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판결에 위기 맞은 SK이노..합의만 남았다

우경희 기자 2021. 2. 11. 10:2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종합)


미국과 한국을 넘나들며 3년째 이어진 LG에너지솔루션(LG화학배터리사업부)과 SK이노베이션 간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LG의 승리로 기울었다. 10년 간 미국 내 판매금지 조치가 내려진 SK이노베이션으로선 큰 위기를 맞게 됐다. LG, 삼성, SK 등 3사로 대표 되는 K-배터리 산업도 중요한 분기점 맞을 전망이다.

ITC는 11일(한국시간) 오전 판결문을 통해 "SK이노베이션 배터리의 미국 내 판매를 2~4년 제한적 허용 후 10년 간 금지한다"고 밝혔다.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고 SK 배터리 셀·소재 수입을 원천 금지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에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이 백척간두에 섰다.

'5조원 공장' 보는 바이든 행정부 복잡한 시선…결론은?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 제1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ITC판결에 대해 미국 대통령은 60일 내 거부권(Presidential Review)을 행사할 수 있다. 대규모 특허분쟁서 거부권이 행사된 사례는 거의 없다. 하지만 이번 판결을 놓고선 바이든 행정부가 목하 고심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친환경 일자리 창출과 자국 산업보호라는 국정과제에 맞서는 결정이어서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에 배터리 1~2공장을 건설중이다. 연 22GWh 규모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UAM(도심항공모빌리티)에 두루 쓰이는 배터리는 대표적인 친환경 미래소재다. 이 공장서만 26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개막식에 참석한다면 '그림'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공장에 이미 2조원을 쏟아부었다. 3조원을 더 투자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10년 중 2~4년의 유예기간을 뺀 6년간 공장을 세워야 한다면 손해가 더 크다. ITC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공장 건설을 계속 진행할 이유가 없다.

ITC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LG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단서를 달았다. 폭스바겐과 포드 일부엔 2년, 포드 나머지 일부엔 4년 등 배터리 공급 유예기간을 뒀다. 미국 내 완성차 공장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통해 바이든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는 명분을 줬다는 거다.

SK이노베이션 공장이 어그러진다면 폭스바겐·포드는 어차피 처음부터 다시 배터리 공급사를 찾으러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전기차 수요 급증으로 글로벌 배터리 품귀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폭스바겐 등이 마지막까지 LG·SK 간 합의를 중재하려 안간힘을 쓴건 이 때문이다.

합의가 최선, 외면도 압박도 도움 안 돼
5일(현지시각)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 열린 ‘LG화학 폴란드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 행사장에서 구본무 LG회장(우측에서 2번째), 마테우쉬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부총리(우측에서 첫번째) 등이 전시부스를 관람하고 있다 / 사진제공=LG화학
SK이노베이션이 미국 공장을 잃게된다면 미국 정부는 물론 한국 배터리 산업 전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 K-배터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가 약진하고 있지만 글로벌 배터리시장은 여전히 신대륙 격이다. 1강의 자리를 파나소닉에서 물려받은 CATL과 경쟁하며 미개척지를 함께 개척해야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 테슬라와 손잡고 중국 공장을 공략하는 한편 유럽에도 생산기지를 짓고 있다. 삼성SDI는 중국과 유럽에서 힘을 낸다. SK이노베이션은 유럽에 이어 미국을 중심 생산기지로 삼고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다. 한시 바삐 달려가야 할 상황에 한 축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소모적인 소송전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LG에너지솔루션은 ITC 판결 이후 입장을 내고 "납득할 수 있는 합의안이 제시되지 않는 경우 댈라웨어 연방지방법원 소송과 국내 법원 소송에도 단호하게 임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여세를 몰아 밀어붙이겠다는 거다.

이는 또 다른 소송을 낳을 전망이다. 스마트폰 대중화 초기 벌어졌던 삼성과 애플 간 특허분쟁과 같이 지난한 장기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수는 물론 승·패도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더구나 이번 소송을 예의주시하는건 한국 배터리사들만이 아니다.

양사는 이번 소송을 통해 합산 5000억원 안팎의 소송비용을 쓴 것으로 보인다. 합의를 통해 일부 보전이 된다 해도 결국은 누구든 한국산 배터리 투자에 썼을 돈이다. 시시비비가 가려지고 명분이 제 자리를 찾았다면 합리적 수준의 합의를 통해 다툼을 일단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양사가 협상테이블에 앉는게 우선이고 합리적인 합의금 책정이 다음이다. SK이노베이션도 주판알을 튕길 수밖에 없다. 합의에 따른 비용 지출이 미국 공장 기 투자금 2조원을 넘어설 경우 투자 자체를 백지화하고 다시 소송에 기댈 가능성이 높다.

[관련기사]☞ 학폭 가해 이재영·이다영 "영구퇴출" 청원 등장"알고 먹으려니 찝찝"…백종원, 연어덮밥집 질책'라스' 김연자 "올해 결혼할거다"…누구랑?PC방 온 20대 여자 손님 커피에 몰래 소변 탄 남자"판사님, 저는 고양이가 아닙니다"…변호사의 깜짝 변신
우경희 기자 cheerup@mt.co.kr,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