월 기호용 마리화나 합법화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습니다. 법안이 효력을 갖추려면 상원을 통과해 대통령의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해 상대적으로 마리화나에 유연한 입장이어서 법안 통과에 마리화나 재배업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합니다.
김귀수 기자 (seowoo1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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