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배터리 소송에서 LG 승리.. "SK, 합의에 나설 듯"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10일(현지시각) SK이노베이션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 10년간 미국에서의 생산과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미국 대통령이 60일 이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한, 이 효력은 발휘된다. 2년 가까이 소송·맞소송으로 이어진 양측의 다툼에서 LG가 승리한 셈이다.
SK이노베이션으로선 미국 내 사업을 위해 LG에너지솔루션과 합의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SK 측은 ITC의 결정이 나온 후 “소송의 쟁점인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실질적으로 밝히지 못한 것이어서 아쉽다”며 “주어진 유예기간 중에 고객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을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SK 배터리, 10년간 미국 수입·생산 전면 금지
ITC는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결정문에서 “SK이노베이션에 대해 미국에서 배터리의 수입과 판매, 마케팅, 영업, 유통 등의 행위를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자유무역지역(foreign trade zone)을 통한 수입도 금지한다고 명시함으로써, SK 입장에선 우회 수출도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ITC는 SK와 계약한 자동차 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포드에는 4년, 폭스바겐에는 2년간의 유예기간을 허용했다.
이번 결정으로 SK는 배터리 사업에서 치명타를 입게 됐다. SK는 현재 미국에서 약 20조원 가량의 배터리를 수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미국 조지아에 약 5조원을 투입해 1·2공장을 건설 중이다.
SK는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마지막 기대를 걸어야 한다. 미국 대통령은 공익적 목적이 있다고 판단될 때, ITC 최종판결 이후 60일 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우선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공공 자동차를 자국산 전기차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SK가 포드 등과 대규모 계약을 맺고 있는 만큼, SK가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지 못하면, 바이든의 구상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 정부가 SK의 대규모 투자를 무시하기도 어렵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내 배터리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앞으로 남은 절차(Presidential Review 등)를 통하여 안전성 높은 품질의 SK배터리와 미국 조지아 공장이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중인 친환경 자동차 산업에 필수적이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 수 천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 등 공공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010년 이후 ITC에서 진행된 약 600여건의 소송 중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는 1건에 불과하며,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해선 역대 단 한 건도 없다. 특히 SK와 계약을 맺은 포드에 4년, 폭스바겐에 2년의 유예 기간을 준 만큼, 자동차 업체의 피해를 고려할 명분도 적다는 분석이 나온다.
◇SK, LG와 합의 불가피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SK는 LG와 합의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이 경우 합의금을 얼마로 할지에 대해 합의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영업침해로 LG가 본 피해를 어떻게 계산할지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특히 앞으로 전기차 시장이 급격히 커질 것을 감안할 때, 이런 미래 가치까지 따질 경우, 피해 보상액 산정은 더욱 복잡할 수밖에 없다.
양측은 현재까지 합의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LG 입장에선 3조원 안팎을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SK 는 LG와의 합의를 늦추기도 쉽지 않다. 납품이 지연될 경우, 자동차 회사들의 소송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의 어떤 기술이, 얼마나 침해받았고, 이것이 SK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를 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의 입장은 단호하다. LG는 ITC 결정문 후 “침해된 영업비밀에 상응하고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안이 제시되지 않는 경우, ITC 최종 승소 결과를 토대로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품목에 대한 미국 내 사용 금지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2019년 4월 LG가 미국 ITC와 델라웨어주(州) 연방지법에 SK측을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그후 양측은 미국과 한국에서 소송과 맞소송을 벌이며 치열한 다툼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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