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슈퍼 사장님 퇴근해도 손님 온다..무인점포 시대 '성큼'
[경향신문]
대전 유성구 봉명동의 한 카페에 가면 서빙을 하는 로봇을 만날 수 있다. 음료 주문부터 제조, 서빙, 결제까지 무인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카페 이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화제가 된 ‘스토랑트’다. 업체 측은 “언택트 시대에 가장 적합한 외식 사업 형태가 될 것”이라며 로봇카페를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소비를 선호하는 시민이 늘면서 스토랑트 같은 무인 점포 수도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 불황’에 따른 매출 부진으로 인건비와 임차료 부담을 겪는 자영업자들의 출구 전략으로도 무인 점포 개업이 손에 꼽힌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보급 속도가 빨라지면서 무인 점포는 더이상 낯설지 않은 존재가 됐다. 정부도 동네 슈퍼를 스마트슈퍼로 육성하는 등 비대면·디지털화 시대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고용 불안 해소, 철저한 보안 시스템 구축 등 숙제도 안고 있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해 기업 26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의 87.5%가 ‘코로나19 이후 무인화가 더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엔 무인 점포 하면 빨래방이 가장 먼저 떠올랐으나 이젠 편의점, 아이스크림 가게, 카페, 문구점, 스터디카페, 이동통신사 매장 등으로 범위가 한층 넓어졌다. 특히 아이스크림 가게는 소자본 창업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무인 자동판매기는 한 평 남짓한 규모로도 운영할 수 있다.
이동통신업계도 고객 유치를 위해 무인 점포 개설에 적극적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 업계 최초로 서울 홍익대 인근에 24시간 무인 체험 매장 ‘T팩토리’를 열었다. 스마트폰 비교, 요금제 컨설팅, 가입신청과 휴대폰 수령 등의 업무를 볼 수 있다. KT는 지난달 대구 동성로에 하이브리드형 무인 매장 ‘KT셀프라운지’ 1호점을 개설했다. 무인 매장과 유인 매장 공간으로 나눴고 야간엔 무인 매장만 운영한다. 키오스크로 요금 수납, 요금제 변경 등을 직접 처리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도 전국 30여개 매장에 ‘U+키오스크’를 도입했다. 키오스크로 유심 개통, 요금 조회·납부 등을 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대형마트와 편의점까지 키오스크 도입을 확대할 예정이다.
편의점 CU는 안면 인증 출입, AI 카메라로 입장부터 결제까지 이뤄지는 무인 스마트 편의점 ‘테크 프렌들리 CU’ 1호점을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옥에 열었다. 매장에는 상품의 이동을 추적하는 비전캠과 고객 동선을 추적하는 모션캠, 매장 전경을 촬영하는 360캠, 이상행동을 감지하는 보안캠 등이 설치됐다. 고객은 원플러스원(1+1) 행사를 이용하거나 통신사 할인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CU는 “그동안 국내 유통업계에서 선보였던 스마트 편의점이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한 테스트베드 수준에 머물렀다면 테크 프렌들리 CU는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로 일반 점포와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24도 지난해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신세계아이앤씨와 협업해 미래형 편의점 ‘이마트24 김포DC점’을 선보였다. SSG페이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매장 입장용 QR코드를 발급받아 이용하면 된다. 별도의 계산 과정 없이 물건을 집어 나가는 것만으로 결제가 완료된다.
편의점에 밀려 경영난을 겪는 동네 슈퍼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지난 4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스마트슈퍼’ 800개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마트슈퍼 육성은 퇴근 후 심야시간에도 추가 매출을 올리고 노동시간을 단축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중기부가 최대 500만원, 지자체가 200만원 이상을 들여 출입 인증 장치와 무인계산대 등 무인 운영에 필요한 기술과 장비를 지원한다.
지난해 5개 동네슈퍼에서 시범운영을 한 결과 매출이 증가하는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중기부 관계자는 “스마트슈퍼는 비대면 소비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취향에 부합하고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점원과 접촉을 꺼리는 고객 욕구를 만족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무인 점포가 보편화되면 소프트웨어, 카메라, 센서 등 관련 기술과 장비 수요가 늘어나 정보기술(IT) 업계도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각종 조사에서 기업들은 ‘인건비 절감을 통한 수익 개선’을 무인화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가속화된 디지털화가 일자리 감소라는 부작용도 낳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무인화에 따른 고용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며 “키오스크 등에 익숙지 않은 디지털 소외계층을 배려한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인 점포를 노린 범죄도 기승을 부린다. 최근 10대 3명이 서울과 경기 용인, 분당 등 수도권 일대 아이스크림 가게 등 무인 점포 10여곳에서 현금을 훔쳐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해 말 충북 청주에서는 하룻밤 사이 무인 점포 5곳을 턴 10대 3명이 검거됐다. 서울의 한 대학 기숙사 내 편의점에서는 점주가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해 인건비라도 아끼려고 점포를 무인으로 운영하자 도난이 잇따랐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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