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고기를 전혀 먹지 말아야 하나요?"

미래팀 2021. 2. 1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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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해방 운동의 선구자 <피터 싱어> 교수가 전하는 진정한 '고통의 연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는 언제까지 정당화될 수 있을까? 그 판단을 위한 기준은 누가 무엇을 근거로 내리는가? 백신은 누구부터 맞는 게 공정할까? 등 코로나 상황에서도 윤리적인 판단을 요하는 질문들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겪어본 적 없는 세상'을 맞은 지 2년. 여전히 힘든 날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당장의 위기 대응을 넘어서, 보다 본질적인 '변화'로의 이행을 위해 우리는 과연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논의를 가장 시급하게 시작해야할까요?

SBS 미래팀에서 지난 5일, 21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이자 현대 실천윤리학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동물해방 운동의 선구자, '피터 싱어'프린스턴 대학 바이오윤리학과 교수를 화상으로 만났습니다.

Q1.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코로나 팬데믹과 직접 관련 있는 이슈 가운데서는 최근에 정부의 봉쇄조치(Lock down)가 커다란 경제적 비용손실에도 불구하고 정당한가, (봉쇄 조치의) 비용과 편익은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 등에 대한 글을 썼고요. 백신이 나오면서는 백신의 (공정한) 유통에 대해 글을 썼습니다. 저는 특히 저개발국가 사람들을 위한 백신 유통에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 제대로 백신을 확보 하지도 못했고, 확보했더라도 그 양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얼마나 불공평한 세상인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합니다.

Q2. 코로나19를 계기로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는 개념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데요. 코로나19를 계기로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옮겨왔으니 당연히 동물과도 연관이 있고요. 동물을 학대한 벌로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이 시작되고, 경제가 망가졌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한가지 저희가 배울 점은 제가 1975년부터 주장해왔던 동물의 복지를 위해 동물을 먹으면 안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 최근에 제가 주장하는 것은 축산이 기후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합니다. 그 때문에라도 고기의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번째 중요한 이유도 등장했는데 고기를 식품으로 먹으면서 인간이 가축과 접촉하게 되고 새로운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파되는 방식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덧붙여 공장식 축산에 대해서도 생각해야하는데, 한 전문가는 "공장식 축산이 새로운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가장 이상적인 환경"이라고 까지 언급했습니다. 만약 새로운 바이러스를 얻고 싶다면 가축 만 마리, 혹은 2만 마리를 한 곳에 몰아넣고 스트레스를 받게 해서 면역력을 낮추면 새로운 바이러스가 창궐할 것이고, 사람이 가까이 가면 걸려서 지역사회에 확산시킬 것입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많은 공장형 가축 사육 농장에서 벌어져 오던 일이고, 실제로 공장형 가축 사육으로 인해 발생한 새로운 바이러스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러한(공장형) 방식의 가축 사육이 사라져야 하는 또다른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 https://www.independent.co.uk/news/science/archaeology/news/coronavirus-farming-virus-spread-animals-humans-a9501881.html ]

*공장형 가축 농장이 인수공통감염 바이러스 창궐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영국 쉐필드와 바스 대학 연구 결과. 2020년 5월. https://www.sheffield.ac.uk/news/nr/farming-increase-epidemics-bacteria-pandemic-1.888124

Q3. 그렇다면 고기를 전혀 먹지 말아야 하나요? 고기의 소비를 줄이는 것에서 시작할 수는 없을까요?

가장 안전하게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은 현재 이뤄지고 있는 "세포로 배양된 고기를 먹는 것" 입니다. 몇 달 전에
[ https://goodmeat.co/ ]싱가포르에서 처음으로 세포 배양 닭고기를 판매할 수 있는 허가를 받고 판매에 들어갔습니다. 이것은 정말 닭고기입니다. 모든 세포가 닭고기입니다. 하지만 세포에서 배양된 것이기 때문에 살아있는 가축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도 없습니다. 더 위생적으로 보관될 수 있고 온실가스도 배출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고기를 먹는 한가지 방법은 닭고기 뿐 아니라 소고기나 돼지고기, 양고기 등도 모두 이런 식으로 세포를 통해 배양해 먹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혹은 빠른 시일 안에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더 넓은 농장에서 방목된 경우이거나 축사 안에만 갇혀있는 동물이 아닌 경우가 가축에게도, 또 우리의 건강에도 덜 위험할 것입니다.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6102705&plink=SEARCH&cooper=SBSNEWSSEARCH ]

*닭의 깃털에서 얻은 세포로 배양한 닭고기의 사례
https://www.youtube.com/watch?v=f8Ii3DB6ejE&ab_channel=EatJust%2CInc.

Q4. 코로나19로 인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데요. 기후변화와 관련해 우리가 가져야할 윤리적 질문은 무엇일까요?

기후변화 관련 가장 핵심 윤리적 질문은 "우리가 온실가스 배출에 기여하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빈곤으로 인해 온실가스의 영향으로부터 자신들을 옹호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그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 가운데 일부는 벌써 빈곤한 국가에 살면서 온난화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지만 일부는 앞으로 미래에 살게 될 사람들입니다. 부유한 국가의 사람들이 자신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위해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고기를 소비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해서 자신을 옹호할 수 없는 빈곤한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준 것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생활방식을 정당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미래 세대가 우리의 이러한 행동을 범죄로 여길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 빨리 행동하지 않은 다른 사람의 웰빙에 대한 엄청난 무관심에 대해서요. 그래서 저는 더 많은 사람들이 멈춰야 한다는, 저희 세대의 부유한 사람들이 세상에서 하고 있는 일이 분노할 만한 일이라는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기를 원합니다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Q5. 최근 페미니스트들과 동물해방운동가, 장애인 인권운동을 하시는 분들 등 이전보다 새로운 교차 연대가 더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요. '동물해방' 책에서도 비슷한 연대에 대해 언급하신 것으로 압니다. 이러한 연결을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동물해방운동이 기존의 지지 그룹을 넘어 연대를 확장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역사에서 보면 초창기에는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 자신의 커뮤니티, 자신의 로컬 부족만으로 윤리의 범주가 한정됩니다. 그러다가 자기 나라, 자신의 종교, 자신의 인종 등의 방식으로 범위를 확장해가면서 누가 중요한지, 누구까지 고려할 것인지를 정해왔습니다. 남성과 여성의 이슈도 당시에는 남성들이 그 범주를 정했기 때문에 여성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직도 완전히 해결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세계인권선언 등 중요한 성명서에는 모든 인간을 포함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춰서는 안됩니다. 인간 아닌 동물도 '지각이 있는 존재'라는 사실, 고통을 느끼고, 그들의 고통도 이제는 고려해야합니다. 혜택 받지 못하고 소외되고 무시돼 온 모든 존재에 대해, 지지하고 그들의 삶도 최대한 나아질 수 있게 보장해 줘야 합니다.

Q6. 당신은 행동하는 실천윤리학자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요. 지금 같은 불확실한 시대, 우리는 뭘 다르게 해야할까요?

사안을 글로벌 하게 봐야 합니다. 많은 문제들은 이제 더이상 개별 국가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만약 자국 이기주의를 따르게 되면 조만간 자포자기 하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국가들이 그럴 경우 협력도 힘들어지고, 큰 문제를 전혀 해결할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장 다르게 해야하는 것은 "글로벌 한 접근"을 하는 것, 더 협력적인 접근, 그리고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존재, 그게 인간이든 인간이 아닌 동물이든 그들의 웰빙까지 모두 고려하는 것입니다.

Q7.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하나 들여다 보면 좋은 것은 무엇을 먹는가 입니다. 집약적인 공장형 농장의 고기를 먹는다면 매년 100억마리 이상의 동물에 가해지는 엄청난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당신이 고기를 먹고, 특히 공장형 축산 산업의 고기를 먹고 있다면, 중단하는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식물 기반의 좋은 식품들도 많이 있고, 한국 요리 가운데 채소나 두부를 기반으로 한 영양가 있는 음식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 첫걸음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세계적인 빈곤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입니다. 더 효율적인 기관에 기부를 할 수도 있고, 정부가 해외원조 등에 더 관심을 갖고 저개발 국가에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도움이 이뤄질 수 있게 독려하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방법들이 이전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사는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우리가 우리 삶을 더 윤리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잣대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 https://www.thelifeyoucansave.org/ ]

Q8. 젊은 세대는 특히 '공정'과 '안전' 이슈를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윤리적인 관점에서 볼때 꼭 바꿔야 할 시스템은 무엇일까요?

제 생각에는 젊은 층들이 팬데믹 이전부터도 세상이 안전하지 않다 느끼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우리 세대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1970, 1980년대 들어서야 위험성에 대해 제기되기 시작하고, 위험이 사실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안전'과 관련해서는 가능한 한 온실가스의 배출을 막고, 그 정도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세계 빈곤 이슈는 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필요로 하는 것 것보다 십만 달러 더 벌 때, 누구는 하루에 2 달러 밖에 벌지 못하는 것은 너무 불공평합니다.

Q9. 동물 이슈와 빈곤 이슈 가운데 어느 것에 먼저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제가 먼저 관심을 가졌던 것은 빈곤 이슈입니다. 10대 때 나이지리아의 비아프라라는 곳에 엄청난 기근이 있었는데 그때 본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들의 사진들이 끔찍했습니다. 그외 다른 나라의 기아에도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래서 관심은 빈곤 이슈가 먼저였습니다. 하지만 동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을 때 든 생각은 "마치 멀리 있거나 나랑 다른 인종의 문제이면 없는 것처럼 치부하는 것처럼" 인간이 아닌 동물 이슈는 더더욱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착취되지만 무시되는 존재이고, 동물은 자기 스스로 자신을 옹호할 수도 없어 더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동물에 관심을 가지면 상대적으로 인류의 문제에 덜 관심을 갖는다는 주장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저랑 일했던 많은 사람들의 경우, 동물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사람의 문제에도 훨씬 더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Q10. 한국에도 최근 채식주의자들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다양성'의 관점에서 볼 수도 있을까요?

채식주의자와 비건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것은 아주 흥미롭습니다. 예전에는 한국에 채식주의자가 많지 않다고 하셨는데, 과거에는 유럽에서도 채식주의자라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변했습니다. 프랑스에도 동물단체들이 생기고 ,비건들도 있습니다. 세상에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더 개방적이 되는 것은 중요한 현상입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더 개방되고, 그러한 아이디어들이 계속 더 공개적이고 자유롭게 토론 되고, 더 나은 세상이 되기 위해 뭘 해야하는지를 계속 생각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피터 싱어 교수는 최근 동료 두 명과 1332명의 철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네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고기 먹는 문제에 대해, 다른 그룹은 기부에 대해 각각 읽고 동영상을 보여준 뒤 조교와 50분 동안 토론하게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통제된 상황에서 비교해 보았더니, 고기 먹는 윤리에 대해 논의한 그룹은 논의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할 정도로 고기 소비가 줄었다고 하는데요. 철학적인 논의가 실제 삶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피터 싱어 교수는 그래서 중요한 문제일수록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4, 5살의 어린 나이에서부터도 윤리적인 선택에 대해 대화는 가능하다고 강조했는데요. 새삼 저희팀에서 SBS D포럼을 준비하면서 제기하는 이슈나 논의들도,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데 실천적 어젠다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여러분은 올해, 어떤 이슈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논의되어야 하는 이슈라고 생각하십니까?
[ https://www.sdf.or.kr/ ]


*** SBS 보도본부 미래팀의 취재파일은 SBS의 대표 사회 공헌 지식 나눔 플랫폼 <SBS D포럼>을 중심으로, SBS 보도본부 미래팀원들이 연중 작성합니다.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화두를 앞서 들여다보고, 의미 있는 새로운 관점이나 시도들을 전하는 뉴스레터 <SDF 다이어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요. 매주 수요일, 지혜를 모으는 담론의 장이 펼쳐집니다. 매주 SBS 미래팀의 취재파일을 접하고 싶은 분은 SDF 다이어리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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