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판결에 위기 맞은 SK이노..합의만 남았다
미국과 한국을 넘나들며 3년째 이어진 LG에너지솔루션(LG화학배터리사업부)과 SK이노베이션 간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LG의 승리로 기울었다. 10년 간 미국 내 판매금지 조치가 내려진 SK이노베이션으로선 큰 위기를 맞게 됐다. LG, 삼성, SK 등 3사로 대표 되는 K-배터리 산업도 중요한 분기점 맞을 전망이다.
ITC는 11일(한국시간) 오전 판결문을 통해 "SK이노베이션 배터리의 미국 내 판매를 2~4년 제한적 허용 후 10년 간 금지한다"고 밝혔다.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고 SK 배터리 셀·소재 수입을 원천 금지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에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이 백척간두에 섰다.
ITC판결에 대해 미국 대통령은 60일 내 거부권(Presidential Review)을 행사할 수 있다. 대규모 특허분쟁서 거부권이 행사된 사례는 거의 없다. 하지만 이번 판결을 놓고선 바이든 행정부가 목하 고심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친환경 일자리 창출과 자국 산업보호라는 국정과제에 맞서는 결정이어서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에 배터리 1~2공장을 건설중이다. 연 22GWh 규모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UAM(도심항공모빌리티)에 두루 쓰이는 배터리는 대표적인 친환경 미래소재다. 이 공장서만 26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개막식에 참석한다면 '그림'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공장에 이미 2조원을 쏟아부었다. 3조원을 더 투자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10년 중 2~4년의 유예기간을 뺀 6년간 공장을 세워야 한다면 손해가 더 크다. ITC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공장 건설을 계속 진행할 이유가 없다.
ITC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LG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단서를 달았다. 폭스바겐과 포드 일부엔 2년, 포드 나머지 일부엔 4년 등 배터리 공급 유예기간을 뒀다. 미국 내 완성차 공장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통해 바이든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는 명분을 줬다는 거다.
SK이노베이션 공장이 어그러진다면 폭스바겐·포드는 어차피 처음부터 다시 배터리 공급사를 찾으러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전기차 수요 급증으로 글로벌 배터리 품귀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폭스바겐 등이 마지막까지 LG·SK 간 합의를 중재하려 안간힘을 쓴건 이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테슬라와 손잡고 중국 공장을 공략하는 한편 유럽에도 생산기지를 짓고 있다. 삼성SDI는 중국과 유럽에서 힘을 낸다. SK이노베이션은 유럽에 이어 미국을 중심 생산기지로 삼고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다. 한시 바삐 달려가야 할 상황에 한 축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소모적인 소송전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LG에너지솔루션은 ITC 판결 이후 입장을 내고 "납득할 수 있는 합의안이 제시되지 않는 경우 댈라웨어 연방지방법원 소송과 국내 법원 소송에도 단호하게 임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여세를 몰아 밀어붙이겠다는 거다.
이는 또 다른 소송을 낳을 전망이다. 스마트폰 대중화 초기 벌어졌던 삼성과 애플 간 특허분쟁과 같이 지난한 장기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수는 물론 승·패도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더구나 이번 소송을 예의주시하는건 한국 배터리사들만이 아니다.
양사는 이번 소송을 통해 합산 5000억원 안팎의 소송비용을 쓴 것으로 보인다. 합의를 통해 일부 보전이 된다 해도 결국은 누구든 한국산 배터리 투자에 썼을 돈이다. 시시비비가 가려지고 명분이 제 자리를 찾았다면 합리적 수준의 합의를 통해 다툼을 일단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양사가 협상테이블에 앉는게 우선이고 합리적인 합의금 책정이 다음이다. SK이노베이션도 주판알을 튕길 수밖에 없다. 합의에 따른 비용 지출이 미국 공장 기 투자금 2조원을 넘어설 경우 투자 자체를 백지화하고 다시 소송에 기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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