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아내 지키려다 흉기든 주폭 숨지게 한 70대..法 선택은?

고동명 기자 2021. 2. 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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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은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만큼 확신을 갖는 정도의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로 인정해야 하므로..."

가장 안전해야할 집안에서 공격받은 A씨와 아내는 흥분한 B씨를 풀어주고 다른 곳에 도망가기도 어려웠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흉기를 들어 피고인에게 상처를 내는 등 생명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침해했고 A씨와 아내가 70대 고령인 점을 고려하면 더욱 중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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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치사 무죄.."생명을 지키려는 최소한의 정당방위"
피해자 과거 아동 강간 등 옥살이 후에도 동네서 행패
© News1 DB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은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만큼 확신을 갖는 정도의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로 인정해야 하므로..."

지난해 10월15일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피고인 A씨(75)와 그의 가족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판사가 읽는 판결문에 귀를 기울이며 선고를 기다렸다.

평범한 인상에 마른 체형인 70대 할아버지의 죄명은 놀랍게도 폭행치사였다.

법없이도 살 것 같은 이 노인에게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건이 벌어진 날은 2019년 11월4일. A씨는 자신의 집에서 심심풀이로 동네주민 B씨(76) 등과 화투를 치고 있었다.

그런데 돈을 잃은 B씨가 격분해 다른 주민과 말다툼을 하더니 흉기를 휘두르며 A씨를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A씨는 집안에 있던 아내의 도움으로 B씨를 제압해 바닥에 눕힌 뒤 무릎으로 목을 눌러 112에 신고했다.

자신도 자신이지만 함께 있던 고령의 아내를 지켜야했던 A씨는 약 10분간 경찰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B씨를 계속해서 눌렀다.

목이 눌린 B씨는 서서히 기운이 빠지더니 의식을 잃었다. 결국 경찰이 오고 병원에 실려간 그는 질식으로 숨졌다.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와 변호인은 피해자의 부당한 공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불가피한 행동 즉,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피해자 B씨는 오래전부터 동네에서 유명한 주폭이었다.

1964년부터 2017년까지 형사처벌 받은 횟수만 24번에 달했다.

2004년에는 이웃집에 사는 초등학생 2명을 3년간 강간하고 추행해 징역 7년의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출소한 이후에도 B씨는 술만 마시면 흉폭해져 마을사람들에게 행패를 부려 기피 대상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B씨는 동거녀를 수차례 흉기로 찌르려해 A씨 아내가 집에 몸을 숨기도록해 위험에서 구해준 적도 있다.

B씨는 A씨에게 제압되고서도 "죽여버리겠다"며 몸부림쳤다.

가장 안전해야할 집안에서 공격받은 A씨와 아내는 흥분한 B씨를 풀어주고 다른 곳에 도망가기도 어려웠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정당방위(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흉기를 들어 피고인에게 상처를 내는 등 생명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침해했고 A씨와 아내가 70대 고령인 점을 고려하면 더욱 중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의 행위(무릎으로 피해자를 누른 행위)는 생명과 신체가 침해당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행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피해자의 생명을 침해하긴 했으나 피해자의 침해행위에서 자신과 아내를 보호하기 위한 저항수단이지 고의나 치사를 예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검찰이 항소하지 않아 1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k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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