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패키지여행' 중 확진..'집합금지' 위반일까?

민소영 2021. 2. 1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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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화면. 해당 버스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사례와 무관함.


최근 서울에서 제주로 여행 온 관광객들이 잇달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 중 한 확진자는 20여 명이 함께 탑승한 전세버스를 이용해 단체 제주 관광을 했던 것으로 드러나, 방역 당국이 동선과 추가 접촉자를 파악하기 위한 긴급 역학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집합금지)'의 적용 기준을 놓고, 제주에서 논란도 재점화되는 모양새입니다.

방역 당국이 설 명절 '함께 살지 않는' 5인 이상 가족 모임은 금지하면서, 스무 명 가까이 함께 움직인 '패키지여행'은 "방역 수칙 위반이 아니"라는 해석을 내놓은 것이 발단입니다.

■ 20여 명 함께 버스 타고 '패키지여행'…5인 이상 사적 모임?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8일 발생한 제주 538번 확진자는 서울 강북구 확진자의 가족입니다.

이 확진자는 지난 6일 일행 3명과 함께 제주 관광을 왔는데, 8일 오전 10시쯤 가족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사실을 통보받았습니다.


여행 중 접한 가족의 확진 판정 소식에, 연락을 받자마자 30여 분 만에 제주보건소 선별검사소에서 검체를 채취했고, 이날 저녁 6시쯤 제주도 보건환경연구원으로부터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제주도 방역 당국 조사 결과, 538번 확진자는 다른 여행객과 가이드, 운전기사 등 20여 명과 함께 45인승 전세버스를 타고 제주를 관광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재 인후통 등 증상을 보이는 이 확진자는 제주의료원 음압 병상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제주도에 따르면 접촉자로 분류된 같은 버스 동승자들 가운데 현재 관련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없는데, 제주도를 이미 떠난 5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15명은 접촉자로 분류돼, 현재 제주에서 자가격리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 정부 "모르는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모인 것…5인 이상 사적 모임 아냐"

정부는 실내외를 불문하고 친목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모든 집합 활동을 금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즉, 동일 장소에서 동일한 목적(친목 형성 등의 사적 목적에 한함)을 지닌 사람들이 5인 이상 동일한 시간대에 모이는 모든 상황을 허용하지 않는 겁니다.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 전세버스를 타고 단체 여행한 것은 '5인 이상 사적 모임'에 해당할까요. 제주도의 답은 '아닌 것으로 본다' 입니다.

지난 4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주도청에서 ‘설 연휴 대비 제주형 특별방역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제주도청 제공


제주도 코로나방역대응추진단은 패키지여행이 5인 이상 사적 모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최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질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중수본은 제주도에 "모객행위를 통해 각기 모르는 사람 5명 이상의 인원이 여행이라는 개별의 목적을 위해 모인 것이라면, 이를 친목 도모를 위한 사적 모임으로 보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회신했습니다.

KBS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 538번 확진자가 이용한 45인승 전세버스에는 운전기사와 가이드를 비롯해 3인, 4인 등 여러 무리로 나뉜 여행객들이 함께 탔습니다. 패키지여행객 19명 모두 한 여행사를 통해서 제주 관광상품을 샀는데, 제주에 모여서 같은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관광을 즐긴 것으로 보입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전세버스의 경우, 승차 가능 인원 45명 중 2분의 1 이하(21명) 탑승은 허용하고 있습니다. 즉, 4인 이하씩 모여서 개별적으로 여행 상품을 구매했기 때문에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아니고, 전세버스를 함께 이용한 것 자체만으로는 '집합금지'라는 방역수칙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제주도 방역 당국의 1차 조사 내용과 중수본의 답변 내용을 종합하면, 이들은 버스 승차 인원을 지켰고, 단체 여행객 10여 명이 '한 팀으로' 통째 모객된 손님이 아니므로 방역 수칙 위반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해 보입니다.

제주도는 다만 "해당 관광객들의 식당 이용 등과 관련해선, 5인 이상 집합 금지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설날 가족 모임 안 되고, 패키지 관광은 되고…방역 지침에 '갸우뚱'

하지만 시민들은 5인 이상 모임의 범주를 여전히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반응입니다.

정부의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와 이동 최소화 지침이 여전히 유효한데, 관광객 등 20여 명이 함께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장소를 다니며 패키지여행을 진행했음에도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위반이 아니라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방역 당국은 설 연휴를 앞두고 집합 금지 지침을 거듭 강조했죠.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와 관련해 정부는 제사나 명절 등을 위해 모이는 경우 역시, 모임 금지 조치 위반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설날에도 '함께 한 집에 사는 가족'을 제외하고, 5명 이상 모여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즉, 주소가 다른 가족과 친인척은 제사나 명절을 위해 모이지 못하는데, 패키지 관광은 한 팀이 5인 이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서로가 모르는 사이라면, 총인원이 5명을 넘겨도 된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가 성립하는 상황입니다.

■ "수백 명 뒤엉켜 타는 대중교통…왜 전세버스만 비난?" 항변도

단체 관광객들과 여행업계를 향한 비난의 화살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이동을 자제하며 서로 조심하자는 분위기 속에서 확진자까지 발생하자, 이들을 향한 시선이 더욱 곱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왜 전세버스만 비난하느냐"는 항변도 나옵니다.

한 제주도민은 최근 KBS제주에 전화를 걸어와 "수십~수백 명이 뒤엉켜 타는 대중교통은 방역 수칙 위반 사례로 거론하지 않으면서, 역시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여러 명 타는 전세버스에 대해선 '집합금지 위반'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건 억울하다"고 호소했습니다.


전세버스 업계도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패키지여행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제주도 전세버스조합 관계자는 KBS제주와의 통화에서 "승차 제한에 맞춰 버스만 함께 탑승할 뿐, 4명 이하 단위로 여행팀을 모객한다"면서 "관광지도 개별로 입장하고, 식당 역시 팀마다 따로따로 장소를 달리해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식당에 함께 들어가, 속칭 '테이블 쪼개기'로 따로 앉아 식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대형 버스 한 대가 식당 앞에 주차하는 순간, 주변에서 '5인 이상 집합금지' 의심으로 신고가 들어간다"면서 "식당에서도 받아주지 않을 뿐더러, 조합 차원에서도 '절대 그렇게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사흘 새 '제주 관광객' 3명 확진…"설 연휴 고비"

본격적인 설 연휴를 앞두고 방역 당국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8일 단체 버스 관광객 확진 사례에 이어 지난 9일과 10일에는 서울에서 제주로 여행 온 일가족 2명이 잇달아 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 치료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제주 방문객 수는 지난달 초 확진자 급증 여파로 1만 명대로 떨어진 이후, 최근 2만 명대를 다시 회복하는 등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앞서 지난 4일 '설 연휴 대비 제주형 특별방역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설 연휴 동안 14만 명 넘는 사람들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이달 6일부터 연휴가 끝나는 14일까지를 특별방역 집중 관리 기간으로 정하고, 방역을 강화하겠다며 엄포를 놓은 건데요.

제주도는 미검사자가 입도 후 확진돼 방역 당국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등 귀책 사유가 발생할 때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구상권을 청구하는 등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의 발표 이후 제주 여행객 확진자들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제주도의 향후 대응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역학 조사를 하고 있는 제주도는 "해당 확진자들이 방역수칙을 위반했는지, 심층 역학조사를 통해 현장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민소영 기자 (missionali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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