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에겐 시댁에 갈지 말지 선택할 권한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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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민족 대이동의 명절인 설에도 정부가 고향 방문 자제를 권고한 가운데, '시가 방문'이라는 민감한 주제는 또 한번 화두가 됐다.
그리고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에도 초점이 맞춰진 건 '이 시국에도 시가에 가는 문제로 힘들어하는 며느리의 고충'이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보도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 등을 요약하면 '"시댁가? 말아?" 설 앞두고 며느리들 혼란', '오라는 시댁 vs 말리는 정부, 며느리들 어쩌죠?' 등으로 대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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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내용을 담은 보도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 등을 요약하면 ‘“시댁가? 말아?” 설 앞두고 며느리들 혼란’, ‘오라는 시댁 vs 말리는 정부, 며느리들 어쩌죠?’ 등으로 대표된다. 5인 이상 모임 금지조치까지 더해진 이번 설은 지난 추석 때보다 방역 수위가 높지만, 여전히 주로 고민을 토로하는 이들은 며느리들이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정부 지침에 따라 이번엔 못 간다고 말씀드렸다”는 기혼 여성들의 글이 올라왔지만 대부분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하소연이 많았다. 며느리에겐 시가에 갈지 말지 선택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이들의 고민을 정말 ‘갈까 말까’ 저울질하는 식으로 인식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과태료까지 내주겠다며 오라고 한다”는 시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는 고민에는 어떤 답이 달렸을까.정부가 5인 이상 모임을 강력 단속하거나 과태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부터 서로 익명으로 ‘품앗이 신고’를 해주자는 웃지 못할 제안까지 등장했다. 시가에서 부를 것을 대비해 지인에게 주소를 알려주고 5인 금지 위반 신고를 해 달라고 요청해두는 식이다.
이 같은 현상을 그저 코로나 시국의 ‘웃픈(웃긴데 슬픈) 한 장면’으로 다루어도 좋을까. 이런 시국에마저 조마조마해 하며 ‘시댁 호출’ 여부를 공유하고, 간접적인 대응 방안을 생각하느라 머리 싸매는 집단지성이야말로 진짜 더 웃픈 것인지 모른다. 나아가 ‘시부모-남편-며느리’ 순으로 이어지는 암묵적인 권력 관계상 고민의 최종 정착지가 며느리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도 드러난다.
앞서 방역당국은 직계 가족이라도 거주지가 다를 경우 5인 이상 모임을 가질 수 없는 조처를 설 연휴가 끝나는 14일까지 연장했다. 이를 위반하면 1인당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질병관리청은 “명절에는 이동이 늘고 가족 모임 등이 잦아져 바이러스 전파 위험이 높다”며 “소규모 집단감염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이번 설에는 가족 간 서운함이 있더라도 가급적 집에 머물러 달라”고 당부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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