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판결문 적시된 범죄사실 삭제한 2심..대법 "경정 범위 벗어나"

류석우 기자 2021. 2.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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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에서 유죄가 나온 사건의 항소를 2심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판결 이유에서만 일부 범죄사실을 삭제한 것은, 이미 선고된 판결 내용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것으로서 경정(재판서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의 범위를 벗어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1심 판결 이유 중 일부 증언 관련 범죄사실을 삭제하고 이에 대한 이유무죄 판단을 추가하는 것은 이미 선고된 1심 판결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것"이라며 "경정의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에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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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유죄에 항소..2심, 항소 기각하면서도 일부 공소사실 삭제
"주문과 판결 이유 저촉 모순..경정의 허용 범위 법리 오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2018.6.1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1심에서 유죄가 나온 사건의 항소를 2심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판결 이유에서만 일부 범죄사실을 삭제한 것은, 이미 선고된 판결 내용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것으로서 경정(재판서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의 범위를 벗어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위증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모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윤씨는 2016년 택시운전사 폭행으로 기소된 김모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윤씨는 김씨가 택시기사를 폭행하는 장면을 목격하고도 보지 못했다고 진술해 위증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1심은 "김씨가 피해자의 얼굴과 몸을 수회 때린 것을 윤씨가 현장에서 목격하고도 반대 진술을 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윤씨의 항소로 열린 2심도 1심의 판단을 받아들여 항소를 기각했다. 다만 판결 이유에 일부 공소사실을 삭제하는 등의 직권경정결정을 했다.

형사소송규칙상 재판서에 잘못된 계산이나 기재, 그 밖에 비슷한 잘못이 있음이 분명한 때에는 당사자의 신청이나 법원의 직권으로 경정결정을 할 수 있다.

2심 재판부는 윤씨가 증언 당시 검사의 질문에 허위 진술했다고 인정할 수 있으나 변호사의 질문에 대한 증언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주문에 윤씨의 항소를 기각한다고만 명시하면서 판결 이유 말미에 별도로 "제1 증언 부분을 삭제하되 제1 증언 부분에 대한 이유무죄 판단을 추가하는 것으로 직권경정한다"는 취지로 기재한 것이다.

이에 윤씨와 검찰 측이 반발하면서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이미 선고된 판결 내용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경정의 범위를 벗어난다는 판례가 있는 만큼 이번 사건은 대법원이 경정결정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1심 판결 이유 중 일부 증언 관련 범죄사실을 삭제하고 이에 대한 이유무죄 판단을 추가하는 것은 이미 선고된 1심 판결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것"이라며 "경정의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에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심이 판결 이유에서 직권으로 경정결정을 했더라도 주문에 기재하지 않는 이상 경정결정으로서 효력도 생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주문에서는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고만 기재하면서 판결 이유에서는 일부 증언 부분에 대한 항소 이유를 받아들인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은 서로 모순된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은 경정의 허용범위와 방식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이유모순의 잘못을 저질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sewry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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