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울린 분홍 미니마우스 후드티.. 옷 주인은 3세 소녀

고찬유 2021. 2. 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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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 추락 한달]
탑승객 62명 중 4명은 신원 확인 못해
생후 7개월과 2세 아기, 여성 2명
사고 원인 아직.. 통신 6초 만에 추락
인도네시아 여객기 추락 해역에서 발견된 3세 소녀 윰나의 후드티(왼쪽 사진)와 생전 윰나. 트리분뉴스 캡처

지난달 9일 오후 늦게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인근 바다에서 미니마우스가 그려진 분홍 후드재킷이 발견됐다. 고철 더미에서 나왔지만 정작 옷 상태는 온전했다. 그러나 옷 주인은 없었다. 2주 뒤에야 DNA 감별을 통해 주인을 찾았다. 45번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3세 소녀 윰나였다.

윰나는 이날 오후 2시36분(현지시간) 62명을 태우고 자카르타 인근 수카르노하타국제공항을 이륙한 스리위자야항공 SJ182편(B737-500)에 타고 있었다. 외견상 엄마와 외조부모, 사촌오빠까지 일가족 5명이었다. 비행기는 이륙 4분만에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항적 정보에 따르면 SJ182편은 추락 20초 전 연락이 끊기고 이어 추락 직전 시속이 600㎞일 정도로 급강하했다. 윰나의 아빠는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가족을 칼리만탄(보르네오)섬 폰티아낙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조코 위도도(오른쪽)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사고 여객기 잔해가 보인 현장을 방문했다. 인도네시아 대통령궁 제공

몇 시간 뒤부터 비행기가 사라진 자카르타 북서쪽 '풀라우 스리부(1,000개의 섬)' 일대 바다에서 잔해들이 발견됐다. 윰나의 분홍 후드재킷은 사고 현장에서 가장 먼저 발견된 어린이 옷으로 언론에 소개됐다. 이어 그 옷을 입고 있는 윰나의 여러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졌다. 사람들은 옷은 멀쩡한데 윰나는 사라진 상황을 슬퍼했다. 윰나의 엄마가 "딸~ 방학 만족하지, 이제 우리 집으로 가자"고 말하는 영상도 사람들을 울렸다.

윰나 엄마 라흐마와티씨의 사연까지 더해졌다. 엄마는 윰나의 동생인 태아를 뱃속에 5개월째 품고 있었다. 비행기 사고로 숨진 일가족이 6명이었던 셈이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15일, 사촌오빠는 18일, 엄마는 20일 시신 확인이 이뤄졌다. 윰나는 이틀 뒤인 22일에야 45번째 사망자로 기록됐다.

인도네시아 국내선 여객기 추락 지점 및 상황. 그래픽=강준구 기자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들도 심금을 울렸다. 이흐산 아들란 하킴과 푸트리 와휴니 부부는 작년 말 부부의 연을 맺고 폰티아낙에서 결혼식을 하기 위해 SJ182편에 탔다. 수마트라 부모 집에서 출산을 한 인다 할리마 푸트리씨는 아기가 7개월이 되자 남편, 시어머니 등과 함께 자카르타를 경유해 폰티아낙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그는 이륙하기 전 동생에게 폭우가 쏟아지는 비행기 날개 사진을 보내며 "기도해달라"고 마지막 문자를 보냈다.

박한산(왼쪽) 한ㆍ인니 해양과학기술공동연구센터장이 지난달 12일 아라호에 승선해 여객기 추락 현장을 수색하고 있다. 한ㆍ인니 해양과학기술공동연구센터 제공

우리 정부가 공적원조(ODA) 사업으로 기증한 12톤급 해양탐사연구선 아라(ARA)호도 참가한 현장 수색 및 구조 작업은 지난달 21일 끝났다.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 메모리를 찾는 작업만 진행하고 있다. 다음날 해군 함정에 승선한 유족들이 사고 해역에서 헌화했다. 보상도 진행되고 있다. 시신 확인 작업과 사고 원인 규명이 남았다. 인도네시아 경찰청 재난피해자확인팀(DVI)은 11일 현재 시신 58구(남성 30명, 여성 28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DNA가 확인된 시신은 매장을 위해 가족에게 인도됐다.

승객 4명은 아직 가족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생후 7개월 영아와 2세 아기, 40대와 50대 여성이다. DVI 관계자는 "발견된 몸통 숫자가 비행기 탑승객 수보다 적다"라며 "다른 신체 일부들을 검사하는 방식으로 4명의 신원을 확인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며 "기도하면서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스리위자야항공 승무원이 지난달 22일 여객기 추락 해상에 헌화하고 있다. 안타라통신 캡처

정확한 사고 원인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인도네시아운송안전위원회(KNKT)는 사고 여객기가 공중에서 폭발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수면에 부딪히기 전까지 부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각각의 잔해들이 비행기 전체 모습과 일치하는 장소에서 발견됐고, 물에 닿기 전까지 엔진이 작동했다는 걸 확인한 항공기 터빈 조사를 근거로 들었다. 다만 왼쪽 엔진 조종대에는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10일 KNKT가 발표한 1차 조사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사고 여객기 조종사는 날씨 때문에 경로 수정을 관제탑에 요청해 승인을 받았다. 오후 2시39분59초에 마지막 통신이 이뤄졌고, 6초 뒤 1만900피트(3,322m)까지 고도를 높인 비행기는 추락하기 시작했다. 추락과 더불어 자동조종장치도 끊겼다.

인도네시아운송안전위원회 관계자가 사고 여객기 터빈을 살펴보고 있다. 리푸탄6 캡처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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