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영화 참고삼아..설날 '배려의 아이콘' 돼볼까요
<며느라기> 명절 노동은 다함께
<크리스마스..> 결혼 안하냐 잔소리 그만
<엑시트> 언제 취업해? 구박 마세요! 엑시트> 크리스마스..> 며느라기>
‘5인 이상 모임 금지’ 수칙이 유지되는 이번 설엔 ‘집콕’이 대세다.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 조사를 보면 ‘설 연휴 고향을 방문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63.4%에 달했다. 대부분 집에 있거나(74%·복수응답), 여가 및 문화생활(16%)을 계획 중이다. 이왕 ‘집콕 명절’을 결심했다면 가족을 생각하는 ‘배려의 아이콘’이 돼보자. 성인남녀 1313명 중 88.3%(인크루트 2020년 조사)가 명절 때마다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전업주부(94.7%)와 구직자(92.2%)의 명절증후군이 제일 심각하다. 자, 드라마나 영화를 참고 삼아 노력해보자.
■ 명절 때마다 부엌엔 얼씬도 안 하는 남편
스트레스 중엔 명절노동과 양가 방문 등 주부와 관련된 것이 많다. 기혼 남성(5.9%)보다 약 3배 더 많은 기혼 여성(16.2%)이 ‘명절노동’ 탓에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진다. 내 아내도 그중 하나일까? 명절에 내가 음식을 한 적 있나? 가슴 한켠 찌릿하다면 지금 당장 <며느라기>를 틀자. 오티티(OTT) <카카오티브이>에서 지난해 11월21일 시작했는데, 아내의 평소 생각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다.
주인공 민사린(박하선)의 명절은 현실적이다. 여자들은 주방을 분주히 오가고, 남자들은 모여 티브이를 보거나 술을 마시며 ‘이거 달라, 저거 달라’는 요구를 해댄다. 이런 풍경이 이상하다는 생각조차 못한다. 무구영(권율)도 그랬다. 하지만 여동생의 시가 스트레스 하소연을 들으며 아내를 이해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선심 쓰듯 “도와줄게”라는 말은 삼가자. “너희 할아버지 제사에 내가 일하는데, 네가 도와준다는 말은 이상하지 않냐”는 4화 민사린의 대사가 정답이다. ‘내 일을 아내가 돕는 것’이란 점을 명심하면 자세가 달라진다. 변하지 않으면 영화 <큰엄마의 미친봉고> 속 남편이 당신의 모습이 될 수도. 이 영화에선 음식 준비만 줄곧 하던 며느리들이 베짱이 같은 남편을 두고 볼 수 없다며 봉고차를 타고 가출한다.
■ 시집 안 가냐? 자꾸 묻는 친척
솔로에겐 잔소리가 괴롭다. 명절 스트레스 2위는 취업과 결혼 관련한 친인척 잔소리(17.3%)다. 성토를 한몸에 받는 친인척은 되지 말자. 노르웨이 드라마 <크리스마스에 집에 가려면>이 도움이 되겠다. 30살 간호사 요한네가 크리스마스 가족 모임에서 온갖 잔소리를 듣고 느끼는 설움을 사실적으로 담았다. 결혼을 안 했단 이유로 부모·형제·자매의 잔소리 폭격이 시작된다. ‘일하느라 바쁘고, 혼자가 편하고, 연애를 쉬는 것뿐인데, 나는 괜찮은데 왜 다들 난리?’라는 요한네의 생각은 미혼인 당신 조카의 생각이다.
잔소리가 듣기 싫다면 요령껏 피하자. 간단하다. <사랑과 전쟁>(한국방송)을 틀어라. 1시간 분량을 10~15분으로 편집한 유튜브 영상이 20~30대에게 인기다. 조회 수 100만을 넘긴 영상이 허다하다. “불륜과 시가 갈등 등 이혼을 부르는 사유가 이렇게 많은데, 굳이 결혼을 해야 하나?”라는 반박에 모두 입을 다물 수밖에. 안 통한다고? 그냥 <결혼작사 이혼작곡>(티브이조선)을 보며 혼잣말을 해라. “남자들은 정말 죄다 불륜을 저지르나. 이래서 무서워서 결혼하겠나.”
■ 언제 취업하냐고? 나도 그것이 궁금하다!
영화 <엑시트>의 용남(조정석)은 수년째 취업을 못 해 누나와 엄마의 구박을 당한다. 엄마 회갑잔치에서 만난 친척들은 하나같이 “어디 다니냐”고 묻는다. 취업하는 게 그리 쉬우면 취준생이란 말이 왜 나왔을까.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티브이엔)에서 지호(정소민) 역시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못 해 실패자가 된 기분이다.
가족·친인척이 나서지 않아도 취준생은 충분히 힘들다. 코로나19 3차 유행에 취업문은 더 좁아졌다. 지난해 국내 기업 3곳 중 1곳은 신입 공채를 하지 않았다.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 폭은 17년 만에 가장 적었다. 안 그래도 힘든 마음에 생채기 내지 말고 이렇게 말해보면 어떨까. “넌 코스모스야. 아직 봄이잖아. 찬찬히 기다리면 가을에 가장 예쁘게 필 거야. 그러니 너무 초조해하지 마.”(드라마 <스타트업> 김해숙)
어른들이 계속 아픈 말로 찌른다면, 드라마 <치즈인더트랩>(티브이엔)을 함께 보자. 장학금 타려고 학점 관리하고 자기소개서 잘 쓰려고 안간힘을 쓰는 등 취업 준비에 골몰하는 대학생 홍설(김고은)의 현실에 놀랄 수밖에 없다. 드라마 <복수가 돌아왔다>(에스비에스)의 수정(조보아)은 임용고시 4수 끝에 교사가 됐다.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문화방송)에서 호원(고아성)은 101번째 도전 끝에 3개월 계약직에 합격했다.
■ 명절 잔소리 대처법은?
웹툰 <우리 집 아재>는 이런 상황의 총집합체다. 명절에 남자들은 모여서 놀고, 여자들만 일한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술상을 보게 하고, 손녀에게 갖다주라고 시킨다. 성차별적 발언이나 송곳 같은 발언으로 가족끼리 상처를 준다. 부엌에서 전을 부치는 온조에게 친척들은 “요조숙녀 다 됐다. 지금 딱 결혼하면 되겠다”는 망언을 한다. 온조는 생각한다. 요조숙녀와 결혼이 무슨 관계?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네이버 오디오 클립 ‘하지현의 하트: 마음 이야기’에서“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략 몇살 때 무엇을 해야 한다는 기준이 있다. 제때 제 길을 가지 않으면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 세상은 바뀌었고, 취업하고 공부하고 아이 낳는 것까지 모든 것은 개인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주변의 잔소리가 괴로울 땐 “마음에 들지 않는 질문은 대답하지 말고 내가 물어보고 싶은 것을 물어보라”고 조언한다. 이번 명절엔 역지사지해보자. 내가 듣기 싫은 말은 남들도 듣기 싫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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