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믿을 신고가'..호가조작 수법으로 전락했나

정수영 2021. 2. 11. 08:5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서울 성동구 금호2동 신금호파크자이 전용면적 85㎡짜리 아파트는 지난해 12월 9일 16억8000만원(12층)에 매매됐다고 '아파트 실거래가' 신고시스템에 올라왔다.

세종시는 지난해 12월과 지난달에 거래가 취소된 20건의 아파트 매매 가운데 10건이 당시 신고가를 경신한 거래였다.

실거래가가 매매 시세를 판단하는 바로미터로 작용하는 점을 고려하면, 취소된 신고가 거래가 이후 매매가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신고가 중 44%..며칠 뒤 '돌연 취소'
실거래가 호가조작 수법..시세에도 영향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서울 성동구 금호2동 신금호파크자이 전용면적 85㎡짜리 아파트는 지난해 12월 9일 16억8000만원(12층)에 매매됐다고 ‘아파트 실거래가’ 신고시스템에 올라왔다. 이는 직전 거래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된 신고가였다. 하지만 20일 뒤 돌연 계약내용이 삭제됐다.

아파트 실거래가 제도를 악용한 호가 조작 수법이 판을 치고 있다. ‘신고가’로 실거래했다고 신고한 뒤 한달 후쯤 계약을 슬쩍 취소하는 것이다. 아파트 실거래가가 일반인에게 공개된다는 점을 악용해 아파트가 이전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된 것처럼 보이기 위한 수법이다. 이 같은 사례가 줄지 않자 국토교통부가 실거래가 신고 이후 계약이 취소된 건도 함께 신고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부동산정보업체 디스코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등재된 거래 내용 12만9804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시스템에 등록됐다가 취소된 매매 건수는 3279건(2.5%)에 달한다. 특히 서울과 세종에서 최고가로 매매된 아파트의 44.2%, 50.0%는 실거래 시스템에 올렸다가 취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의 경우 138건이 취소된 가운데 이 중 61건은 신고가를 경신한 거래였다. 세종시는 지난해 12월과 지난달에 거래가 취소된 20건의 아파트 매매 가운데 10건이 당시 신고가를 경신한 거래였다. 세종시 새롬동 새뜸마을11단지(더샵힐스테이트) 전용 98㎡는 지난달 15일 신고가인 14억1000만원(14층)에 매매 계약서를 쓴 것으로 등록됐으나 불과 사흘만인 같은 달 18일 등록이 취소됐다.

정부는 이달 1일부터 집값을 올리기 위한 허위 계약을 막기 위해 시스템에 주택 매매 계약이 등록됐다가 취소되는 경우 단순히 삭제하지 않고, 그 내용을 남기도록 했다. 시스템에 고가의 허위 계약을 올렸다가 내리는 식으로 호가를 조작하는 교란 행위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특히 아파트값이 많이 오른 세종과 서울에서 매매 취소 건수가 많아 가격 부풀리기 시도가 시세를 끌어올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KB국민은행 시세 기준으로 세종시는 작년 한 해 아파트값 상승률(44.97%)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서울은 3.3㎡당 평균 아파트값(4040만원)이 작년 말 처음으로 4000만원을 넘어섰다. 다른 지역의 아파트 매매 취소 건수 중 신고가 비율은 전남 23.6%, 제주 21.4%, 대구 20.0%, 부산 17.8%, 경기 12.9% 등이었다.

실거래가가 매매 시세를 판단하는 바로미터로 작용하는 점을 고려하면, 취소된 신고가 거래가 이후 매매가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계약 해제 사유는 여러 가지일 수 있으나 의도적인 시장 교란 목적이었다고도 의심해볼 수 있다”며 “시스템 개선으로 앞으로 집값 교란에 대해 정밀 모니터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수영 (grassdew@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