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개선 '멀고도 험한 길'..최대변수는 日내부사정
자민당 '정권 교체될라' 불안 "우익 달랠 길은 韓때리기 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우리 정부가 지난해 일본 스가 요시히데 내각 출범 이후 꾸준히 한일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지만 갈 길은 멀어 보인다.
특히 최근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대응 미숙을 이유로 스가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연일 폭락하면서 "일본 국내 사정 때문에라도 한일관계 개선은 더 요원해졌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스가, 취임 반년도 안 돼 지지율 30%대 '조기 레임덕'
스가 총리는 취임 전 아베 정권 8년 간 관방장관으로서 일본 정부 대변인이자 총리 비서실장 역할을 하며 '정권의 핵심'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정작 스가 본인은 '무(無)파벌'을 표방해왔기에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한 편이다.
전임 아베 신조가 당내 파벌 간의 '포스트 아베' 경쟁구도가 채 갖춰지기도 전에 건강상 이유로 총리직을 물러나면서 스가가 '바통'을 넘겨받긴 했지만 사실상 집권을 위한 준비는 전혀 돼 있지 않았었단 얘기다.
이 때문에 당초 일본 정치권에선 자민당 총재 경선 당시 스가의 후원자 역할을 한 당내 '2인자'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이 막후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니카이 간사장은 일본 정계에서 보기 드문 '친한파' 인사로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도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그 대응 미숙으로 내각 지지율이 연일 폭락하면서 이 같은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NHK 조사 기준으로 작년 9월 출범 당시 62%에 이르렀던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이달 들어 38%까지 떨어졌고, '스가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 비율은 같은 기간 13%에서 44%로 3배 넘게 늘었다.
일본 언론과 정치권에선 통상 내각 지지율 30%선을 정권운영의 '위험수위'로 본다. 스가 내각이 출범 반년도 채 안 돼 "레임덕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게다가 연내 총선을 치러야 하는 자민당 내에선 "이대로 가다간 정권 교체 가능성마저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자민당 "정권 교체 우려"에 '한국 때리기' 집중하는 듯
아베 전 총리의 경우 재임 시절 각종 스캔들 때문에 내각 지지율이 떨어질 때마다 남북한이나 미국 등 외교안보 관련 이슈를 적극 활용해 만회하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모습을 지근거리에서 바라보며 때론 선봉에 섰던 인물이 바로 스가다.
스가 총리는 올 1월 취임 후 첫 통상국회(정기국회) 시정방침연설에서 "현재 (한일) 양국관계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다. (양국이) 건전한 관계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라도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갈 것"이라며 한일관계 개선의 책임을 재차 우리 측에 돌렸다.
스가 총리는 특히 지난달 29일 세계경제포럼(WEF) 주최 '다보스 어젠다'에선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일본은 어떻게 국제협력을 추진할 거냐'는 질문에 "미일동맹을 기축으로 기본적인 가치관을 공유하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호주·인도·유럽과의 연대를 긴밀히 하겠다"고만 답변, 한국은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한국과의 협력관계를 강조할 경우 여당(자민당) 내 강경파나 우익들에게서 심한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스가 총리가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했다.
스가 총리에게 설령 한국과 함께 징용·위안부 관련 판결에 대한 해법을 찾거나 아베 전 총리 시절 시행된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되돌려놓고자 하는 생각이 있더라도 이를 결정·추진할 여건 자체가 안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일본 내 보수 우익 진영에선 우리 법원의 징용·위안부 관련 판결을 대해 "일본 정부가 더 강경한 대항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모습. 결국 정치 기반이 약한 스가 총리로선 "우익들을 무마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에 강경해질 수밖에 없다"(이영채 게이센여학원대 교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인사청문회 땐 일본을 "가까운 이웃이며,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 평화·안정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부르며 관계 개선 의사를 분명히 했지만, 9일 외교부 출입기자단과의 상견례 자리에선 중국·러시아·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유럽(EU)과 함께 "우리의 핵심 파트너" 가운데 하나로만 일본을 언급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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