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성의 금융CAST]코로나19가 남길 깊은 상처 '양극화'

김유성 2021. 2. 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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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국가 간, 국민 간 회복력의 차이 뚜렷
사회취약계층일수록 코로나19 경제적 후퇴 여파 '뚜렷'
희생만 강요받는 계층에 대한 배려, 이번엔 있을지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포스트 코로나19 원년이 될 올해. 올해와 내년은 어떻게 다를까요? 내년에는 세배하러 부모님을 만나러 갈 수 있을까요? 지금도 힘겹게 코로나19로 힘든 분들에게 다시 온기가 돌까요?

유감스럽게도 코로나19는 종식된다고 해도 그 여파는 오래 갈 것 같습니다. 국가 간에는 ‘신흥국일수록’, 국민들 간에는 ‘저소득 계층일수록’ 경제적 후유증을 떨쳐내기 힘들 것입니다. 양극화라는 상처가 깊게 남기 때문입니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오늘 내용은 한국은행 이슈노트 ‘코로나19 위기 이후의 성장 불균형 평가’에 나온 내용을 중심으로 갖고 썼습니다. 이 이슈노트 저술에는 박창현 한국은행 조사국 과장, 김대용 차장 등이 참여했습니다.

우리 경제를 엄습한 코로나19

지난해 초반까지만 해도 코로나19가 이렇게 오래갈지는 아무도 예상 못했습니다. 중국내 우한시를 중심으로 팬데믹 충격이 있은 후 2월 미국과 유럽에 환자가 생기고 걷잡을 수 없이 퍼지게 됩니다. 국가 간 이동과 교류가 줄면서 전세계 경기는 팬데믹 충격을 받게 됩니다. 실물경제가 충격을 받은 것이지요.

경제위기 유형별 비교 (자료 : ‘코로나19 위기 이후의 성장 불균형 평가’)
실물경제 위기에서 금융위기로 전이되고 이게 다시 금융 부실이 커지는 효과를 낳았습니다. 금융 위기는 필연적으로 실물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더 큰 위기가 올 것이라는 불안감이 크게 엄습했습니다.

그나마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이 파격적인 금리 인하와 자산 매입 정책을 발표하면서 불안감은 잦아들었습니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0.5%로 낮췄고, 정부는 직간접적인 자산매입 정책을 발표합니다. 채권안정화펀드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회사채를 대신 사주면서 채권 시장을 안정시킨다는 취지입니다. 미국 연준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과 비교해보면 구멍가게 수준이지만, 우리나라 정부 입장에서는 꽤 큰 결단이었습니다.

한국은행과 우리 정부가 전례없는 방법을 썼던 배경에는 그만큼 우리 경제 상황이 급박했기 때문입니다. 한 예로 2월말과 3월초 은행들은 외화 유동성 위기로 바짝 긴장을 했어요. 국내에 있던 달러화 유출(외화 이탈)이 줄을 이으면서 달러 품귀 현상이 일시적으로나마 나타났습니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다행히 미국과의 달러스와프(일종의 달러 마이너스 통장) 덕에 외화 유동성 위기는 넘기게 됩니다. (앞으로도 전쟁 등의 극단적인 위기가 아니면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언제든 급할 때 달러를 빼 쓸 수 있는 달러 스와프 협정이 맺어져 있기 때문이지요.)

지금은 어느정도 코로나가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치료제도 나오고 백신도 나왔기 때문이죠. 앞으로의 상황은 어떻게 될까요?

코로나19는 그 위력이 확실히 떨어지겠지만, 국가간·국민간 불균형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간극이 벌어지고, IT제조업 기반을 갖춘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 간의 불균형이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회복은 되겠지만…격차는 커진다

선진국은 코로나19에 대응해 적극적인 방역 관리와 과감한 부양정책을 통해 경기 회복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반면 대부분의 신흥국들은 보건환경이 열악하고 재정여력이 부족해 방역과 경제 대응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신흥국이 받는 경제적 손실이 선진국보다 더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자료 : ‘코로나19 위기 이후의 성장 불균형 평가’)
그 결과 신흥국들은 코로나19에 따른 충격을 장기적으로 길게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에 관광이 주업인 신흥국이라고 하면, 코로나가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당분간은 선진국 관광객들의 유입이 예전만큼 못할 것이라고 봐요.

IT제조업 기반을 갖춘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 간의 차이도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제조업이 이번에도 위기 극복의 큰 힘이 됐습니다.)

좀더 큰 예를 들자면 독일이나 일본, 한국과 같은 IT제조업 기반을 갖춘 나라와 스페인이나 그리스 등과 같은 남유럽 국가간의 차이를 들 수 있겠네요. 중국도 빠른 회복세를 보인 요인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IT제조업 기반이 세계 최대 규모라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간 이동제한 조치는 아무래도 제조업 기반이 부족한 관광국들에게 불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언택트 기술의 발달로 서버나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게 되고 그에 따라서 IT제조업 기반을 갖춘 나라들은 빠르게 회복합니다. 우리나라도 수출이 IT부문을 중심으로 개선되면서 경기회복세를 견인하고 있습니다.

국가내 불균형도 커집니다. 보건 위기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대면서비스 업종이 더 힘들어집니다. 음식, 숙박, 여행업 등입니다. 이들 업종은 지난 한해 너무나 힘들었고 올 한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저임금 근로자들이 많이 고용돼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저소득층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래나 저래나 경제위기가 오면 저소득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이죠.

사진 : 이미지투데이
문제는 이런 불균형은 경기 회복을 더디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취약계층의 부진이 개선되지 않으면 전체 경기 순환이 원활하게 되기가 힘들어집니다. 과거 경제위기 때도 회복은 하지만 고용이 늘지 않은 채로 경기회복이 되는 한계를 보이곤 했습니다.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서비스업종이 큰 타격을 받아서, 더 더딜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역사적으로 위기에 강한 민족이라고 하지만, 그 위기를 이겨내는 동력원은 힘없고 핍박받던 민중들입니다. 임진왜란 때 의병들이 그랬고, 조선말기 동학농민운동 때가 그렇습니다. IMF구제금융 때도 보통의 국민들이 나와 집안 달러와 금붙이를 들고 나왔습니다. 한국이 코로나19 방역 모범생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비결도 우리 국민들의 협조 덕분입니다.

이번에는 그들의 희생에 화답할 수 있을까요? 후대 후손들이 지금의 우리들에게 다시 묻습니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김유성 (kys4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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