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설]①바늘구멍 취업..취준생들 '갑갑' 미래는 '캄캄'

이용성 2021. 2. 11. 08:4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민족의 대명절인 설날이 다가왔지만 코로나 시대의 설을 맞는 마음은 남녀노소 누구나 편치만은 않다.

코로나19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이 움츠러든데다, 거리두기 연장으로 가족끼리 모이는 오랜 풍습도 옛말이 됐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졸업에 인턴·대외활동 경험까지 나름 괜찮다고 스스로를 생각했던 김씨는 본격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지만, 코로나가 헤집어 놓은 차갑고 메마른 현실을 실감해야 했다.

코로나19로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채용인원도 줄어 가뜩이나 좁았던 취업의 문 또한 바늘구멍이 됐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시국에 설 맞은 취업준비생
채용 전형도 밀리고..인원도 줄고

민족의 대명절인 설날이 다가왔지만 코로나 시대의 설을 맞는 마음은 남녀노소 누구나 편치만은 않다. 코로나19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이 움츠러든데다, 거리두기 연장으로 가족끼리 모이는 오랜 풍습도 옛말이 됐다. 신축년 20~60대들의 목소리를 통해 설날을 맞는 세대별 천태만상을 4회에 걸쳐 구성해 봤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재작년 졸업을 한 김예은(24·가명)씨는 이번 설 연휴에 걱정을 한 움큼 덜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때문에 부모님만 고향에 방문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올 설에는 취업에 대해서 묻는 친척들을 향해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취업’ 화제를 돌리려고 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된다며 한숨을 돌렸다.

서울동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또 다른 의미의 깊은 한숨도 나온다. 돌이켜보면 지난 2020년은 얼굴에 붙어 뜨거운 숨을 받아내는 마스크처럼 갑갑한 해였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졸업에 인턴·대외활동 경험까지 나름 괜찮다고 스스로를 생각했던 김씨는 본격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지만, 코로나가 헤집어 놓은 차갑고 메마른 현실을 실감해야 했다.

지난해 듣도 보도 못한 바이러스가 국내로 들어와 삽시간에 대한민국 전역을 삼킨 터라 채용 일정은 기약 없이 밀렸다. 자격증 시험도 마찬가지다. 토익 시험 성적표도 빚 독촉하는 채권자처럼 유효기간 만료일이 다가왔다. 가만히 앉아서 ‘오늘 신규 확진자 수’를 들여다보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로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채용인원도 줄어 가뜩이나 좁았던 취업의 문 또한 바늘구멍이 됐다. 통계청이 지난 10일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581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98만2000명 감소했다. 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2월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작년 1월에 취업자가 는 기저효과도 있지만 코로나 쇼크가 크게 작용했다. 뉴스를 보며 김씨는 ‘나의 문제가 아니었구나’ 위안 삼았지만 그때뿐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김씨는 지난해 누구나 알아 줄 만한 대기업 서류전형에 연달아 통과했다. 그러나 난생 처음 응시하는 온라인 시험과 비대면 면접에 당황해 소중한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 기존의 기출문제로 공부하고, 시험을 준비했던 그였다. 결국 최종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는 스터디 카페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멀리서는 코로나19 전 미리 대기업에 취직한 가까운 친척이 성과급을 ‘역대급’으로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한턱 내겠다고 으스대던 친척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김씨는 이를 갈았다. 기필코 더 좋은 곳에 합격하겠노라고. 포스트잇에 ‘할 수 있다’ 문구를 적어 스터디 카페 자신의 자리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붙였다. 다시 책으로 눈을 돌리는 순간 스터디 카페 직원이 조용히 김씨의 등을 두드렸다. “곧 9시니 마무리해주세요”

집으로 온 김씨는 다시금 책상에 앉아 책을 폈지만, 책에 눈을 고정할 수 없었다. 바로 옆방 동생의 전화통화 목소리가 거슬렸다. 거실에서는 코로나19로 매출에 타격을 입은 아버지가 맥주캔을 따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버지는 늘 “올해에는 꼭 취업해야 한다”고 말씀하시지만, 올해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출출했지만, 눈치가 보여 거실로 나가지 못했다. 내일 부모님이 고향에 내려가실 때에나 자유롭게 거실을 드나들 수 있을 듯하다.

김씨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천장에 매달린 형광등이 깜빡였다. 꺼질 듯 말 듯 위태로운 모습의 형광등이 마치 자신의 모습과도 같아 이내 서글퍼졌다. 눈이나 감아야겠다.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한다. 설 연휴에도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새벽 토익 수업에 늦지 않으려면. 김씨의 한숨은 어둠이 내려앉은 밤처럼 깊어만 갔다.

이용성 (utility@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