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 시민구단 문의'에 놀란 울산시, 코로나 위기에 발벗고 나서
울산시는 4년 전 아찔한 경험을 했다. 프로축구 울산 현대의 구단주 현대중공업은 2017년 10월 울산시에 축구단을 시민구단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현대중공업은 2016년 이후 계속된 조선업 불황으로 회사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울산시 입장에선 많게는 수백억원이 드는 시민구단 운영 비용을 감당하기 벅찼다. 울산 현대고를 중심으로 한 유스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노하우도 없었다. 울산시는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명문 구단이지 않느냐”며 “행정, 재정적으로 적극 지원하겠으니 팀을 계속 운영해 달라”고 현대중공업을 설득했다.
화들짝 놀란 울산시는 지난해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약속을 지켰다. 지역 연고팀인 울산 현대와 프로농구 현대모비스가 관중 수입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자 열화상 카메라 등을 지원했다. 또 시 홍보 명목의 보조금을 편성해 구단을 도왔다. 총 지원 금액은 두 구단이 작년에 울산시에 낸 경기장 사용료(4억1400만원)의 절반에 가까웠다. 울산 현대와 현대모비스로부터 각각 문수경기장, 동천체육관을 사용허가 또는 대관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울산시는 구단들의 수익 개선을 위한 제도 개선 요청도 받아들였다. 기존 울산시 조례에 따르면 울산 현대는 문수경기장에 부착 광고를 유치할 때마다 시에 사용료 1제곱미터당 4만3000원을 내야 한다. 광고 사용료 기준이 조례에 못 박혀 있다 보니 구단에서 광고 영업을 열심히 하면 그만큼 시에 낼 금액도 커진다. 관중 수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경기장 광고라도 많이 유치해 살림살이를 유지해야 하는 구단 입장에선 시에 낼 돈을 줄여야 했다.
울산시는 작년 11월 조례 개정 작업에 들어갔고, 코로나 사태 등 비상 상황으로 구단이 어려움을 겪을 때 시와 협의해 광고 사용료 기준을 낮출 수 있도록 조례 개정안을 마련했다. 울산시 담당 공무원은 시의회를 찾아가 “재정 어려움을 겪는 지역 구단을 도와줘야 한다”고 설명했고, 시의회는 작년 12월 초 통과시켰다. 새 조례는 12월 말 공표돼 시행 중이다. 울산 현대와 현대모비스는 작년에 광고 사용료로 각각 1억8500만원, 3300만원을 냈다. 조례 개정 등으로 올해부턴 각각 1억원(54.1%), 1900만원(57.6%)을 감면받게 됐다. 광고 사용료 감면에 추가 보조금 지원까지 합치면 올해 두 구단이 울산시로부터 받은 지원액은 총 2억5900만원에 달한다. 작년 시에 낸 돈(4억1400만원)의 62.6%에 달한다.
최홍식 울산시청 체육지원과장은 “울산 현대는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2회 우승, 현대모비스는 리그 통산 7회 우승으로 울산 시민 사랑을 많이 받는 전국 명문 구단이다. 울산시 브랜드 상승에 큰 기여를 했다”며 “국내 프로스포츠 대부분이 스스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 모기업에서 지원을 받고 있는데 코로나 이후 기업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힘들 때 적절한 지원을 하지 않아 기업이 구단 운영을 그만두게 되면 지역 체육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코로나 시기 시민이 박수 치고 환호하게 만든 구단이 무너지면 시민도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구단 수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담당 공무원들이 신경을 많이 써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행히도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울산시와 같은 ‘미담 사례’는 손으로 꼽힌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실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받은 자료와 본지가 4대 프로스포츠(야구·축구·농구·배구) 61개 구단을 전수 조사한 결과를 종합하면, 작년 지자체에 홈 경기장 사용료를 낸 50개 구단 중 감면 혜택을 받은 곳은 10팀에 불과하다. 하지만 감면액조차 23억6240만원으로 미미했다. 이들이 낼 270억5300만원의 8.7% 수준이었다. 반면 4대 프로스포츠의 2020년 관중은 166만8068명이었다. 2019년 1148만8283명보다 85.5%가 줄어들었다. 작년(1~10월 기준) 프로스포츠 전체 피해액은 2376억4400만원. 사용료 감면액의 100배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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