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단일화의 결정적 순간들..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박순봉 기자 2021. 2. 11. 09:1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화는 아직 멀고도 험해 보인다. 11일 기준 국민의힘 4명의 예비후보, 제3지대 2명의 후보가 각각 대진표를 완성해 윤곽은 잡혔다. 하지만 ‘토너먼트’ 과정 곳곳에 예측이 어려운 다양한 변수들이 깔려 있다. 국민의힘 경선에선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레이스가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예비 경선에서 당원 투표에서 승리한 나 전 의원, 일반 여론조사에서 승리한 오 전 시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제 3지대도 치열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은 승부처가 될 수 있는 TV토론회를 앞 두고 있다. 두 후보는 TV토론회 횟수와 시기를 두고도 계속해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각 리그에서 후보가 뽑힌 뒤에는 국민의힘과 제3지대 후보 간 단일화 과정이라는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제3지대에서 선출될 가능성이 높은 안 대표가 최종 후보가 되는 것에 부정적이다. 국민의힘과 제3지대간 단일화 과정에선 경선 규칙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도 예상된다.

단일화 과정이 변수에 변수가 더해지는 복잡한 셈법이 됐지만 처음부터 고차 방정식이었던 건 아니다. 단순해질 수 있었던 결정적 순간들도 있었다. 조건부 출마를 선언했던 오 전 시장, 국민의힘 입당을 거부한 안 대표가 대표적이다. 그때 만약 후보들이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떤 결과가 벌어졌을까. 야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서 상황을 가정해봤다.

■오세훈, 바로 출마했다면?

오 전 시장은 지난달 7일 안 대표의 국민의힘 입당 혹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을 전제로 한 조건부 불출마를 선언했다. 안 대표와의 단일화가 확실해지면 자신은 본래 계획대로 대선 직행을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의 이같은 선택은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 좋지 않은 선택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달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오 전 시장은 단일화가 그만큼 절박하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최근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다. 후회하고 있다는 뜻도 밝혔다. 실제로 당시 김종인 위원장은 비공개 비대위에서 오 전 시장의 이같은 출마 선언을 두고 “제 정신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후 나 전 의원이 재빠르게 출마를 선언하면서 선두 자리도 뺏겼다. 오 전 시장은 그 전까지는 국민의힘의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당내에서 “국민의힘에 후보가 없어서는 안 되지 않겠느냐”며 출마를 권유하는 이들도 이어졌었다. 하지만 이 선택으로 선두 자리를 뺏겼고, 김 위원장의 비판으로 우유부단하단 이미지까지 주게 됐다.

만약 당시에 ‘조건부’가 아닌 출마를 선언했다면? 야권 관계자들은 오 전 시장이 확실한 국민의힘의 후보로 자리매김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 비대위원은 “그때 조건을 걸지 않고 출마선언했다면 국민의힘에선 오 전 시장이 무조건 후보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래도 지지가 높았고, 선점 효과도 누릴 수 있었을 것이란 의미다. 당 핵심 관계자는 “당내에선 그때까지만 해도 중도층 확장력이 더 있는 오 전 시장이 후보가 돼야 한다는 여론이 강했다”며 “본인으로선 가장 아쉬운 지점이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오 전 시장은 최근 국민의힘 1차 경선에서 나 전 의원을 일반 여론조사에서는 앞서면서 중도층 확장력을 다시 보여줬다. 다른 비대위원은 “그때 선택과 ‘V논란’으로 완전히 꺼진 불이라고 생각했던 오 전 시장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며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한다는 정치권 말이 떠오른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힘에 입당했다면?

야권 단일화의 큰 축 중의 하나인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했다면 어땠을까. 안 대표는 야권에서 가장 먼저 출마 선언을 하면서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고, 이후 김 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에선 안 대표의 입당을 요구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한 정당의 대표가 입당을 할 수는 없다면서 거절했다. 특히 국민의힘 간판으론 본선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

하지만 단일화란 측면에서만 보자면 ‘안 대표 입당=국민의힘 후보 확정’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결정적인 변수가 됐을 걸로 보인다. 한 초선 의원은 “오 전 시장이 안 대표의 입당 혹은 합당을 전제로 제안했을 때, 그때 만나서 ‘구국의 심정으로 제안해주신 오 시장님께 감사하다’며 수락했다면 야권 후보는 안 대표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연합뉴스


현재 벌어지는 신경전도 없었을 것이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안 대표와 사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김종인 위원장은 ‘정치인 안철수’에 대해서 매우 박하게 평가하고 있고 이를 감추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 입장에선 안 대표가 입당했다면 더 이상 당내 인사를 향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선점 효과를 누리던 안 대표가 입당하면, 오 전 시장이나 나 전 의원 같이 국민의힘 내 거물급 후보들의 출마도 쉽지 않았을 걸로 보인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