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전쟁' 승자는 LG.."SK 배터리, 10년 동안 美 수입금지"(종합)
LG "지적재산권 보호받게 돼" SK "아쉽지만 유예기간은 다행"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류정민 기자 =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관련 핵심기술 등 영업비밀과 관련 인력을 빼갔다는 LG에너지솔루션의 주장이 인정됐다. 지난 2019년 4월 이후 약 2년 동안 이어진 '배터리 전쟁'은 LG의 승리로 결론났다.
1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이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결정에서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승소 판결했다.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과 모듈, 팩 및 관련 부품·소재에 대해 미국 관세법 337조(지식재산권 침해 등 불공정 행위를 다루는 제재 규정)를 위반했다고 보고 '10년 동안 미국 내 수입 금지'를 명령했다.
이미 수입된 침해 품목에 대해서도 10년 동안 미국 내 생산과 유통 및 판매를 금지하는 '영업비밀 침해 중지 명령'을 내렸다. 영업비밀 침해 품목에 대한 수입 금지 및 영업비밀 침해 중지 명령은 이날부터 발효된다.
다만 포드의 전기픽업트럭 F-150과 폭스바겐의 모듈형 전기차 플랫폼(MEB)에 쓰이는 SK 배터리 부품·소재는 각각 4년과 2년 동안 제한적으로 수입을 허용했다. 또 이미 판매 중인 기아자동차 전기차용 배터리의 수리 및 교체를 위한 전지 제품의 수입도 허용했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SK이노베이션에서 배터리를 공급받는 포드와 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에겐 대체품을 찾을 시간을 줘 이번 판결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ITC는 이 같은 결과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미국 무역대표부에 통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으로 60일 안에 ITC 판결에 대해 인용 또는 거부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ITC의 결정에 대해 "그동안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관련 영업비밀을 탈취해 연구개발, 생산, 테스트, 수주, 마케팅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부정하게 사용해 경제적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자사의 주장을 인정한 것"이라며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30여년 동안 수십조원의 투자로 쌓아온 지식재산권을 법적으로 정당하게 보호받게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글로벌 경쟁사들의 인력 및 기술 탈취 행태에 제동을 걸어 국내 배터리 업체의 기술력을 보호하고,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 전체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 측은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이번 최종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에 부합하는 제안을 해 하루빨리 소송을 마무리하는데 적극 나서라"며 "침해된 영업비밀에 상응하고 주주·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안이 제시되지 않으면, 이번 승소를 토대로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임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SK 측은 "이번 결정은 소송의 쟁점인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실질적으로 밝히지 못한 것이어서 아쉽다"며 "다만 고객 보호를 위해 포드와 폭스바겐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을 둔 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은 절차를 통해 SK 배터리와 조지아주 공장이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친환경 자동차 산업에 필수·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 수천개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공공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전할 것"이라며 "유예기간과 그 후에도 고객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인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배터리 관련 핵심 기술을 다량으로 유출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LG 측은 지난 2017년부터 2년 동안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전지사업본부의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 인력을 대거 빼갔다고 본다. 반면 SK이노베이션 측은 영업비밀을 유출한 사실이 없으며, 인력 채용도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투명하게 채용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소송 과정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증거를 조직적·고의적으로 인멸했고, 포렌식 명령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기에 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TC는 이를 받아들여 지난해 2월 예비 결정에서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고, 재검토를 거쳐 이날 최종 결정에서 확정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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