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역사는 컴퓨터 공학의 역사..앨런 튜링, 인류에 혁명적 변화 가져와
[HELLO AI]인공지능 따라잡기-인공지능의 역사와 미래①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을 본 사람은 앨런 튜링(Alan Turing)이란 이름이 익숙할 것이다. 컴퓨터 공학도라면 2학년 전공 수업 때 튜링 머신에 대한 이론을 공부한다. 그리고 이 영화의 이름이기도 한 ‘이미테이션 게임’에 대해서도 배우게 된다.
필자도 모교인 카이스트의 ‘컴퓨터 아키텍처’ 수업을 들으며 이 주제에 대해 공부했던 기억이 나는데 사실 그때만 하더라도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었다. AI에 대해 호기심과 애정이 생기면서 AI의 역사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는데 놀랍게도 지금까지 공부해 왔던 컴퓨터 공학의 모든 것이 실은 AI에 관한 이론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AI는 현대 컴퓨터 공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앨런 튜링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역사 속에서 인간은 다양한 기술을 발명해 왔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최근에는 무수한 최신 기술들이 매일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기술의 영향력은 동등하지 않다. 기술들은 각각 그 임팩트가 다르다. 예를 들어보자. 필자는 고양이를 키우는데 고양이와 관련된 모든 가사 업무를 자동화했다. 삶의 질을 위해 자동급식기·자동급수기·자동화장실을 모두 설치했다. 실제로 자동화장실이 동작하는 모습은 볼 때마다 신기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자동화장실이 없어도 아무 문제없이 살 수 있다.
그렇다면 전기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 사실 ‘전기’라는 기술이 인류에게 주어진 지 그리 오랜 세월이 지나지 않았다. 전기라는 기술은 사람이 사는 방식 그리고 일하는 방식 전체를 파괴적으로 변화시켰다. 이제 우리는 전기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다.
이처럼 인류의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온 기술의 예시로는 전기·컴퓨터·인터넷·AI 등이 있다. 실제로 컴퓨터 공학의 실질적 영향력은 자본 시장에서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시가 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 7개는 컴퓨터 공학을 기반으로 세워진 기업들이다.
현대 컴퓨터 공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튜링은 1912년 6월 23일 태어났고 잉글랜드의 수학자·암호학자·논리학자로서 컴퓨터 공학의 선구적인 인물이다. 튜링의 학문적 호기심은 바로 ‘지적인 기계’였다. 그의 목표는 사람처럼 생각하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나는 기계가 ‘지능적 행동을 보이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물음에 대한 탐구를 제안한다.”
- 앨런 튜링, ‘지능을 가진 기계(Intelligent Machinery)’, 1948년.
튜링은 인간을 모방해 생각하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는데 그 근거는 인간의 각 기능을 대체하는 기계들이 이미 세상에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마이크는 귀를 흉내 내고 스피커는 입을 흉내 내고 카메라는 눈을 흉내 낼 수 있다.
이 모든 기능들을 한곳에 모으면 인간을 모방하는 로봇을 만들 수도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튜링은 이 모든 기능을 수행하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 ‘확실한’ 방법일지는 몰라도 너무 느리고 비현실적이라고 인정했다. 그 대신 튜링은 인간의 두뇌에 집중했다.
“그보다는 (몸이 없기에 기껏해야 보고 말하고 듣는 기관만 달린) ‘뇌’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탐구할 것을 제안한다.”
- 앨런 튜링, ‘지능을 가진 기계(Intelligent Machinery)’, 1948년.
그리고 그 지적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한 분야를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1) 체스·틱택토·브리지·포커 같은 게임
2) 언어 학습 3) 언어 번역 4) 암호학 5) 수학
실제로 앨런 튜링은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의 암호 기계인 애니그마를 해독하는 기계를 발명했다. ‘이미테이션 게임’ 영화는 그 과정을 자세히 다루고 있는데 실제 튜링은 이때 이미 ‘암호학’에서 지적 능력을 갖춘 AI를 상용화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엄청난 공을 세운 것이다.
또한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도 튜링과 비슷한 말을 하기도 했다. 본인들은 로봇보다 로봇의 두뇌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체스와 바둑과 같은 인간의 두뇌로 하는 게임이 딥마인드의 핵심 연구 주제이기도 하다.
실제로 튜링은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고 싶다고 말해 왔지만 주변 사람들은 모두 불가능하다고 말하며 그를 손가락질했다. 튜링은 논쟁을 계속하다가 우선 ‘생각하는 기계의 정의’를 먼저 명확하게 만들고자 했다. 그리고 이 생각하는 기계가 생각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테스트를 고안하게 되는데 바로 이 테스트가 ‘이미테이션 게임, 튜링 테스트’다.
“이 새로운 형식은 ‘이미테이션 게임(Imitation Game)’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게임에는 남자(A), 여자(B), 질문자(C) 등 세 사람이 참여한다. 질문자는 나머지 두 사람과 격리된 방에 있다. 게임에서 질문자의 목표는 둘 중에서 누가 남자이고 여자인지 알아맞히는 것이다. 두 사람은 X와 Y로 지칭되며 게임이 끝나면 질문자는 ‘X는 A고 Y는 B다’라고 말하거나 ‘X는 B고 Y는 A다’라고 말할 수 있다. (중략) 이제 원래 질문을 이렇게 바꿔 보자. ‘이 게임에서 기계가 A의 역할을 맡게 되면 어떻게 될까.’ (중략) 이것이 우리가 ‘기계가 생각할 수 있을까’를 대체하는 새로운 질문이다.”
- 앨런 튜링, ‘지능을 가진 기계(Intelligent Machinery)’, 1948년.
즉 질문자는 질문에 대한 상대방의 대답을 들으면서 상대방이 기계인지 아니면 인간인지를 맞히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이 이미테이션 게임은 AI의 자연어 처리 분야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AI 논란이 있긴 했지만 최근에 론칭된 AI 챗봇 이루다와 수많은 AI 스피커들이 이 이미테이션 게임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생각의 전체 과정은 여전히 우리에게 매우 신비롭지만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려는 시도는 우리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 앨런 튜링, 1951년 BBC 라디오 강연 중.
AI의 역사는 사실 컴퓨터 공학의 역사라고 볼 수 있다. 최초로 컴퓨터를 만든 천재 튜링은 컴퓨터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바로 인간의 두뇌를 모방하는 AI를 만들고자 했다. 우리는 이제야 AI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AI는 이미 세상을 바꿔 왔고 앞으로도 엄청나게 바꾸게 될 것이다. 전기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듯이 조만간 AI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려운 순간이 분명히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송호연 뤼이드 이사(VP of AIO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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