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소송 승소한 LG, 합의 유리한 고지.. 조단위 배상금 받을까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051910)배터리 사업부문)이 SK이노베이션(096770)과 벌인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향후 보상금 합의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결은 60일 이후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양측은 이 기간 내에 보상금 합의점을 찾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할 경우 ‘K-배터리 분쟁’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10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서 LG 측의 손을 들어줬다.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신청한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서 LG 측 주장을 일부 인정하는 최종 심결(determination)을 내렸다.
이에 따라 ITC는 SK 측에 대해 일부 리튬이온배터리의 수입을 10년간 금지하는 제한적인 배제 명령을 내렸다. 다만 ITC는 SK의 공급업체인 포드, 폭스바겐의 미국 내 생산을 위한 배터리와 부품 수입은 허용하는 유예 조치도 함께 내렸다.
ITC의 결정은 미국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대통령은 60일의 검토 기간을 가지며 정책적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검토 기간이 경과하면 최종 심결은 종국 결정이 된다. 따라서 양측이 합의를 하려면 60일 이내에 마무리해야 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ITC 판결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판단할 경우 모두 미국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 연방항소법원의 경우 판결이 나기까지 평균 1년여가 소요된다. 다만 항소를 하더라도 ITC 판결이 60일 이후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업계에서는 소송에서 승소한 LG 측이 기존에 제시했던 금액보다 더 많은 배상금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거론되는 피해 배상금 규모가 커진데다 이번 소송 패소로 SK의 배터리 사업도 큰 차질을 빚을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이 SK측에 영업비밀 침해로 2조8000억원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반면, SK측이 제시한 금액은 1조원 미만의 수천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배상금 격차가 줄잡아 2조원 이상인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을 사실상 미국내 배터리 사업을 할 수 없게 된다. 소송 패소로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셀과 모듈, 팩, 관련 부품·소재의 미국 내 수입이 금지된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공장을 통해 포드, 폭스바겐 등에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었다. 다만 공장 설립 기간 등을 감안할 때 ITC가 허용한 포드, 폭스바겐의 배터리 공급 유예 조치는 큰 의미가 없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미국내 사업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결국 SK 측이 LG가 원하는 수준의 보상금을 지급할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에서 나온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기차 생산 차질을 우려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변수로 거론된다.
항소심 여부도 변수로 꼽힌다. 결과에 이의가 있는 경우 최종심결일 또는 대통령의 검토 기간이 끝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연방항소법원에 항소를 제기할 수 있다. 미 특허 쟁송 절차상 통일을 기하기 위해 법원 판결이나 ITC 심결에 불복할 경우 모두 연방순회항소법원이 심리하며 연방대법원에서 확정된다.
SK 측은 이번 결정에 불복할 수도 있다. 양측 간 화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항소를 하더라도 ITC의 판결은 60일 이후 효력이 발생한다.
LG측은 "침해된 영업비밀에 상응하고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안이 제시되지 않는 경우, ITC 최종 승소 결과를 토대로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품목에 대한 미국 내 사용 금지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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