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아니에요" 설 명절 5인 금지가 만든 '변명'

우장호 2021. 2.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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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을 앞두고 귀성 행렬이 시작된 지난 10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도착장은 부쩍 늘어난 이용객들의 발걸음으로 활기가 돌았다.

직계가족도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는 정부의 강력한 방역지침이 내려지면서 설 연휴 가족간 만남에도 어색함이 흐르고 있다.

이는 설 연휴 전날인 10일부터 14일까지 닷새 동안 관광객과 귀성객 14만3000명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타지역발 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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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상봉하고도 행여 '5인 금지' 오해받을까 염려
해를 넘긴 코로나19 확산세에 명절 분위기 '침울'
제주도, 외부 요인으로 확진자 발생 '우려 현실화'
[제주=뉴시스] 부모님을 향해 달려가는 '진짜배기' 설 풍경.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설 명절을 앞두고 귀성 행렬이 시작된 지난 10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도착장은 부쩍 늘어난 이용객들의 발걸음으로 활기가 돌았다.

대부분 4일 간의 긴 연휴를 보내고자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많은 덕분인지 마스크 너머 사람들의 얼굴에는 밝은 기운이 느껴졌다.

신이 난 관광객들 틈바구니에서도 한 가족의 만남은 특별했다. 오랜만의 만남을 증명이나 하듯 서로 부둥켜 안는 가족을 보고 있자니 과연 이게 '명절의 맛'이구나 싶었다.

반전은 그 이후에 발생했다. 촬영한 아름다운 포옹 장면을 사용하기 위해 허락을 구하자 돌아온 대답이 허무했다.

"우리 가족 아니에요..."

분명 "아빠", "엄마"를 외치고 달려간 자녀를 앞세운 부모님의 목소리에는 방금 전 상봉은 못 본 걸로 했으면 하는 간절함이 있었다.

'삼삼오오' 골프백을 끌고 가는 관광객 얼굴에는 당당함이, 자식과 상봉한 부모님의 얼굴엔 초초함이 느껴진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웃픈' 명절 풍경이다.

직계가족도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는 정부의 강력한 방역지침이 내려지면서 설 연휴 가족간 만남에도 어색함이 흐르고 있다.

해를 넘긴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며 두 번째 맞는 명절 분위기마저 흐트려 놓았기 때문이다.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1층 도착장에서 관광객들이 렌터카 보관소로 이동하고 있다. 2021.02.10. woo1223@newsis.com

가족 간에도 방역지침을 두고 이견이 엇갈린다.

단속이 애매한 행정명령 보다 더 강력하게 만남을 금지해 실효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설 상봉을 포기한 주부 정모(43)씨는 부모님댁 방문을 계획한 남동생에게 "5인 금지로 인해 다 함께 명절을 보낼 수 없을 것 같다"며 "아쉽지만 명절 이후에 얼굴을 보자"고 통보했다.

제주도 방역당국도 설 연휴 기간 접촉과 이동을 최대한 자제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도는 지난 6일부터 14일까지 특별방역 집중 관리기간으로 정하고 설 연휴 대비 '제주형 특별 방역대책'을 추진 중이다.

이는 설 연휴 전날인 10일부터 14일까지 닷새 동안 관광객과 귀성객 14만3000명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타지역발 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우려는 벌써 현실화하고 있다.

연휴 전 제주를 찾은 관광객 가족이 연이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일행 가운데는 주소지가 다른 직계가족도 있어 '5인 이상 모임 금지'도 어긴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45인승 전세 버스를 타고 '패키지 여행'을 한 관광객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세 버스에는 여행객 19명과 관광 안내원 1명, 버스 기사 1명이 탑승해 있었다.

방역당국은 이 같은 확진이 집단감염 또는 조용한 지역감염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최근 도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은 지역 외부 요인에 의한 확진으로 분석됐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모든 입도객은 의심 증상이 나타나는 즉시 가까운 보건소 등에서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입도객이 제주에 머무르는 동안 주요 방역수칙을 위반하면, 무관용 원칙에 따라 강력하게 제재할 방침이다"고 강조했다.

도는 입도 전 검사를 통해 음성 확인서를 제출하는 귀성객과 여행객에게는 도내 주요 공영관광지 입장료 할인 혜택을 시행하고 있다.

반면 미검사자가 입도 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방역당국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등의 귀책사유가 발생하면 구상권을 청구하는 등 엄중히 대처할 방침이다.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방역 수칙 미준수 등 본인 귀책에 의한 문제 발생 시에도 동일하게 강력히 대응하기로 했다.

입도객을 비롯해 고위험시설·중점 관리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전자출입명부 사용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수기명부 작성 시에도 대표가 아닌 개별로 작성해야 한다.

[서귀포=뉴시스]우장호 기자 = 설 명절을 나흘 앞둔 7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산방산을 찾은 관광객들이 활짝 핀 유채꽃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에만 내국인 기준 2만3668명이 제주를 찾았으며, 오는 10~14일 설 연휴 기간 제주 방문객은 하루 평균 2만8600명, 5일간 총 14만3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2021.02.07. woo1223@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woo122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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