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실검' 사라져도 '변칙'은 살아남는다
대형언론 '이슈' 소스 다변화해 폐지 영향 제한적
'실검 대행'까지 쓴 군소 검색제휴 매체는 비상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조유정·문현호 대학생 기자]
'크로스 체크'. 언론계에서 제대로 된 기사를 쓰기 위한 교차 검증을 뜻하는 이 용어는 한 때 다른 의미로 쓰였다. 2015년 미디어오늘이 공개한 조선닷컴의 '어뷰징 매뉴얼'은 “네이버와 다음 실검을 크로스 체크한 다음 이를 섞어 기사를 낼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김희애 눈물'(네이버)+'김희애 폭풍오열'(다음)→'김희애 폭풍오열 눈물'”을 예로 들며 양대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를 섞은 키워드로 기사를 써야 효과가 크다고 했다.
'실검'과 저질 기사인 '어뷰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사람들이 실검에 주목하면서 검색 결과에 걸리는 기사가 많은 트래픽을 얻게 됐다. 주요 언론사들까지 어뷰징에 가세했고, 소규모 인터넷 언론사가 대거 설립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다음에 이어 네이버가 오는 25일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폐지를 결정하면서 언론계 지각변동이 예고된 상태다.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이와 관련 미디어 전문 미디어 '미디어고토사'의 이성규 대표는 온라인 설문을 실시했는데 언론계 종사자들은 네이버 실검 폐지로 수익이 '줄어들 것이다'와 '변화가 없을 것이다'를 비슷한 비율로 응답했다. 이성규 대표는 “언론 종사자들이 수익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응답하리라 예상했지만 막상 조사해보니 그렇지 않았다”며 “언론사 규모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겠다는 점을 확인하게 됐다. 큰 언론사의 경우 실검 외에도 '트렌디'한 이슈를 뽑아내는 경로가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언론사에서 온라인 전용 기사를 작성해온 전·현직 관계자들은 실검 뿐 아니라 다른 '소스'를 통해 온라인 기사를 쓰고 있어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 언론사 온라인 부문 관계자 A씨는 “실검이 폐지돼도 크게 상관없을 것 같다”며 “실검을 활용하긴 하지만 인스타그램 등 연예인 SNS 모니터링, 랭킹 기사, 타사 메인 기사,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활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 언론사 온라인 부문 관계자 B씨는 “실검 관련 기사는 써도 되고 안 써도 된다. 주로 연합뉴스와 뉴시스 등 통신사 기사를 보고 기사를 쓴다”고 했다.
언론사들은 '실검' 외에도 네이트 '판' 등 커뮤니티, 연예인 소셜미디어 계정, 유튜브 인기 영상, 청와대 국민청원 등이 이슈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수시로 모니터링 하고 있다. 기자마다 담당 연예인과 커뮤니티를 배정하는 경우도 많다.
더욱이 네이버가 2018년 10월 모바일 첫 화면에서 '실검'을 빼고, 이후 이용자 맞춤형 실검 개편에 나선 뒤 현재는 이미 실검의 주목도가 떨어진 상황이었다. 실검 개편이 이어지는 동안 '다른 길'을 찾은 언론사가 적지 않은 것이다.
다만 콘텐츠 제휴(CP) 매체와 군소 검색제휴 매체의 상황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복수의 언론사·홍보대행업계 관계자들은 검색제휴와 홍보대행사들은 영향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넷 언론사 관계자 C씨는 “광고대행사가 여러 언론사로부터 권한을 받아서 실검 기사를 써주고, 클러스터링으로 묶여 주목을 받게 하는 방식의 마케팅이 있다”며 “검색제휴 중에서도 (이런 마케팅의 영향을 받는) 규모가 작은 신규매체에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홍보대행사에서 제휴를 맺은 언론사로부터 기자 ID를 발급받아 '실검' 기사를 쓰는 경우가 많다”며 “홍보대행사가 검색 제휴 매체를 사들이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언론사 관계자 D씨는 “네이버에서 CP는 늦게 기사를 써도 치고 올라갈 가능성이 있는 반면 검색제휴 매체들은 이미 나온 기사를 보고 썼을 때 효과를 발하기 힘들다는 차이도 있다”고 했다.
네이버가 이용자에게 기사를 추천할 때 인링크로 제공되는 CP매체만 대상으로 한다. 네이버 추천 알고리즘이 같은 이슈더라도 여러 기사를 추천하는 원리이기에 다소 늦게 출고된 기사라도 큰 주목을 받을 수 있다. 더구나 CP매체들은 네이버 채널 '구독'을 통해 구독 기사를 제공하는 시스템도 보편화된 상황이라 비교적 '실검' 의존도가 낮고 '콘텐츠 경쟁'을 하기에 유리한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어떻게든 다른 답을 찾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포털과 언론의 관계는 '창'과 '방패'의 대결에 비유된다. 과거 네이버가 첫화면에 제휴 언론사 기사를 무작위로 노출하던 뉴스캐스트 시절 언론은 '충격' '경악' 등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로 클릭을 유도해 논란이 됐다. 2013년 3월 네이버가 언론사별 구독 시스템인 뉴스스탠드로 개편해 첫 화면 유입 효과가 급감하자 검색 결과로 유입되는 기사를 쓰는 '실검 어뷰징'이 시작됐다. 이때 언론사별로 온라인팀을 만들고 '어뷰징 전담 인력'을 대거 뽑았다.
2015년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도입 초기 어뷰징 벌점 제재에 나서자 한 언론사가 같은 내용을 조금씩 바꿔 10개씩 쓰던 '동일기사 반복전송'이 2~3개로 줄었지만, 전체적인 실검 기사 수가 줄어들지는 않았다. 포털이 비슷한 기사를 검색 결과에 묶는 클러스터링 기술을 도입한 이후에는 클러스터링 상위에 차지하기 위한 어뷰징 경쟁이 시작됐다. 포털이 최초 기사에 알고리즘 가중치를 두자 언론이 과거 기사를 새로운 내용으로 덮는 '엎어치기'가 생겨났다. 그 결과 '북한군 노크 귀순' 기사가 귀순 시점보다 먼저 나오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최근에는 비교적 경쟁이 덜한 '생활/문화' 섹션에 연예 기사를 송고하는 식의 신종 어뷰징 수법도 나왔다.
D씨는 “중요한 건 실검 폐지 그 자체가 아닐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네이버는 지속적으로 정치적 논란과 이용자 선호 등을 고려해 다른 기능을 강화하고 뉴스에 힘을 빼고 있는데, 실검을 폐지했다는 건 뉴스도 언제든 뺄 수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실검 폐지에 따른 대응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포털이 없는 상황의 대응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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